삶은 의미다 - 99
‘정보(情報)’란 ‘어떤 목적에 맞게 정리된 자료(데이터)’를 말한다. 자연이나 사회 혹은 인간 생활과 관련된 다양한 관찰이나 측정을 통하여 수집한 자료가 어떤 목적에 맞게 실제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분석하거나 정리해 놓은 것을 정보라 부른다. 즉, 정보란 정리된 자료이다.
정보의 포괄적 정의는 일반적 의미와 학술적 의미가 다르고, 학문 분야별로도 조금씩 다르게 사용하고 있어서 하나로 정의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통상적인 정보의 정의는 ‘실정에 대하여 알고 있는 지식 또는 사실 내용’, 전산학에서는 ‘일정한 약속에 기초하여 인간이 문자·숫자·음성·화상·영상 등의 신호에 부여한 의미나 내용(bit)’, 문헌 정보 분야에서는 ‘인간의 판단이나 행동에 필요한 지식’으로 이해하고 있다.
한마디로 세상을 알려주는 것이 정보다. 미래 사회는 ‘정보통신 사회’라고 말할 수 있고, 그런 사회에서는 많은 정보를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책, 음악, 사람, 인터넷 등을 이용하여 얻는 문자, 소리, 영상 등이 모두 정보에 속한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하는 모든 것이 넓은 의미에서 보면 정보를 나누는 활동이라고 볼 수 있다. 원래 정보란 생명의 탄생과 함께 시작되었다. 생명체의 가장 기본적인 본능은 생명을 유지하는 것인데, 모든 생명체는 본능적으로 주위로부터 다가오는 수많은 위협에 대한 정보를 받아들여 이것이 위험한지 아닌지를 판단하여 행동에 옮기면서 살아왔기 때문이다. ‘정보는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현대의 인간 생활은 정보와 뗄 수 없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정보의 물결 속에서 살고 있는 현대인이 정보의 혜택을 받지 않고 살아가기란 불가능하다. 그러나 모든 것은 양면이 있듯 정보로 인한 부정적 측면도 적지 않다. 우리가 정보의 혜택을 바르게 누리기 위해서는 부정적 측면을 잘 살펴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정보가 빠르다는 가속성이다. 빠른 것을 추종하고 디지털 소통만을 강조하게 된다. 정보 속에 머물러 있을 수 없으니 자세히 보고 느끼고 생각할 시간이 없다. 또한 생각, 경험, 신뢰, 충실 등의 시간 축적이 필요한 행위들을 할 수 없게 된다. 결국 행복할 시간이 없는 것이다. 삶의 방향과 의미를 제공해주지 못하고 순간적인 자극만 제공하는 정보가 대부분이다. 다음으로 정보는 진리와 진실이 아닌 내용들을 많이 포함되어 있기에 의심하는 사회를 만든다. 가짜뉴스가 더 주목받는 불신 사회가 되기 쉽다. 또한 정보는 나도 모르게 나의 의식을 재배하여 중독시킨다. 우리는 스마트 폰에 빠져 속수무책으로 스마트 폰에 당하고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다. 현대인의 손이 가장 많이 닿는 곳이 스마트 폰이다. 앞으로 인류는 검지가 점점 길어지게 진화할 것이라는 농담도 있다. ‘좋아요’에 중독되고 진정한 대상이 없고 허상과 대면하는 삶, 허상들이 꾸며놓은 가짜가 덕지덕지 붙은 세상은 진실한 세상을 보지 못하고 결국 나 자신과 부딪치는 마음의 병을 얻을 수밖에 없다. 세상에서 나만 가난하고, 나만 불행하고, 나만 볼품없고, 나만 외롭게 만든다. 가짜뉴스와 거짓 정보를 진짜로 받아들이고 허상을 만들어 내어 정신을 망가뜨리는 것이 우울증이다. 스마트 폰은 생활의 편리한 도구로 사용할 때 행복하다. 우리의 뇌가 스마트 폰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스마트 폰에 중독된다는 것은 우리가 스마트 폰의 도구가 되었다는 뜻이다.
정보혁명이 가져온 인터넷은 겉으론 데이터를 활용하는데 평등한 것처럼 보이고 국가 간 격차를 줄이고 있는 것 같지만, 속으로 들어가 보면 데이터를 제공하는 측과 이용하는 측의 계급 간 격차를 키우고 갈등을 유발하여 가장 불평등한 사회가 생겨날 수 있다. 부와 권력은 농업사회에서는 땅을 많이 차지한 사람이 가졌고, 산업사회에서는 과학기술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정보사회에서는 데이터와 정보를 많이 가진 사람으로 이동하고 있다. 또한 땅을 많이 차지한 사람보다 과학기술을 많이 가진 사람이 적고, 과학기술보다 데이터를 많이 가진 사람을 더 적다. 이것은 시대가 갈수록 부와 권력이 극소수에게로 이동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렇게 정보혁명의 빅데이터 알고리즘은 선택의 자유를 자신도 모르게 빼앗길 수 있고, 유례없는 최고의 불평등 사회를 만들 수도 있다. 전 세계 최고 부유층 100명이 가지고 있는 부가 최저 빈곤층 40억 명(전 세계 인구의 반)이 가진 것보다 많다면 믿어지는가. 현재 데이터를 소유한 정보 기업들이 창출하고 있는 부를 보면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미래의 모습이다. 재산은 장기 불평등을 낳는 첫째 조건이다. 이것 또한 정보화 사회가 만들어놓은 그늘진 단면이다.
