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 조용한 오후 우와아아아아아아-하고 점점 커지는 저 소리는 분명 원숭이였어요. 자연 천국 동물 낙원 호주라지만 동네에 원숭이도 있다니. 발리에서처럼 순식간에 모자를 채가는 그들을 만나게 되려나 했죠. 워낙 자연 중의 자연이니 긴 꼬리 원숭이 덩치 큰 원숭이 아니면 귀여운 아기 원숭이 뭘까? 궁금해하면서요.
나무 밑을 두리번거려도 원숭이는 보이지 않았어요. 다가가니 그 엄청난 소리는 사라지고 말이죠. 순식간에 달아났나. 꼬리도 자취를 감추고 못 보았네. 지붕 위의 포섬처럼 빠른가 보다 했어요. 그리고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그 다음다음 날도, 어떤 오후가 되면 그 크레센도로 점점 커지는 원숭이가 나타났어요. 아니 얘는 보이지도 않고 우리집에 맨날 놀러 오나 그러면 어서 얼굴을 내밀어라. 어디 있는 거야 도대체.
소리가 좀 큰 게 아니었거든요. 보통 아침에는 안방 앞에 곱게 짹짹 우는 앵무들, 아이들 등교하고 조금 고요해질 무렵 날아와 소리 없이 돌아다니는 까마귀들ㅡ 한낮엔 까치들이 둘씩 셋씩 와서 수다 떨 듯이 지저귀고요. 4시경 아이들 집으로 올 때 그 밤의 잠잘 자리를 찾는 새들이 한꺼번에 날아 소리를 내고요. 요즘은 한창 저녁 해질 무렵 찌르레기 소리를 내며 누군가 단체로 울고 있어요.
이것은 소리들 중에 최강 소리. 점점 커지는 그 울음소리는 가장 크고 가장 울림이 좋고 가장 분명했어요.
원숭이 울음소리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그러다 이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스티브 어원의 물총새 영상
이 사람은 스티브 어윈이에요. 크로커다일 헌터라는 프로그램으로 호주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악어 파충류 동물 전문가로 유명해요. 동물들과 함께 살아가며 Australia Zoo라는 큰 동물원을 만든 그는, 아버지가 들으시면 정말 부러운 인물이지 싶어요. 제 어릴 적 아버지의 애정하는 프로그램이 바로 <동물의 왕국>이었잖아요. 촬영을 하다가 가오리에 찔려 사망했다는 그의 삶은 안타깝지만 동물에 대한 그 애정이 저 동물원에 남아있구나 싶어요. 악어도 뱀도 새들도 잘 조련하는 그에게서 저 울음소리를 찾아냈어요.
쿠카부라, 바로 호주를 대표하는 그 머리와 부리 큰 새였습니다.
앵무새도 카소워리도 있지만 이 녀석이 대표인 것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마스코트가 셋이었는데 그중 하나가 이 웃음물총새 쿠카부라였어요.
왼쪽에 있는 것이 쿠카부라이고 가운데에 오리너구리 오른쪽이 바늘두더지에요. 호주는 캥거루 코알라일 거라고만 생각했기에, 올림픽 마스코트가 셋인 경우는 처음이라서, 기억에 남아 있어요.
쿠카부라는 앵무새처럼 부리가 단단해서 먹이를 잘 부수어 먹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쥐'를 잘 먹는다고 해요. 거주지에서 까치나 까마귀처럼 볼 수 있는 호주의 대표 새인데 쥐를 먹어준다니 고마운 새였네요. 일정 시간이 되면 와서 우나보다 했는데 한 곳에 터를 잡으면 보통 계속 거주한다고 하니 우리집 나무 어딘가에 자리를 잡긴 한 모양이에요.
옆집 부부가 점심을 먹으러 놀러 왔는데 쿠카부라 소리 들었냐고 물으면서 우리 남편이 이 소리 잘 낸다고! 하더라고요. 부끄러워진 뉴질랜드 아저씨는 우리 앞에서 보여주진 않으셨지만 원숭이 소리와 흡사한 그 엄청난 울음소리는 누구에게나 특이하고 특별한 것이 맞아요. 생김새도 보면 볼수록 자그마하고 입 큰 인형처럼 올망졸망 귀여워요. 새라기보다는 깃털 인형을 보는 듯하고요.
부리는 검고 머리는 희고 눈썹처럼 흰 털이 위로 살짝 날리고 흰 배는 통통하고 날개와 깃털은 어둡고. 짧은 다리로 나무 위에 걸터앉은 모습이란, 오동통하고 똘망똘망한 작은 꼬마 같아요. 주로 호주와 호주 옆 뉴기니섬에서 서식한다고 하니 이 나라 사람들이 아끼며 대표로 내세우는 새인 이유를 알 수 있어요. 물총새 종류에 속한다지만 물보다는 동네에서 뱀 쥐 벌레 등을 잡아먹어준다고 하니, 쿠카부라야 우리집에 오래오래 있어주련. 뱀이 또 나타나면 내가 너를 부를게. 음하하하하하하하하-하고 커지는 그 울음소리 이젠 더 반가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