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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들리 Wadley Feb 18. 2024

내 오래된 구관조

hill mynah

이 책은 새를 사랑하는 사람이

어떻게 새를 다뤄야 하는가에 대해 다루고 있다.

[ 황인찬, '구관조 씻기기' 중에서]


처음에 새에 대해 쓰려고 했던 건 호주에 새가 많아서였다. 앞마당에서도 시내를 나가도 그리고 지금 이 한밤 창밖에도 새들의 몸짓이 느껴진다. 이 너른 땅에 새는, 하늘과 땅을 유유히 가로지른다.


지구 반대편의 아버지께 편지를 쓰는 것도 괜찮겠다 생각했다. 아버지는 아버지가 애정하는 수컷새처럼 어머니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늘 헌신적이었다. 가족에게 먹이를 토해 먹이는 수컷새는 눈물겹도록 사랑이 깊다.


뜻하지 않게  어린 시절을 짚어보게 되었다. 나의 유년기는 열 번의 이사가 있었고 각기 다른 지역이었지만 늘 새와 함께였다. 새를 말한다는 것은 곳곳의 기억을 다시 만나는 일이었고 고맙게도 모두 따뜻했다.


수많은 이사는 아버지의 무릎을 수많은 밤 시리게 했겠지만, 나의 아버지는 새들과 눈을 맞추며 또한 힘을 얻으셨을 거다. 우리집엔 새 방에선 울음소리가 아닌 노랫소리가 가득했고 늘 깨끗했다.


그런 새들을 나는 잘 몰랐다. 아이 둘과 장을 보고 집에 오면 한참을 힘들었다는 어머니의 마른 두 손을 나는 보지 못했다. 폐업 후 일에 운전에 사람에 매번 치여 퇴근길 온통 젖은 아버지의 메리야스도 찾지 못했다.


나는 그랬다. 새들은 언제나 있었는데 나는 그들의 발가락이나 부리 하나하나 헤아리지 못했다. 그러나 기억하고 있었다. 물을 머금고 더 까만 그들의 눈과 생각하는 듯한 표정 알아듣는 고갯짓과 따라오던 말들.


거기에 나의 오래된 구관조가 있다.


참새목 찌르레기과 보랏빛 윤이나는 검은 구관조는 말을 한다. 


안녕, 나는 똘이야, 만나서 반가워, 나리나리 개나리, 반갑습니다, 저는 똘이에요.


우리집의 말을 하던 새들은 모두 똘이였다. 그들은 나의 목소리가 녹음된 테이프를 듣고 자라나고 듣고 성장했다. 나의 목소리를 닮은 말을 하고 나의 말투를 따라갔다. 나는 그들과 가까이 있었다.


구관조를 보면, 누런색 나무 새장 안에서 나의 목소리로 말을 하던 그 새가 생각났다. 영특하고 반응하며 사람에게 가까이 향했던 오래된 우리집 구관조.


그것이 시작이었을 거다. 우리집에는 새가 살고 새가 날고 가족의 애정을 받고 그리고 아버지를 살게 했다. 이것은 온통 쉬지 않고 가족을 위해 살아오신 나의 아버지 그리고 아버지들께 드리는 이야기이다.  


언젠가 새와 눈이 마주쳤을 때, 나는 보았다. 무언가를 믿고 있으며 또한 어리석지 않은 새의 까만 눈동자. 사람 가까이 호주의 새들을 보며 그런 분명한 눈동자의 아버지를 생각한다. 아버지의 진실한 마음을 믿는다. 그런 믿음을 그런 애정을 그러한 깊은 사랑을 말하고 싶었다.

 

이 책은 새를 사랑하는 사람이

어떻게 사람을 사랑하는가에 대해 말하고 있다.    


새를 이야기하는 석 달 동안 어느 때보다 새를 많이 보고 새를 많이 따르고 많이, 아버지를 생각했다. 이것은 그런 고백이며 수많은 아버지들 그리고 나의 아버지에게 응원이 되기를 바란다. 


그런 수줍음으로 연재를 마친다. 여전히 호주의 빈 하늘과 터에는 새들이 많고 나는 그들을 오래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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