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칼립투스(Eucalyptus)도 그렇잖아요. 코알라가 호주에만 있는 이유가 유칼립투스가 호주에 있으니까요.
염소우유(Goats milk)와 라놀린(Lanolin) 크림은 양과 염소 많은 뉴질랜드 호주에선 기본이겠고요.
그리고 에뮤(Emu) 오일 oil 크림. 이건 뭐지?
에뮤는 정말 낯선 것이었어요.
화식조를 만나기 전, 골코 동물원에서 에뮤를 보았어요. 타조보다는 자그마하고 화식조인 카소워리의 파란 얼굴보다는 온순해 보이는. 이 새는 타조와 카소워리의 친구라고 볼 수 있어요. 실제 이 새는 화식조목 화식조과에 속해요. 둘이 비슷한 무리들인 거죠. 게다가 호주를 대표하는 새들이기도 하니 더더욱 비슷하게 보여요. 그중에서도 이 에뮤가 얼마나 호주를 대표하는지는 이 문양을 보면 알 수 있어요. 여기 캥거루와 에뮤입니다.
얼마 전 1월 26일은 우리나라 개천절과 같은 호주의 날(Australia Day)였어요. 공휴일로 우리나라 빨간 날이라 아이들도 학교에 안 갔죠. 이 날 곳곳에서 호주 국기는 물론 이 문양과 관련된 상품들이 많았어요. 당연히 호주 하면 떠오르는 코알라도 있겠지만 물컵이든 그릇이든 호주의 날 기념품에는 캥거루가 제일 많이 보였어요. 에뮤는 아마도 별개 캐릭터로 상품화하기엔 '호주'를 드러내기 조금 힘들까 봐(실제 저 문양이 아니면 에뮤는 혼자 있을 때 보통 타조라고 생각할 듯요) 캥거루 캐릭터의 호주의 날 기념품이 많았어요.
영국 사람들이 커다란 대륙 호주를 찾은 건 1770년. 그때의 호주 그러니까 Australia 땅은 수많은 부족들로 나뉘어 원주민들이 살고 있었다고 해요. 지금도 그들의 부메랑이나 점묘화 같은 전통 문양이 여기 많아요. 영국에서 호주 대륙을 처음 찾은 제임스쿡에게 사람들을 데리고가라 했다고 해요. 그렇게 1788년 1월 26일 지금의 시드니에 영국에서 온 이민자들이 정착을 시작하게 됩니다. 시드니가 당시 관리였던 시드니경의 이름이었다는 것도 재미있어요. 처음엔천여 명이 오는 거였지만 자원 많고 환경 좋은 호주로 오는 이민자들이 늘어갔다고 해요. 특히 호주 곳곳에서 광물 그중에서도 금이 많이 발견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이주해 왔다고 합니다. 이 커다란 땅 호주는 지금도 세계적인 최대 자원 보유국이죠. 자연환경도 아름답지만 많은 것을 가지고 있구나 싶어요.
그럼 왜 호주의 국장은 코알라 캥거루가 아니고 캥거루와 에뮤일까. 이걸 알아보다가 아, 할 수 있었습니다.
캥거루와 에뮤는 앞으로는 갈 수 있지만 뒤로는 잘 못 간다는 이야기를 보았어요. 호주여 앞으로 나아가라- 이런 의미로 두 동물을 배치했구나 새삼 다시 들여다보게 되었어요. 사실 호주의 여러 동전 중에 작은 것은 1달러나 2달러, 크기가 가장 큰 것은 그보다 가치가 적은 50센트에요. 우리나라로 치면 1달러는 1000원으로 볼 때 50센트는 500원인 거죠.(물론 오늘 환율에 따르면 호주 1달러는 우리나라 875원 정도입니다.) 그 커다란 50센트에 캥거루와 에뮤 그러니까 저 문양이 아래처럼 있습니다. 커야 저 두 동물을 다 담을 수 있겠어요.
에뮤는 타조 다음으로 키가 크고 날개가 작고 최대 50km의 속도로 달릴 수 있다고 해요. 헤엄도 칠 수 있고요. 그러고 보니 제가 본 동물원에서도 흙길 우리 안을 뛸 듯하다가 물로 풍덩했었어요. 새이니 알을 낳는데 그 사진을 보고 놀랐어요. 아보카도 같기도 하고 빛나는 돌처럼 고운 자태라니! 사실 에뮤는 털갈이하는 애처럼 진한 갈색 털이 숭숭 있거든요. 화식조랑은 완전 다른 색감이죠.
날지 못하는 새들, 이들은 아주 오래전에 날다가 퇴화한 걸까요? 에뮤의 조상 격이며 마치 에뮤+카소워리 같은 이름인 에무아리우스Emuarius조류화석이 호주 남부에서 발견되었는데 그 시기가 2300만 년 전이라는 기록을 보았어요. 세상에 2300만 년 전이라니. 가늠도 되지 않아요. 새삼 창문 밖 오늘도 울고 있는 저 새들은 나보다도 우리의 세상과 시대보다도 더더 오랫동안 이 드넓은 환경에서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는가 싶어요. 날지 못하지만 무언가 성큼 걸어가며 세상을 두리번거릴 것 같은 에뮤.
에뮤오일크림으로 시작한 이야기였어요. 사실 아보카도나 산양유와는 다른, 동물의 기름이라는 것이 자꾸 그 동물들을 짜내는 듯한 불편한 마음이었어요. 벗겨진 양털에서 나오는 기름을 걷어내 크림을 만든다는 라놀린 크림처럼 에뮤오일은 역시 식물성이 아닌데 어찌 채취를 하는 걸까.
호주에 살던 원주민들이 에뮤 고기와 오일을 잘 활용하였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에뮤 오일은 가슴털에서 채취했다는 기록들도 많지만 고기를 얻기 위해 죽인 에뮤에게서 지방을 추출하는 것이었어요. 실제 어느 맛집에서 에뮤 고기 요리를 내놓는다는 걸 보면 지금도 에뮤 고기 그리고 나오는 에뮤 오일이 많이 채취되는구나 싶어요. 특히 원주민들이 이 새의 지방을 아픈 곳에 염증에 사용했다는 기록들도 많아요. 그러므로 이런 전통에서 에뮤 오일을 채취하여 팔거나 이와 관련된 화장품을 만들어 파는구나, 그러나 동물들의 오일이란,
동전 중에 가장 크다란 50센트를 제일 만만하게 보았어요. 큰데 가볍고 번쩍거리는 은색으로 귀에 무슨 문양이 이렇게 많담이었거든요. 이제 다시금 그 동전을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작은 동전 안에는 누구에게나 귀여운 캥거루와 이 백여 년 전 호주에 온 사람들과 그보다 훨씬 더 오래오래 이 땅에서 살던 사람들 그리고 수천만 년 전부터 눈을 부릅뜨고 붉은 호주 땅을 성큼거렸던 에뮤가 저를 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