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칭찬 수집가

3부. 쉬운 사람들

by 박나킨


칭찬이 희귀해진 지금,

머리털보다 수염털이 더 많은 얼굴의 남자가

작은 유리병을 두 손으로 꼭 쥐고 있었다.


그런 모습이 신기한 아이는 그에게 다가가 묻는다.

"아저씨, 그 병 안에는 뭐가 들었어요?"


남자는 중요한 비밀을 말하듯

쭈뼛대다가, 머뭇대다가, 어렵게 입을 뗀다.


이 안에는 말이지, 마지막 칭찬이 들었어.


아이는 의아하다.

"전 오늘도 칭찬을 들었는데요."


남자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물어본다.

"그게, 뭐였지?"

아이는 자랑스럽게 대답한다.

"밥을 잘 먹어서 좋구나."


"오호, 흥미롭구나... 그게 과연 칭찬이었을까?"

"그럼요! 엄마가 얼마나 행복해하면서 말했는데요."

아이는 발끈하자, 남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잇는다.


"네가 밥을 많이 먹으면 그만큼 엄마, 아빠는 밥도 많이 해야 하고, 그러려면 쌀도 사야 하고, 돈도 더 벌어야 할 테고... 그러면 엄마, 아빠는 힘들어질 텐데. 그건 '적당히 먹으라'는 말일 수도 있지 않을까?"


아이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아니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왠지 맞는 말 같기도 하다.

"아니... 그게 아니고요. 엄마, 아빠는 내가 건강한 것만으로도 효도하는 거라 했어요."


남자는 잠시 조용해진다.

아이의 말에 생각보다 진지하게, 깊이 빠져든 표정이다.

유리병을 바라보던 눈동자가 천천히 아이를 향해 돌아온다.

눈꼬리에 미세하게 물기가 맺혀 있다. 꼭 먼지 때문인 것처럼.


"건강한 것만으로도... 효도라고?"

중얼거리듯 되묻고, 아이가 까딱 고개를 끄덕이자 남자는 작게 웃는다.

"그래, 맞아... 그런 말은 요즘 듣기 어렵지. 그 말, 다시 해줄래?"


"... 엄마 아빠는 내가 건강한 것만으로도 효도하는 거라고 하셨어요."

그제야 아이의 눈이 풀어진다.


남자는 유리병을 조심스럽게 연다.

'딸깍.'

오래된 문이 열리는 듯한 소리.


"너의 말, 방금 그거... 담아도 될까?"


"정말요?"

아이의 얼굴이 환해지고, 고개를 힘차게 끄덕인다.

"좋아요."


남자는 병을 아이에게 가까이 대준다.

아이는 조금 수줍지만 똑바로 다시 말한다.

"나는 건강하게 자라는 것만으로도 엄마 아빠에게 기쁨을 주고 있어요."


말이 끝나자마자 작은 유리병 안에서 반짝.

마치 햇살 한 조각이 날아들어 빛나는 듯한 금빛 입자가 피어오른다.


남자는 그것을 아주 소중히 병 속에 담고, 뚜껑을 닫으며 한다.

"네가 한 말 덕분에... 나도 오늘은 좀 더 반짝일 수 있을 것 같아."


"왜요?"

"칭찬은, 듣는 사람보다 말하는 사람을 더 반짝이게 만들거든."

"우와—"

아이는 덩달아 신이 나서 말한다.

"그럼, 나도 수집가가 될 수 있을까요?"

남자는 아주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작은 유리병을 아이에게 건네준다.

"이제 마지막 칭찬 수집가가 아니라, 다음 칭찬 수집가가 되겠구나."


아이는 조심스레 병을 받는다.

기쁨과 벅참, 그리고 책임감이란 감정을 한꺼번에 느낀다.


"그럼, 마지막으로 나도 칭찬 하나 남겨도 될까?"

"네, 그럼요."

딸깍, 아이는 병뚜껑을 열어본다.


남자는 잠시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아주 작게 중얼거린다.

마치 과거의 누군가에게 보내는 편지처럼.

"아빠, 엄마. 모든 것 감사합니다. 이제는 제가 지켜드릴게요."


그렇게 남자는 자신의 마지막 칭찬을 남기고,

둘은 각자의 길로 천천히 걷는다.


괜찮아. 오늘은 여기까지.

나머지는 내일의 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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