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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석연 Jun 01. 2024

159. ‘인격(人格)’의 의미

삶은 의미다 - 159

‘인격(人格)’은 사람으로서의 품격’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타고난 인성과 성장 과정의 여러 경험 및 교육에 따라 형성된 기본적인 인간 됨됨이로서 성격의 확장된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사람은 도덕적 행위의 주체로서 진위 및 선악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과 자율적 의지 등을 지닌 존재라야 한다는 기준이다. 인격의 세부 모양을 살펴보면 생물학적 및 환경적 요인이 영향을 미치는 상호 연관된 행동, 인지 및 감정 패턴의 모음이다. 이러한 삶의 패턴은 태어나면서부터 장기간 형성되어 상당히 안정적이지만, 평생에 걸쳐 조금씩 변경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격을 매우 중요시하여 인격이 없다라는 말은 심한 모독이나 욕으로 받아들이고, 인격을 갖추지 못한 사람은 짐승이나 다름없다는 인식을 한다. 법률적으로도 인격은 독자적 가치가 인정되는 자격으로 인격이 없으면 인간이 아니며 사물로 취급했다. 특히 인권운동 이전에 여자, 어린이, 노예 등에게는 인격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취급되기도 했다. 그러나 현대의 대부분 국가에서는 모든 인간에게 법률적 의미의 인격이 존재하는 것으로 취급한다. 

현대 생활에서는 법률적 의미의 인격보다 심리적 윤리적 의미의 인격이 더 중요시되고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인격’이란 말을 사용할 때도 윤리적 측면의 인격을 의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윤리학에서 말하는 ‘인격은 옳고 그름선악을 판단자유롭게 의지를 결정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행위를 하는 바로 그 주체를 말한다. 칸트는 인간이 이성을 지니고 도덕 법칙에 따르는 곳에 인간의 본질적인 성격이 있다고 했으며, 이 성격을 인격이라고 불렀다. 인격은 자체만으로도 인간의 생활에 매우 큰 가치를 가지고 있다. 또한 인격만이 존경받을 수 있는 대상이 된다고 했다.

나라다워야 국격이고 사람다워야 인격이다. 인격은 개인의 품격이자 정신 가치다. 여기서 격(格)이란 우리말로 ‘~답다이다. 이것은 개인의 이미지와 깊은 관련이 있고 그 사람의 많은 것을 대표한다. 당연히 한 개인의 사고와 행동 수준이야말로 인격의 핵심이다.

우리가 자주 말하는 휴머니즘은 인간 중심적 사고에 따른 인류 사회의 존엄과 가치를 중시하며 인격에 최고의 가치를 두는 인문주의를 말한다. 인간의 존재를 중요시하고 인간의 능력과 성품, 소망과 행복을 귀중하게 생각하는 정신으로 인격을 억압하는 정신적·물질적 장애에서 벗어나려는 운동이다.

인격과 학식(지식)은 다르다. 지식을 통해서 어느 정도 인격을 수양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식이 높은 사람이라고 모두 인격이 높은 것은 아니다. 어쩌면 지식이 많은 사람이 더 거드름을 피우고 더 이기적이고 더 부정직하고 더 반사회적인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지식은 인격이나 지혜를 뜻하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사람들이 높은 인격보다 선호하는 학력, 재산, 외모, 지위 등은 사실은 인격과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 따라서 인격을 갈고닦는 데 노력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각종 미디어에서도 바람직한 사람을 만드는 것보다 학력재산외모지위 등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결국 이런 사회나 국가는 사람답지 못한 문제로 혼란스럽고 상처를 입게 되고, 많은 사람이 지향하는 방향이 바뀌지 않는 한 혼란은 계속될 것이다.

한때 풍만한 복부를 통통 두드리며 인격이라 자랑하던 시절도 있었다. 지금은 복부 비만으로 퇴치 일 순위가 되었지만 잘 먹고 잘사는 상징이 되었던 풍만한 아랫배의 몰락이다. 이런 편견은 옛날 서양에서도 마찬가지다. 긴 수염과 복부비만을 인격자의 상징으로 보았으며, 최근까지 중국과 한국에서도 풍만한 복부를 자랑스러워하는 경향이 있었다. 특히 한국에서는 왕씨 성, 염소수염, 풍만한 아랫배 등이 중국 사람의 상징으로 청나라 상인의 캐릭터였다. 뱃살이 인격 맞다. 다만 게으르고 나태한 인격의 소유자란 소리가 아닌가.

