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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들리 Wadley Jan 15. 2024

아바타와 화식조

Cassowary

우리가 상상하는 숲 이상이었어요. 무성하고 울창하고 빽빽하며 무서웠죠. 깊숙한 초록 한가운데에서 숨만 쉬어도 무언가 튀어나올 것 같았어요. 뱀 공포증에 사실 동물 별로 안 좋아하는 저는, 그 숲을 바라만 보아도 겁이 가득했어요. 호주의 여름, 그 후덥지근하고 뜨거운 바람이 가득한 열대우림을 케언즈에서 보았습니다.  

케언즈 곳곳에는 저 파란 얼굴의 새가 사진으로 그림으로 모형으로 거대하게 자리 잡고 있어요. 케언즈와 같이 호주의 북동부열대림에서 서식하는 새라고 해요. 타조나 에뮤처럼 덩치가 크고 높은 새이며 현재 호주에서는 가장 큰 육상 동물이라고 해요. 모두 잘 달리는 새들이라 주조류(走鳥類)라고도 하더라고요. 그러고 보면 새들은 날아야 하는데 걷거나 뛰는 이 녀석들은 그래도 새인 것이죠.


동물원에서 처음 만났어요. 우리는 화식조라고 부르지만 여기서의 이름은 카소워리라고 사람들이 불러요. 체구가 작은 것도 큰 것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아이 키만 하게 큰 편인 데다가 얼굴도 파랑이어서 처음 볼 때는 섬찟하게 되어요. 마치 공룡시대의 산물을 만난 것 같은, 신비롭지만 두려움 가득한 낯섬이죠.


케언즈의 열대우림은 올라갈 때는 시닉열차, 내려올 때는 스카이레일을 타며 보았어요.

케언즈 시닉 열차

시닉열차는 영화에서 막 나온 듯한 오래된 열차를 그대로 보존하여 천천히 높은 곳을 향해 올라가는 열차였어요. 구불구불 산길을 올라 열대우림이 발아래 가득 펼쳐졌죠. 이것은 눈에 다 담을 수 없는 빽빽한 초록이었어요. 한가운데에 빠져 버리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무성함이요.

스카이레일은 케이블카예요. 내려올 때는 그 우림을 발아래 두고 케이블카 안에 있었는데. 까마득한 초록이 발 밑에서 끌어당기는 듯했어요. 폭우가 오고 언제 그랬냐는 듯 해가 쨍쨍하고, 이건 아열대의 브리즈번에서도 만날 수 있는 날씨인데요. 열대우림이란 그보다 더하겠지 싶은 것이 물도 볕도 넘치도록 충분한 이 광활한 땅에서 나무는 끝도 없이 자라겠구나 싶었어요. 하늘처럼 우림이 펼쳐져 있었죠.


케언즈의 카소워리는 쿠란다 마을에서 만났어요. 마을 곳곳에 이 녀석을 본떠 만든 조형물과 안내물들이 하도 많아서 나중에는 저 새가 나만 하지 맞아 싶더라니까요. 그렇게 열대우림의 쿠란다 마음을 카소워리는 지키고 서 있으며 사랑받고 있다 싶었어요.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오다 보면 2번의 무료 정차를 하게 되는 데요. 첫 번째에서는 올라올 때 본 폭포를 다른 각도에서 보게 되고요. 2번째 정차에서 바로 카서워리를 만날 수 있었어요. 동물 보안관 차림의 해설가님이 열대우림 내에 정돈하여 만든 숲길을 함께 걸으며 나무와 새와 우림에 대해 알려주셨어요.

이 새가 우림에 꼭 필요하더라고요. 땅에 떨어진 열매를 먹고 배설물을 내보내면 그 씨앗들이 숲에 퍼져나가게 된다고 해요. 신기하고도 당연한 자연의 공존과 협력을 그렇게 듣고 느꼈어요. 비록 기 숲에 많이 있을 겁니다. 만나기를 바라요-라는 해설사의 말씀에도 실제 크기의 모형 외에는 맞닥뜨리지 못했지만 그 숲 저 너머 그리고 또 너머에는 카서워리들이 파란 얼굴을 들고 우리는 바라보고 있겠구나 싶었어요.


케언즈의 열대우림에서 영감을 받아 영화 아바타의 촬영을 하게 되었다는 카메론 감독의 이야기를 들었기에 여행을 가기 전부터 많이 기대되었던 곳이에요. 케언즈의 화식조는 직접 못 보았지만 아바타처럼 파란 얼굴의 새라니 우림만이 아니고 캐릭터의 얼굴까지도 바로 떠오르는 형상이죠.


브리즈번 동물원에서 만난 화식조 카소워리는요. 타조와 비슷하고 에뮤보다는 튼튼한 느낌이었어요. 아마도 그 특별한 색상 때문에 더 강렬해 보였나 봐요. 아바타의 나비족들처럼 말이죠. 그렇게 남다른 것들은 크기도 다르지만 색도 참 달라요. 저는 화식조와 더불어 호주 봄꽃인 보라색 자카란다도 그렇게 남다르게 보였어요.

케언즈에서 돌아오니 브리즈번도 폭우 잠시 강한 햇볕 또 폭우폭우예요. 우리와는 다른 우기의 진가를 맛보고 있어요. 열대숲만큼은 아니어도 동네 잔디들이 어찌나 빨리 자라는지 돌아보면 순식간인데 들여다보기가 무서워요. 뱀이든 벌레든 무엇이든 가득해 보여서요. 그러나 그 안에도 그들의 삶이 있겠죠. 먹으며 곳곳에 식물의 씨앗을 뿌려주는 화식조처럼 새들도 날아와 벌레를 잡고 벌레도 열심히 무언가 날라요. 뱀도 쥐를 잡아먹어주는 초록뱀이라 하더라고요. 그렇게 그들은 순환 상생하고 있는데 우리는 오늘도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케언즈에서 2달러 작은 지갑을 샀어요. 동전 카드 열쇠 선크림 꼭 필요한 것들이 쏙 들어가요. 전 여기서 명품 가방 멘 사람을 본 적이 없어요. 다들 콜스에 울월스 가방이에요.(슈퍼마켓에서 준 가방들이요) 제 가방도 저 지갑 쏙 들어가는 커피포장했던 손가방에 늘 장바구니 하나는 필수입니다. 비닐을 줄여야지요. 선크림도 동물에게 안 좋다고 하니 검색해서 잘 사보려고요. 무언가 하나씩 해보려 하고 있습니다. 새들을 위해서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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