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엄마
올해 우리 반 아이들은 유난히 숙제를 잘해온다.
주말 일기 쓰기나 독서록처럼 소소한 과제를 내주면 웬만한 아이들은 빠짐없이 해온다.
학급 규칙도 성실히 지켜서 숙제를 하거나 규칙을 따를 때마다 주는 칭찬 도장은 금세 칭찬판을 가득 채운다.
도장을 모으는 속도는 역대급이다.
나는 칭찬판을 하나 다 모을 때마다 쿠폰 뽑기를 하게 해 주는데 그 상품을 준비하느라 용돈이 자꾸 새어 나간다.
문득 궁금해진다.
이 아이들은 왜 이렇게 성실할까.
부모가 잘 챙겨줘서일까,
아니면 스스로 책임감을 갖고 있기 때문일까.
물론 나는 숙제를 안 하는 학생을 하게하는 교사이다. 매일같이 알림장을 쓰고, 꼼꼼히 숙제를 확인하고 칭찬 도장을 찍어준다. 숙제를 안 하면 남아서라도 하게 하는 집요함도 있으니, 안 하고는 못 배긴다.
하지만 정작 내 아이들에게는 그런 정성을 쏟지 못한다.
하이스쿨 앱에 올라오는 가정통신문도 대충 넘기기 일쑤다. 숙제가 뭔지, 준비물이 뭔지, 체험학습은 언제 가는지, 안내장은 언제 내야 하는지 따위들...
중요한 소식들을 학부모 단톡방을 통해 알게 될 때도 있고 지인을 통해 알게 될 때도 있다.
그마저도 놓칠 때는 더 많고.
나의 두 아들 또한 이런 것들을 미주알고주알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스스로 챙기지 않은 아이들인 데다가 챙겨주지도 않는 엄마라는 것.
이러니 늘 위태위태, 아슬아슬하다.
며칠 전, 6학년인 첫째 아이 담임 선생님께
전화가 왔다.
“○○이가 몇 주 동안 숙제를 안 해와서요.”
같은 교사로서 웬만한 일로는 학부모에게 연락을 하지 않는다는 게 국룰인걸 알기에, 얼마나 심각했는지 짐작이 갔다. 앞으로 잘 챙기겠다, 죄송하다고 끊었다. 아이에게는 앞으로 숙제를 잘하라고 단속을 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나도 요 얼마간 아이 숙제가 무엇이 있는지, 그 숙제를 했는지의 여부에 대해서 확인한 적이 없었다.
지난 주말 동안 “숙제 다 했어!”라며 팽팽 놀았던 둘째.
출근 준비를 하다가 불현듯 학교 아이들의 주말일기 숙제가 생각나 둘째 아이에게도 물어보았다.
그런데 학교 숙제를 하나도 안 한 상태였다는 것!
그래서 아이가 학교 가기 직전에야 다그치고 그렇게 정신없는 아침을 보냈더라는.
그 결과, 우리 아이들은 때때로 담임 선생님에게 지적을 받는다. 나도 가끔씩은 그 '무서운' 상담 전화를 받는 엄마가 되었다.
어쩌면 '저 집 애들은 왜 저럴까?'라는 시선을 받을지도, '엄마가 교사라고 했는데?'라고 의아해하실지도 모르겠다.
문제 있는 부모 아래 문제 있는 아이 있다고, 아이에게 문제가 있으면 흔히 ‘부모 탓’을 한다. 뭐, 그 말이 전혀 틀린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나는 어째 자기변명을 좀 더 하고 싶다.
교사라는 직업은 모든 에너지를 아이들에게 쏟아붓는 일이다. 남의 집 아이들을 잘 키우느라 막상 우리 집 아이들 앞에서는 그 에너지가 바닥을 보일 때가 많다.
내가 오늘도 출근을 하는 이유는 결국 월급을 받기 위해서이다. 그 월급으로 나의 아들들과 행복하게 살기 위함이다. 그런데 막상 퇴근을 하고 나면 집 아이들이 '엄마! 여기 봐봐!' 라며 조잘대는 이야기도 기력이 달려 못 들어줄 때가 너무 많다. (미안, 반성해.)
덧붙여 아이의 모든 것을 부모 탓으로 몰아가는 세태도 문제가 있다고 말하고 싶다. 아이들이 지닌 많은 문제는 기질적인 특성에서 비롯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미디어를 포함한 많은 담론은 이러한 문제를 오직 환경, 곧 부모의 책임으로만 치부하는 경향이 크다.
실제로 부모님이 바쁘면 더 자기 것을 잘 챙기는 주도적인 아이들도 많고 부모님은 어쩜 저리 완벽하냐 싶게 잘하시는데도 그 자녀들은 심각한 문제를 지닌 경우도 있으니까.
죽고 살고 아등바등 열심히 키워놨는데 무엇이든 부모탓을 하는 것이 어째 나는 좀 억울하기도, 교사 입장에서는 학부모가 안쓰럽기도 하다.
학교에선 부지런하고 책임감 있는 교사,
집에서는 부족하고 허술한 엄마.
두 얼굴을 가진 나.
완벽한 사람이 되긴 어렵다.
완벽한 엄마가 되기도 어렵다.
오늘도 잘 살아냈으니 된 거지.
너무 자책하지 말자며 나를 다독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