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느린 물건들의 나라

에필로그

by 박나킨

늦게 우는 알람시계는 제때 못 울지만, 대신 하루를 길게 만든다.

오늘은 늦어도 '조금'만 한다.

"늦었지만, 하루는 더 길어졌다."


서랍이 먼저 닫아준 밤,

서랍이 먼저 닫히면 그 순간까지가 '완료'다.

저장하고 덮는다.

"서랍이 먼저 '여기까지'라고 말했다."


한 모금의 컵,

한 모금마다 '해야 하지 않아도 될 일'이 줄어든다.

물을 한 모금 마신다.

"한 모금이면 됐다."


느린 엘리베이터가 알려준 것,

느릴수록 더 높은 층으로 간다.

느림 버튼을 누른다.

"천천히 눌렀더니, 층이 하나 더 생겼다."


오늘은 여기까지.

나머지는 내일의 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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