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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정 Jul 10. 2024

엄마가 된다는 것 2

내 엄마의 역사를 살아내기

생후 12일 신생아와 하루를 보내다 보면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내가 이 아이의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설령 내가 이 아이의 미래에 도움이 되지 못하면 어쩌지? 

내가 이 아이에게 자랑스러운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와 같은 미래지향적인 걱정부터 


우리 엄마도 나를 키울 때 이렇게 힘들었을까? 

우리 엄마는 당시에 친정 엄마도 없었는데 맘껏 울지도 못하고 얼마나 서러웠을까? 

우리 아빠는 엄마를 잘 도와주기는 했을까? 와 같은 내가 알지 못하는 과거에 머무는 질문들까지 


사람들은 이게 모두 출산 후 호르몬의 변화로 오는 감정기복이라고 하는데
물론 과학적으로 보면 그게 맞겠지만 

나를 닮은 아기란 것은 근원적으로 나의 존재를 다시 되돌아보게 하고 질문하게 한다. 


최근 임신을 하고 나서, 나는 엄마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었다. 원망에 가까운 생각들이었다. 

왜 엄마는 내가 어렸을 때 나에게 이렇게 해주지 않았지? 엄마가 이렇게 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이런 모습이 된 거야. 같은 원망 섞인 한탄. 그리고 엄마가 행복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 자리를 내가 자꾸 채우려고 노력하다 나는 엄마와 나를 분리하지 못한 채 어른 아이가 돼버렸어. 와 같은 실망감.


그런데 내가 아기를 키우다 보니 자꾸 나도 모르게 엄마가 나와 동생을 혼자서 키워냈을 그 과거로 돌아가게 된다. 우리 엄마는 당시에 친정 엄마도 없었을 텐데, 그리고 아마 나의 아빠도 그렇게 살뜰히 도와주는 성격이 아니었을 텐데, 까다로운 시어머니를 모시고 그 상황에서 애기 둘을 키워내며 3개월 후 회사에 복직하던 엄마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답답해서 도망치고 싶었을까. 그냥 울고 싶었을까. 힘들다고 화내고 싶었을까. 

그래도 우리가 예뻐서 우리를 낳은 걸 한 번도 후회한 적 없다고 한 우리 엄마. 


나에게 엄마가 된다는 건 나의 엄마 역사를 새롭게 이해하는 과정이다. 

그동안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시각으로 우리 엄마를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이유를 모른 채로 아기가 울고 있으면 '엄마가 미안해,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너무 서툴러. 미안해'와 같은 말이 절로 나온다. 똑같은 얘기를 우리 엄마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된다면 해주고 싶다.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너무 힘들었지? 수고 많았고 엄마는 최선을 다했어. 너무 고마워 엄마.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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