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소울메이트란

신혼여행기 #에필로그

by 소울메이트

여행 전부터 우리가 백프로 소울메이트였던 건 아니다.

여행기만 보면 두 달 내내 샬랄라 거운 일들만 있었던 것처럼 보이겠지만 첫날부터 다투면서 시작했고 특히 첫 한달은 크고작은 갈등이 종종 있었다.


같이 여행을 해보면 비로소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이 보인다고 했다. 은 돌발상황을 맞닥뜨리며 감 없이 나를 드러내게 되기 때문이다. 견고하지 못했던 관계는 여행 후 깨지기도 하고 때론 오래된 관계마저 어긋나기도 한다. 하지만 반대로 여행을 통해 진정 오래갈 수 있는 관계를 만들기도 한다.


관계도 무두질이 필요하다. 많은 날들을 다른 환경 속에서 살아온 두 사람이 처음부터 모든 면에서 운명처럼 잘 맞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아 이 사람이 내 인생의 동반자구나. 이 사람을 놓치면 안되겠다.'라고 생각하게 되는 건 일까. 그건 아마 대가 이상형과 완벽하게 일치해서라기 보다는 '살다보면 서로 부딪히기도 하겠지만 그 수고로움을 견디고 그 과정에서 때로는 나를 바꿔나갈 의지가 있을 정도로 그 사람을 사랑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서 사랑하는 게 아니라 사랑해서 닮아간다.


다른 부부들과 비교하여 결혼 전 함께 보낸 시간이 짧았던 우리에게 이 신혼여행은 서로를 좀더 공부할 수 있는 보충수업 같았다. 제도 많았고 가끔 닥쳐오는 시험에는 어려운 문제도 있었다. 래도 무사히 완강할 수 있었던 건 '신뢰'와 '존중' 덕이었다고 생각한다.

여행 막바지에 접어들었을 무렵, 카페에 앉아 그동안의 여정에서 서로에게 감동받았던 포인트들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붑커>> 난 네가 이크 뒤에 탔을 때 한번도 소리지르지 않았던 점.

나>> 응? 그게 뭐야 하하.

붑커>> 빠르게 달릴 때라던지 큰 차들 사이로 좁은 길을 지날 때라던지, 무서울만도 한데 그만가자고 한적도 없고 조심 좀 하라고 다그친적도 없었잖아.

남편은 이크를 운전할 때 내가 온전히 자신을 믿어주는 게 느껴져서 고마웠다고 한다. 사실 나도 겁이 없는 편은 아니어서 놀라기도 잘 놀라고 무서울 땐 꺅꺅 소리를 지르기도 하는데 남편이 태워주는 바이크를 탔을 때는 왠지 그러면 안될 것 같았다. 왜냐면 일단 운전할 때 뒤에 탄 사람이 불안해 하거나 시끄럽게 하면 집중력도 트러지고 운전자도 불안할 것 같아서였다. 게다가 남편은 운전경력이 꽤 길지만 나는 면허도 없으니, 내가 '이거 조심해라 저거 조심해라 속도 좀 줄여라..'하며 훈수를 둘 입장은 아니기도 했다. 그래서 좀 위험해보여도 남편이 어련히 알아서 잘하겠지 생각하고 남편 등 뒤에 조용히 붙어 있었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바이크는 별탈없이 부드럽게 나아갔 나도 덩달아 무서움을 떨치고 라이브를 기게 되었다. 남편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고, 또 남편이 나에게 신뢰를 주는 사람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나>> 나는 싱가폴 공항에서 비행기 놓쳤을 때. 그 때 엄청 고마웠어.

싱가폴에서 발리로 가는 비행기를 타는 날. 이상하게도 에어아시아 체크인 카운터가 줄 서 있는 사람 하나 없이 텅 비어있었다. 등골이 쌔한 느낌으로 카운터의 직원분께 문의했더니,

"이 비행편은 이미 출발했습니다."

라고 하시는 게 아닌가. 장이 쿵 떨어지는 걸 느끼며 황급히 이메일을 확인해보았다. 세상에.. 며칠 전부터 에어 아시아에서 비행 시간이 앞당겨졌음을 메일로 알려주고 있었는데 여행에 정신이 팔려 확인하지 못했던 것이다. 비행기를 놓친 건 처음 있는 일이라 굉장히 당황스러웠던 데다 남편에게 너무 미안해서 나는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하며 그 자리에 얼어붙어 버렸다. 때 남편은 괜찮다며 날 먼저 다독여주었다.

붑커>> 찮아. 미안해하지마. 이 비행기를 놓쳐서 우리한테 더 좋은 일이 생길수도 있어.

그러고는 침착하게 항공사와 얘기했고 다행히 우리는 몇 시간 뒤에 출발하는 다음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겪어보니 비행기를 놓친 게 생각보다 큰일이 아니긴 했지만, 항공사의 연락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나를 질책할 법도 한데 오히려 나를 달래준 남편이 참 고맙다. 그가 옆에 있어서 항공사의 안내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초조하지 않고 안심이 되었던 것 같다. 이 역시 편이 내 감정을 배려해주고 '존중'해주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요즘 유행어가 있다. 정말 그렇다. 아무리 치고받고 싸워도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신뢰와 존중하는 마음이다. 이 두가지만 단단히 뿌리내려 있다면 어떤 어려움이 관계의 나무를 흔들어대도 휘어질지언정 뽑히지는 않는다. 오히려 비바람이 지난 후 더욱 강건해져 서로가 더 편해지고 사랑하는 마음도 커진다.


이번 여행을 통해 우리는 든든해진 사진첩과 풍성해진 추억 보따리 그 이상의 것을 얻었다. 상대방을 다 속속들이 알게 되고 각자의 내면도 돌아보면서 둘 사이의 톱니바퀴를 천천히 맞춰나가는 시간. 이심전심 서로의 소울메이트로 거듭나는 시간. 두달의 시간이 앞으로의 우리를 더욱 지혜롭게 해주리라 믿고 있다.


<소울메이트와 떠난 신혼여행>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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