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하면 떠오르는 1위와 2위를 다투는 그것, 코알라와 캥거루일 것이다. 짙은 눈에 쫑긋한 귀로 두 손을 곱게 모으고 수그린 동물. 오늘 당신에게 캥거루를 말한다.
캥거루 하면 당신은 무엇을 생각할까. 긴 꼬리와 순한 얼굴로 폴짝폴짝 뛰어갈 것만 같은, 캥거루의 뒷다리는 뛰기에 최적화된 듯 튼튼하며 꼬리는 무언가를 휘두를 수 있을 만큼 두텁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까이에서 보면 앞발이 눈에 띄게 짧다. 수그린 자세가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호주 근처 섬에서도 보인다고 하지만 압도적으로 캥거루는 호주에 서식한다. 이전 에뮤 소개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캥거루는 에뮤와 함께 뒤로 가지 못하는 동물. '호주여 전진하라-'라는 호주 국가의 제목처럼 캥거루와 에뮤를 앞세워 호주는 앞으로 나아가야 할 것만 같다.
캥거루의 이름이 궁금했다. 처음에 호주 원주민에게 이름을 물었다는 설, 유사한 개체인 회색 캥거루에서 왔다는 설 등이 있지만 오랫동안 사람과 더불어 살고 이름 불려온 것을 알 수 있다. 몇 년 전 집계된 통계를 보면 호주 국민보다 많다고 하니 호주의 넓은 대륙에 많이도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캥거루를 호주 어디에서 볼 수 있을까?
1. 동네에서 볼 수 있다.
운전을 한다면 적지 않게 코알라와 캥거루 마크가 붙여진 도로 표지판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도심에 가까울수록 쉽진 않겠지만 캥거루는 시골에서 도시에도 곳곳에 있다. 일단 호주는 드넓은 땅을 중심으로 골드 코스트와 같은 관광지나 브리즈번 시티 같은 도시 중심이 아니면 높은 건물이 많지 않다. 건물 간격도 넓고 도로도 있는 자연을 그대로 살려 복잡하지 않다. 사람이 사는 지역이라도 풀과 나무가 있는 곳이라면 그들은 있다. 당신의 마당 어딘가에 캥거루 또는 그보다 작은 왈라비(캥거루과의 동물)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2. 동물원에서 볼 수 있다.
호주의 동물원에선 담이 없는 곳이 많았다. 저쪽을 향해 걷다가 뿅뿅뿅 망치 소리가 날 듯 콩콩 뛰어서 옆을 지나가는 캥거루를 당신은 만날 수 있다. 물론 뛰어다니기보다는 동물원 저 보러 오셨어요 느낌으로 맨땅에 엎으리거나 누워서 편히(?) 있는 캥거루들도 많이 있다. 덩치가 어린애만 하기도, 어른만큼 큰 몸집을 가진 것도, 다양한 종류가 있다. 덩치 큰 수컷 캥거루들이 앞발을 들고 뒷발로 차며 싸우기도 한다.
정말 저렇게 싸우더라고요 제가 쫓아다니며 찍었어요- 3. 그리고 쿰바바에서 만난다.
쿰바바 레이크 보전 공원(Coombabah Lake Conservation Park)은 브리즈번 주변에서 캥거루를 동물원이 아닌 자연 상태에서 볼 수 있는 곳을 찾다가 알게 되었다. 학교를 지나고 마을을 지나 비행장 옆 드넓은 '자연보호구역'은 그들의 벌판이었다. 호주 국민보다 캥거루가 많아요를 한 화면에 담는다는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그들은 여느 호주의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경계하거나 위협하지 않는다. 그저 풀밭에 고개를 박고 열심히 풀을 뜯어먹을 뿐. 마치 우리네 널따란 초원의 소나 양이나 말처럼, 오래도록 입을 오물거리며 먹는다.
My child said she saw a kangaroo in backyard last week.[마이 차일드 세드 쉬 소우 어 캥거루 인 백야드 래스트 위크]
Really? Is it a wallaby?[릴리? 이즈 잇 어 왈러비?
I think so. It was really smaller than I thought.[아이 띵 소우. 잇 워즈 릴리 스몰러 댄 아이 또웃]
Yes, in some parts of Australia, you can see kangaroos bigger than humans. [예쓰 인 섬 파트 어브 오스트레일리아, 유 캔 시 캥거루 비거 댄 휴먼즈]
Oh, the standing kangaroo that I saw in the cartoon.
[오우, 더 스탠딩 캥거루 댓 다이 소우 인 더 카툰]
Yes, exactly [예스, 이그잭클리]
우리 애가 지난주 뒷마당에서 캥거루를 봤데요.
정말요? 왈라비인가요?
그런 것 같아요. 이게 제 생각보다 정말 작았어요.
네 호주 어느 지역에서는 사람보다 큰 캥거루를 볼 수 있어요.
오, 만화에서 본 서 있는 캥거루 말이죠?
네 그거에요, 정확해요!
*exactly는 대화에서 정말 많이 쓰인다. 그래 맞아, 정확해, 딱 맞나그랴-의 느낌으로 스몰토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니 맞장구를 아주 시원하게 쳐줄 때 쓰면 딱일 듯!
몇 번 이곳을 방문하여 날로 더 느끼는 것은 그들의 땅에 내가 발을 딛었다는 것이다. 그들이 뛰고 그들이 울고 그들이 싸우는 그 땅은 그들의 것이어서 아주 가까이 다가가도 귀를 쫑긋할 뿐 그대로 있다. 사람을 가까이하는 동물들에 캥거루가 들어간다면, 말없이 코를 박고 먹이를 먹는 그들은 순식간에 또 긴 뒷다리로 한껏 뛰어 저쪽으로 갈 것이다. 그렇게 쿰바바에 가면 순한 표정으로 내게 가까이 선 캥거루를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