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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희 Aug 25. 2022

어머님의 기다림

아버님께 손녀딸을 안겨드린 건 가장 큰 선물이었다.

행여 깨질라 다칠라 어쩔 줄 몰라하손녀딸을 유리 다루듯 극진하게 아끼 아버님의 모습이 떠오른다.


폐암으로 고통을 받으시는 와중에도 휠체어를 타고 돌잔치에 참석할 정도로 눈물겨운 사랑이었다.

손녀딸이 본인을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자주 했었지딸 돌잔치를 마친 이듬해에 간절한 바람은 이루지 못하시고 우리 곁을 떠나 말았다. 하지만 아버님께서 돌잔치 영상에 남기신 모습을 딸에게 아주 어릴 적부터 보여준 덕인지 딸은 내가 할아버지를 정말로 기억하고 있는 게 맞는 건지, 돌잔치 영상을 자주 봐서 그 영향으로 마치 기억하고 있는 것처럼 착각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지그래도 할아버지의 모습이 머릿속에 남아있다고 얘길 한다. 어떻게든 어떤 형태로든 아이에게 할아버지의 모습을 남길 수 있게 해 주었으니 그걸로 아버님의 소원을 이루었다고 생각하고 싶다.


아버님은 사랑하는 손녀딸과 아들 내외 늘 기다렸다. 시댁을 방문하고 헤어질 때마다 잘 가란 인사대신

"내일 또 올래?"

라고 아쉬움을 직접적으로 표현했옆에 던 어머님은 늘

"쟤들도 바쁜데 뭘 자꾸 오라고 그런데요. 니들 볼일 봐. 올 거 없어."

라며 아버님을 나무라셨다. 그게 어머님의 진정한 속마음이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래도 올 거 없다고 말하던 어머님은 언제나 씩씩해 보였다. 하지만 어머님의 그 씩씩함도 이젠 시간의 흐름과 함께 자꾸 쓸리고 깎여나가 버리고 있음을 느낀다.


얼마 전 아들내미와 함께 시댁을 방문하고 돌아오면서 어머님께서 잘 가란 인사를 대신했던 말이 좀처럼 잊히질 않는다.

"언제 또 올 거니?"


그리고 그다음 날에  시누이에게서 짧은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올케, 엄마가 손주한테 돈을 주셨어야 는데 안 줘서 서운하다고 굳이 2만 원을 보내라고 하신다. 내가 통장으로 2만 원 보낼게."

처음엔  그냥  주과잣값의 의미로만 여겼었는데 자꾸 되뇔수록 어머님의 서운한 마음이 전해져 오는 것 같다. 혹시 손주에게 던지신 나름의 무언의 미끼는 아니었을까? 얼른 또 오라고. 할머니가 포켓몬 카드 살 돈 또 줄 테니 자주 와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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