어찌 되었든 정보의 폭발적 증가로 인한 정보혁명은 시작되었고 다양한 면에서 사회를 바꾸어가고 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언제 어디서든 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 폰으로 검색만 하면 수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정보를 얻고 암기하는 것이 개인의 능력이었던 산업사회에서 개인이 가지고 있는 정보를 얼마나 이해하고 잘 활용하는지가 중요한 능력의 기준이 되는 정보화 사회로 넘어온 것이다. 이렇게 지식의 폭발과 정보혁명이 불붙고 있다.
인류 역사에서 지식의 폭발은 지식을 기록할 수 있는 매체의 혁명이었고, 세 단계로 발생했다. 첫 번째 지식의 폭발을 이끌었던 사건은 이집트에서 수입된 파피루스가 그리스 땅에 매체 혁명을 일으켰다. 다음으로 매체 혁명을 이끈 것은 15세기 인쇄술이 발달이다. 인쇄술은 과학 문명은 산업사회와 함께 두 번째 지식 폭발이 일어난다. 그리고 지금 인터넷과 정보기기의 발달이 세 번째 지식 폭발을 이끄는 것이다.
정보혁명의 물결은 기존 지식의 개념과 성격을 많이 바꾸고 있다. 가장 큰 특징이 지식의 폭증이다. 컴퓨터의 속도는 18개월마다 2배로 빨라지고, 2030년이 되면 지식이 3일마다 2배가 된다는 ‘지식의 빅뱅’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 한다. 인간의 능력으로 따라잡기 불가능한 지식은 소유의 대상이 아니라 네트워크화 되어 접속의 대상이 되었다. 또한 교육의 중요한 내용이었던 지식은 더 이상 교육 내용으로서 가치를 다하고 검색이나 전송으로 대체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식의 수명을 단축함으로써 지식의 종말, 전문가의 종말, 대학의 종말을 맞이하여 지식의 시대는 끝나는 중이다. 이제 검색되고 전송받은 지식을 활용하는 생각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무지의 상태에서 태어나 자기가 사는 시대까지 도달한 지식수준까지 학습을 통하여 습득하고, 이 일을 잘하는 사람이 능력 있는 사람으로 취급받아 수많은 경쟁에서 승리하여 성공에 이른다. 이렇게 조상들로부터 누적된 지식을 습득하는 일은 세대마다 반복된 중요한 과업의 하나였다. 하지만 이제 정보혁명의 시대, 지금까지 지식을 습득하여 축적함으로써 그 지식에 의존하여 사는 시대는 이미 저물어가고 있다. 얼마나 다양한 지식을 가지고 있느냐도 문제가 되지 않고, 얼마나 빨리 지식을 습득하느냐도 능력과 아무 상관이 없는 시대가 오고 있다. 지식은 인터넷 네트워크 안에 넘쳐나고, 언제 어디서든 접속하여 전송받을 수 있게 되었다. 전송받은 지식과 데이터를 얼마나 효율적이고 유용한 새로운 지식으로 만들어 내느냐의 문제로 바뀐 것이다. 기존의 지식에 생각을 더하는 능력이 필요한 시대이고 진정한 능력이 되었다. 사회가 지식이 많은 사람보다 생각을 잘하는 사람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인문학자 김용규는 『생각의 시대』에서 한마디로, ‘지식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 생각의 시대다.’라고 주장하면서 ‘지식은 소유의 대상이 아니라 접속의 대상이 되었고, 교육과 전수의 내용이 아니라 검색과 전송의 내용이 되었으며, 지식이 정보가 된 것이다.’라고 말하며 조언한다. ‘길을 잃었을 때는 처음 시작한 곳에서 새 길을 찾는 것이 지혜다.’라며.
이제 정보혁명으로 인하여 누구나 컴퓨터와 휴대용 통신기기만 있으면 인터넷을 통해 신속하게 정보에 접속할 수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단편적인 지식의 조각이 아니라 지식 조각들을 잘 모아 가치 있는 정보를 만드는 융합 기술이 필요하다. 이제 필요한 것은 지식의 분화가 아니고 융합이다. 활발한 정보의 접속과 융합은 언제나 새로운 변화를 이끈다.
혁명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혁신은 계속되고 있다.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와 우리의 아이들은 이제 학자, 전문가, 지도자들이 만들어서 도서관, 강의실, 영화관, 음악당에 쌓아놓은 정보와 지식을 손에 든 뇌 안에 넣어서 다니면 된다. 이렇게 정보와 지식은 어디서든 전송받을 수 있지만, 진실과 지혜는 아무 데서도 전송받을 수 없다. 또 개별적이고 미시적이며 목적에 부합하는 정보와 지식은 검색할 수 있지만, 보편적이고 거시적이며 합리적인 전망과 판단은 검색할 수 없다. 그런데 우리의 삶에 진정 필요한 것은 매 순간, 현장에서, 오직 자기 자신에 의해 드러나는 진실과 지혜이고, 우리 사회에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보편적이고 거시적이며 합리적인 전망과 판단이다. 그리고 이런 것들은 우리의 손에 든 뇌가 아니라, 오직 머리 안에 든 뇌에서만 생성된다. 그러므로 현대인은 손에 든 뇌(스마트 폰, 컴퓨터 등)를 가지고 정보와 지식을 검색하고 전송하며 보관하는 데 사용하고, 머리 안에 든 뇌로는 손에 든 뇌의 것을 꺼내어 새롭고 거시적이며 합리적인 판단과 전망, 진실과 지혜에 합당한 지식을 생산하면 된다.
부디 손에는 지식과 정보, 머리에는 진실과 지혜로 미래 시대를 대비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