이렇게 ‘배는 인격’이라며 한때 잘 나가던 뱃살은 비만, 성인병, 게으름, 미련함, 부끄러움 등의 상징이 되었고 중년의 조심해야 할 일 순위가 되었다. 1909년에 만주 하얼빈에서 안중근 의사가 쏜 총탄에 맞아 암살당한 이토 히로부미의 배꼽 아래 세 치에는 인격이 없다.’라는 말도 유명하다. 뱃살 이야기인지 성(性) 이야기인지 속뜻을 애매모호하지만.

뱃살 이야기가 나왔으니 남자들이 목욕탕에서 하는 농담 하나 더, 남자들이 목욕탕에서 옷을 벗고 똑바로 서서 아래를 내려다봤을 때, 자기 물건이 안 보이면 뱃살 1단계발가락이 안 보이면 뱃살 2단계라 했다. 남녀 모두 배만 볼록 나온 모습이 예뻐 보일 리 없다. 요즘은 뱃살 없이 탄탄한 몸매가 몸의 스마트한 인격이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라고 했다. 개인이 마음속 깊이 가지고 있는 품성까지 어찌 알겠는가. 한 개인의 인격을 가장 잘 나타내는 것이 말과 행동이다. 그중에서 말이 그 사람의 인격과 품격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사용하는 언어를 통해 그 사람의 됨됨이와 품격을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면 저절로 지식과 경륜이 늘고 인격이 높아질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나이가 많고 직급이 높은 사람이 인격인 양 거드름을 피우는 행동을 가끔 보게 된다. 인격이 아니고 꼰대다. 나이나 직급과 연봉이 인격이 아니다. 이런 것들로 괜스레 아랫사람을 억지로 누르려 하면 본인의 모자람만 내보일 뿐이다. 

세상을 산 기간이 길다고, 경험이 많다고 그냥 인격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다. 공부하지 않으면 무식이 늘고, 절제하지 않으면 탐욕이 늘 뿐이다. 저절로 나이는 먹지만 인간은 저절로 인간다워지지 않는다는 말을 되새겨 볼 일이다. 아무리 부자로, 권력가로 살아도 개 같이 삶을 살다가 죽으면 존경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학력, 성별, 빈부, 인종(피부색), 종교, 외모, 부모의 신분, 자신의 신분과 지위 등 삶에는 인간을 평가하는 여러 요소와 잣대가 있다. 그런데, 그러한 수많은 요소들이 인간을 평가하는 수준을 넘어 인간을 차별하는 기준이 될 때가 다반사고 문제다. 사람의 성품인 인격으로 평가받고 그에 걸맞는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고 살기 좋은 나라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와 반대인 경우가 일반적이라는 것이 안타까운 일이다.

이렇게 세속적인 것들에 의해 인간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인격에 의해 평가받는, 그래서 사회 구성원의 대다수가 수준 높은 인격을 함양하고 고양하려 노력하고, 그러한 수준에 있는 사람을 칭송하는 분위기가 만연하고, 당연시되는 그런 사회, 국가에서 살 수 있는 것이 꿈이 아닌 현실이 되길 바란다. 

훌륭한 인격이 곧 명품 인간, 일류 인간이다. 훌륭한 인격의 인간은 배우는 것을 멈추지 않고 스스로 단련하여 깨우치며 삶을 아름답게 완성해 나가는 사람이다. 결국 내가 어떤 명찰을 다느냐보다 무엇을 하든 성숙한 인격자로 성장을 멈추지 않고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며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

요즘 세상이 무섭다’, ‘그중에 사람이 제일 무섭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 하루가 멀다 지구촌 곳곳에서 발생하는 비인간적이고 비인격적인 일들을 보며 동물의 세계라는 비아냥을 받는 인간 세상이 되었다. 역설적으로 차라리 동물 같은 자연적 삶을 사는 세상이 더 낫지 않을까하는 엉뚱한 생각마저 가져본다.

인간은 사람으로 태어나서 사람이 되어가다 사람으로 죽는다. 인간 최초의 생명은 인간다움을 갖추지 못한 미완성이다. 살아가면서 가정에서 부모의 양육과 학교와 사회를 통한 교육으로 성장하면서 사람다워지는 것이다. 인격을 갖추어 사람다운 사람이 되기 위한 연습을 하고 이를 무한 반복한다. 그래서 인간은 평생 배우는 것이 아닌가. 사람으로서 인격을 갖추고 살기가 이렇게 어렵다.

     

모든 일에 이상(理想)이 필요한 것은 우리가 이상적으로는 살 수 없더라도 그 이상에 계속 자극받기 위해서다. 인격도 마찬가지다. 평생 이상적인 인격을 갖춘 사람이 못되어도 그런 이상적인 인격을 향해 계속 접근해 갈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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