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쉬운 사람
"자, 우리 뭐 먹을까? 김치찌개?"
"전... 아, 네... 좋아요..."
나의 언어에는 늘 말줄임표 그림자가 붙는다.
말끝마다 그림자가 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상대가 내 대답을 지나가지 못하고, 그 위에 멈춘다.
김치찌개가 보글보글 끓는 동안, 나는 머릿속으로 줄여 둔 언어들을 펼쳐본다.
순두부... 된장... 찌개... 냉면...
점 세 개 사이로 국물 김이 새어 나와, 말의 방향을 흐린다.
서빙하는 직원이 나를 흘깃 쳐다본다.
그 눈빛에도 말줄임표가 하나 찍힌다.
나는 알고 있다.
점 세 개는 날카로운 말을 둥글게 만들지만,
나 자신을 흐리게도 만든다는 것을.
"괜찮아요, 뭐든..."은 편리하지만,
내 배는 오늘 된장찌개를 원한다.
그래서 이번엔 작은 가위로 점 세 개를 잘라 본다.
"저... 사실은..."까지 갔다가, 숨을 고른다.
"저 된장찌개 먹고 싶어요."라고 말한다.
상대가 웃는다.
"그래, 좋지. 하나 시켜."
테이블 위에 있던 말줄임표 그림자가 수증기 사이로 천천히 날아가 사라진다.
나는 숟가락을 쥐고 생각한다.
점 세 개는 여전히 내 주머니에 필요하다.
다투고 싶은 날, 모서리를 둥글게 만들고 싶을 때,
하지만 내 마침표 하나가, 나를 선명하게 만든다.
국물이 처음 혀에 닿는 순간,
입 안에서 작은 쉼이 풀린다.
"응, 오늘은 이게 맞아."
괜찮아. 오늘은 여기까지.
나머지는 내일의 나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