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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들리 Wadley Feb 21. 2024

Barefoot

맨발 청춘도 아닌 당신에게

여느 여행자가 그렇듯 우리는 호주에 도착해 식사를 할 곳을 검색했다. 낯선 땅에서 두리번거리다 간 곳은 역시 대형 쇼핑몰, 한쪽 끝에서 반대 끝까지 그냥 슬슬 걸어만 가도 30분이 넘게 걸리는 '대형'이었다. 샵들이 깔끔하고 실내가 화려하며 에어컨이 빵빵했다. 30도가 넘는 무더위에 주차는 붐비고 실내에 사람도 많다. 어린 아이든 어른이든 노인이든 장애인이든 수많은 사람들 속에


저것은 맨발

코알라도 캥거루도 나무들도 없는 이 상업시설에 저것은 

맨발

아니 혼자가 아닌

가족?

잠시 벗은 게 아니라

계속?


한 명이 아니었다. 아까 저 아저씨 맨발로 가지 않았어? 쉿, 저것 봐 이 앞의 커플 맨발이야. 아이 꼬맹이들이 그냥 맨발로 다니네. 왜 이렇게 많아-까지는 아니어도 쇼핑몰에서 시내에서 꼭 한 두 번은 보게 된다. 이것을 호주 사람들은 Barefoot [베어풋]이라 말한다.


호주인, 그들만의 문화인 줄 알았다. 가령 수영장에서 샤워 없이 물에 들어가고, 샤워 없이 수건 감고 집에 가는 '자연스러운' 그들이니. 그렇구나 곳곳에 맨발이 많이 보이니 호주 사람의 전통(?)이야 라고 생각했다. 나도 해보자-하고 수영 후 맨발로 주차장까지 걸어갔다가 아파서 죽는 줄 알았다. 아이구 발바닥이야. 난 역시 호주사람이 아니야- 하면서.


많긴 많았다. 쇼핑몰도, 시내 한가운데에도, 퀸 스트릿몰에도 있을 정도니. 동네 산책로, 옆동네, 곳곳의 공원에서 특히 꼬맹이들은 맨발이 많았다. 역시 자연이 좋은 호주 퀸즐랜드 와일드 라이프. 시내 한가운데에서 한 번 벗고 걸어야 하나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우리의 호주 친구들이 손사래를 친다.


Oh, I thought you ware Barefoot today. 

[오우, 아이 떠웃 유 워 베어풋 투데이] 

Barefoot is normal in Australia, right?

[베어풋 이즈 노어멀 인 오스트레일리아, 롸잇?

Oh no, Barefoot is Bare Brain.

[노우, 베어풋 이즈 베어 브뤠인]

Isn't that common?

[이즌 댓 커먼?]

No, there could be a piece of glass or something. 

[노우, 데어 쿠드 비 어 피스 어브 글라스 오어 섬띵]

It's really dangerous.

[잇스 릴리 데인저러스]

Ah, I was mistaken!

[아 아이 워즈 미스테이큰]


앗, 오늘 베어풋인 줄 알았어요. 베어풋이 호주에선 보통이죠?

오 아니, 베어풋(맨발)을 맨머리라고 하지.

아, 일반적인 거 아니에요?

아니 유리조각도 있고 위험해. 

제가 잘못 알았네요!


*장난스럽게 농담하는 분위기이므로 베어 브뤠인(빈 머리)에 놀라지 마시길요-



그래, 우리나라에서도 외국인들이 보기에 특이해서 '모든 한국인'이 그럴 거다 생각하는 게 있을 거다. 다들 매운 거 잘 먹고, 다들 김치 좋아하고, 또 뭐가 있을까. 우리를 생각하게 하는 것. 내게 베어풋은 그렇게 눈에 띄는 호주사람들의 특징이었다. 맨발의 청춘이 아닌 거리의 맨발.


신발 벗고 거실로 들어서는 건 아시아 사람들이 보통이다. 호주 사람들은 여타의 서양인들처럼 신발을 신고 집안 거실로 들어선다. 부동산에서 3개월 렌트 후 집을 확인하러 올 때에도 신발 벗고 들어가야 하지? 묻는 그들. 신발 신고 카펫 밟고 침대에 자러 들어갈 때 벗으면 너무 찝찝하지 않아요? (-.-;)


맨발에 온 동네와 공원을 누비던 아이들은 밥 먹어라-하면 그제야 자기 신발을 찾아 신고 집에 들어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만큼 맨발의 그들이 많긴 많은가 보다. 하지만 단면만을 볼 수는 없다. 자연 속 호주, 날 더운 호주라 맨발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발의 건강도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중요한 사실이 숨겨져 있다. 호주에서는 다른 사람의 모습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각자의 개성과 특성을 존중하기에 눈에 띄거나 혹은 눈에 안 띄거나 각 개인을 존중하는 그들. 우리 같으면 쳐다보게 될 스타일이나 모습도 그들은 무심할 정도로 지나간다. 그것은 그 사람의 것이니-


땀나는 브리즈번에서 맨발의 사람들을 본다. 놀랄 것도 없다. 그것은 그들의 마음이고 자유이고 특징이다. 다만 그들의 발이 찔리지 않도록 염려할 뿐. 손바닥을 보고 그 사람을 다 안다 하지 말자. 그것은 그의 작은 손일뿐. 외양이 아닌 사람을 보자. 존중하고 헤아리자. 그렇게 내 마음의 눈을 넓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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