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아_꼭 그렇지만은 않아. 어떤 일을 하든 능률을 높이려면 '몰입'은 필요하니까. 여기서 요지는 '적당한' 몰입에 있는 것 같아. 자기가 하는 일에 너무 몰입하지 않거나 반대로 과하게 몰입하게 되면 부작용을 낳게 된다고 생각해.
(음료 위에 비친 빈아의 모습.)
백야_만약 과몰입을 하게 되면 어떤 문제가 생겨?
빈아_나 같은 경우엔 결국 그럴 수 없음에도 모든 일을 컨트롤하려 했던 것 같아. 다 내 손을 거쳐야 하고, 내가 없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들까지 다 알아야 속이 편한 거지.
(창문을 통해 사무실을 바라보는 빈아. 안쪽에서 바라본 모습.)
빈아_그리고 만약 실수를 하거나 일이 틀어지면 크게 자책하기도 했어. 해결할 수 있는 일이었거나 끝끝내 해결되었음에도 그때의 속상했던 감정을 자기 전까지 끌고 오는 거지.
(창문에 기댄 빈아의 옆모습.)
백야_다 일을 열심히, 잘하려 해서 생긴 일들이 아닐까 싶은데, 너처럼 잘하려는 마음이 넘치게 되면 스스로 많이 힘들어지는 것 같아.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일을 나누고, 해결책이 보이지 않으면 의견을 묻는 과정도 필요한데 말이지.
빈아_응. 다행히 여러 곳에서 다양한 일을 해보면서 혼자 하려는 버릇을 조금씩 고쳐나가고 있는 것 같아.
(동료 두 명이 업무 관련해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빈아_그리고 그렇게 일에 과몰입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면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려고 해 보는 중이야. 그러면 사방으로 예민하게 살아있던 신경이 오직 '일'에만 초점이 맞춰져.
(자리로 돌아와 의자에 앉는 빈아.)
빈아_오직 '일'에만 초점을 맞춘다는 말은, 일을 둘러싼 불필요한 감정들을 배제하는 거야. 덧붙이자면, 나는 일을 그저 일로만 두는 건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하는 게 과몰입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는 있어도 우리는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일하는 데에 사용하기 때문에 그 시간들을 그저 생계와 현실적인 문제들의 해결책으로만 여기면 오히려 쉽게 지치기 십상이야. 그래서 일을 '내' 일로 보되, 몰입이 과해지면 그걸 덜어보는 거지.
(모니터에서 바라본 빈아의 모습.)
백야_그리고 또 시도해 보는 방법이 있어?
빈아_일하는 시간을 제외한 다른 시간을 오직 내 선택으로만 채워보는 거야. 퇴근하고 맛있는 맛집을 가거나, 좋아하는 공연을 보거나, 이렇게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시간을 갖는 거지. 그러면 몰입이 분산돼서 일을 하지 않는 시간에도 일 생각을 하는 문제를 좀 해결할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