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여 깨질라 다칠라 어쩔 줄 몰라하며 손녀딸을 유리 다루듯 극진하게 아끼던아버님의 모습이 떠오른다.
폐암으로 고통을 받으시는 와중에도 휠체어를 타고 돌잔치에 참석할 정도로 눈물겨운 사랑이었다.
손녀딸이 본인을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자주 했었지만 딸 돌잔치를 마친 이듬해에간절한 바람은 이루지 못하시고 우리 곁을떠나고말았다. 하지만아버님께서 돌잔치 영상에 남기신 모습을 딸에게 아주 어릴 적부터 보여준 덕인지 딸은내가 할아버지를 정말로 기억하고 있는 게 맞는 건지, 돌잔치 영상을 자주 봐서 그 영향으로 마치기억하고있는 것처럼 착각하고 있는 건지모르겠지만 그래도 할아버지의 모습이 머릿속에 남아있다고 얘길 한다. 어떻게든 어떤 형태로든 아이에게 할아버지의 모습을 남길 수 있게 해 주었으니그걸로 아버님의 소원을 이루었다고생각하고 싶다.
아버님은사랑하는 손녀딸과 아들 내외를 늘기다렸다. 시댁을방문하고 헤어질 때마다 잘 가란 인사대신
"내일 또 올래?"
라고 아쉬움을 직접적으로 표현했고 옆에 있던 어머님은 늘
"쟤들도 바쁜데 뭘 자꾸 오라고 그런데요. 니들 볼일 봐. 올 거 없어."
라며아버님을 나무라셨다. 그게 어머님의 진정한 속마음이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래도 올 거 없다고 말하던 어머님은 언제나 씩씩해 보였다. 하지만어머님의 그 씩씩함도 이젠 시간의 흐름과 함께 자꾸 쓸리고 깎여나가 버리고있음을 느낀다.
얼마 전 아들내미와 함께 시댁을 방문하고 돌아오면서 어머님께서 잘 가란 인사를대신했던 말이 좀처럼 잊히질 않는다.
"언제 또 올 거니?"
그리고 그다음 날에시누이에게서 짧은전화 한 통을 받았다.
"올케, 엄마가 손주한테 돈을 주셨어야 했는데 안 줘서서운하다고 굳이 2만 원을 보내라고 하신다. 내가 통장으로 2만 원 보낼게."
처음엔 그냥 늘 주던 과잣값의의미로만여겼었는데 자꾸 되뇔수록 어머님의 서운한 마음이 전해져 오는 것 같다. 혹시손주에게 던지신나름의 무언의 미끼는아니었을까? 얼른 또 오라고. 할머니가 포켓몬 카드 살 돈 또 줄 테니자주 와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