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느린 물건들의 나라
침대맡 알람시계가 또 늦게 울었다.
딱 내가 일어나야 할 시간보다, 세 칸쯤 뒤에서.
초침은 제멋대로 걷고, 숫자들은 종종 서 있다.
이 알람에는 규칙이 있다.
제때 못 울지만, 대신 하루를 길게 만든다.
늦게 시작한 날엔 시간이 뒤에서 밀어준다.
버스는 막 떠났다가도 한 정거장 뒤에서 문을 다시 연다.
회의는 10분 연기되고, 급한 전화는 문자로 바뀐다.
나도 늦었지만, 이상하게도 덜 급하다.
거울 앞에서 양말을 뒤집어 신는다.
오늘은 왼쪽이 오른쪽보다 반 바퀴 느리다.
주름 한 줄 펴지 않고, 그냥 문을 나선다.
오후 네 시,
창가 빛이 벽시계에 눕는다.
매일 한 번,
아주 부드러운 미소를 보낸다.
완벽하진 않다.
그래도 벽시계는 조용히 받아들인다.
퇴근길,
알람시계가 조용하다.
오늘은 제때 울 필요가 없었나 보다.
늦게 울었지만, 하루는 더 길었다.
괜찮아, 완벽하지 않아도 돼. 오늘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