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이 먼저 닫아준 밤

1부. 느린 물건들의 나라

by 박나킨

책상 위 스탠드가 작게 웅웅거린다.

커서는 여전히 깜빡였고, 문장의 끝은 자꾸만 길어진다.


그때,

서랍이 스르륵 나오더니 딸칵하고 스스로 들어갔다.

마치 누군가 조심스레 "이만"하고 손바닥을 내미는 것처럼.


이 서랍에는 규칙이 있다.

서랍이 먼저 닫히면, 그 순간 '완료'가 되는 것이다.

손잡이가 미세하게 무거워진다.

열려면 의지가 한 톨 더 필요하다.


나는 문장을 더 깎지 않기로 했다.

쉼표 하나 어색한 채로, 저장하고 덮는다.

모니터에 '자동 저장'이 뜨고, 스탠드의 웅웅 소리가 반 톤 낮아진다.

미루기는 아니라고 스스로에게 설명하지 않는다.

그냥 오늘의 끝.


서랍 앞에 손가락을 대본다.

따뜻하다.

손 안쪽의 맥이 조용히 박동한다.

안에는 미완의 문단, 접힌 영수증, 내일 쓸 메모지 한 장.

모두가 잘 접힌 밤이다.


창밖 바람이 커튼 끝을 흔든다.

나는 의자를 밀어 넣고 불을 끈다.

어둠 속에서 서랍의 선이 가지런하다.

지나치게 길었던 하루가, 그 선에서 얌전히 멈춘다.


"서랍이 먼저 '여기까지'라고 말했다."

괜찮아. 오늘은 여기까지.

나머지는 내일의 나에게.



월, 수, 금 연재
이전 02화늦게 우는 알람시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