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 쏘다니는 생활에 익숙해졌는데 이제 집으로 간다니 기분이 이상하다. 다음 행선지를 고민할 일은 당분간 없을, 정착을 목적으로 하는 이 마지막 비행이 낯선 감정들을 불러 일으켰다.
기장님의 멘트가 나오자 그제서야 아 집에 왔구나 하고 실감이 난다.
미묘하게 뒤섞여있던 그 날의 감정들 가운데 하나는 그리움이었다. 집에 가면 한동안은 느끼지 못할 방랑, 불안정, 자유로움. 이런것들이 얼마간은 멀리 두고 온 친구처럼 보고싶을 거다. 하지만 그리 오래지 않아 재회하게 될 것이다. 귀국하는 비행기에서부터 벌써 그리워지는 걸 보면 곧 다시 배낭을 챙기고 있을 우리의 모습이 이미 눈앞에 그려지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고마움이었다. 서툴고 가끔은 칠칠치 못한 나와 함께 먼 길을 다녀 준 남편에 대해. 우리의 여행을 응원해준 가족들에 대해. 길에서 우연히 마주쳤던 소중한 인연들에 대해. 크고 작은 발걸음이 만들어간 모든 시간들에 대해.
그리고 또 한 가지. 가슴속 수많은 감정들 사이, 제일 밑바닥에 살며시 숨어 있던 건 모순되게도 설렘이었다. 길고 짧은 여행을 다녀보았지만, 집으로 향하는 길은 조금이라도 공허하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좀 다르다. 오히려 더 바빠질 예정이라 그런지 일탈 후의 허탈감이나 복귀할 일상에 대한 지루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돌아가면 본격적으로 구직도 해야 하고 아직 구색을 덜 갖춘 집도 좀더 정리해야 한다. 앞으로의 결혼 생활에 있어 필요한 것들과 장단기 목표도 세워볼 예정이다. 이렇게 이번 여행은 잠깐의 휴식이나 도망이 아닌, 미래를 위한 준비운동과도 같았다. 이 비행기가 착륙하는 곳이 곧 새로운 시작점이기도 했기에 우리는 여전히 두근거리고 설렌다.
2022년 12월의 마지막 날, 인천공항에 내렸다.잊고 있던 고향의 겨울냄새가 훅 끼쳐온다. 이번 겨울이 유독 추웠다는데.두 달간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훈훈하게 덥혀진 몸이 고맙게도 금방 추위에 적응해준다. 그 동안 겹겹이 쌓인 추억으로 마음이 푸근했던 덕에 덜 추웠는지도 모른다.
코 끝이 시린 이런 날씨에는 팔팔 끓는 국물이 생각난다. 오랜만에 따끈한 콩나물국밥 한 그릇 먹어야겠다. 그 다음에는 오랫동안 찾지 않았던 동네의 카페에 앉아 남편과 함께 여행 사진을 넘겨보며 추억을 곱씹어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