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첫 캐녀닝을 할 때 필요한 것은?

신혼여행기 #20

by 소울메이트

오슬롭에서 산을 가로질러 세부 섬의 반대편으로 이동하면 모알보알에 도착한다. 모알보알은 거북이와 정어리떼를 볼 수 있는 바다투어와, 폭포에서 즐길 수 있는 캐녀닝으로 유명하다. 모든 투어를 다 해보기에는 시간이 충분치 않아 한 가지 투어를 골라야 했는데, 그동안 바다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으니 이번에는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계곡 캐녀닝에 도전하기로 했다.

모알보알 가는 길은 참 아름다웠다.

캐녀닝. 구명조끼와 헬멧을 쓰고 계곡에 풍덩풍덩 뛰어들어가며 꼬박 반나절 동안 산을 타는 액티비티이다. 당시 수영을 못했던 나는 조금 긴장이 되었다. 근데 막상 시작하고 보니 걱정할 건 전혀 없었다. 가이드의 안내를 따라 안전수칙을 잘 지키면서 움직이기만 하면 어려울 게 없다.

캐녀닝 장소는 알보알의 카와산 계곡이다.

열명 정도가 한 조가 되어 가이드 두세 분과 함께 출발하는데, 다른 팀과 중간에 만나기도 하고 가이드 분들도 우리조 너희조 할 것 없이 뒤쳐지는 사람이 없도록 잘 챙겨주신다. 간중간 사진과 동영상도 정성들여 찍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산을 타는 것은 익숙했기에 걱정 없었다. 다만, 내가 저 계곡에 뛰어들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계곡에서 하는 점프는 캐녀닝의 꽃이라 할 수 있다. 평소 다이빙은 커녕 수심이 깊지 않은 수영장에 뛰어 들 때에도 한참 망설여야 했던 나는 과연 이걸 할 수 있을지 의심이 들었다.

붑커>> 아래를 보지 말고 정면을 보고 그냥 앞으로 걸어가. 한발, 두발, 점프! 이렇게.

말이 쉽지요오..

카와산 계곡에는 크고 작은 일고여덟개의 점프스팟이 있다. 캐녀닝을 시작하고 30분도 안되어 그 중 첫 번째가 나타났다.

나>> 윽 할 수 있을까..?

실제 높이는 3미터도 안되어 보인다. 근데 막상 뛰어 내리려니 왜 이렇게 높아 보이는지. 다리가 딱딱하게 굳는 느낌이다. 하지만 이걸 안하고서는 캐녀닝을 도전한 의미가 없지! 나는 겁도 많지만 겁보다 욕심이 더 많은 타입이다.

그래, 욕심으로라도 뛰어 내리자.

나>> 꺄악!

와. 해냈다. 다소 멋없는 비명을 지르긴 했지만 스스로가 대견하다. 뛰고 보니 다음 것도 할 수 있겠다 싶었다. 허공에서 떨어지는 찰나에는 소름이 오소소 돋지만, 첨벙 물과 맞닿을 때의 기분은 짜릿하고 중독적이기도 했다. 남편이 자랑스럽다며 엄지를 척 세워준다. 특히 남편의 응원이 점프를 하는데에 큰 도움이 됐다.

좀더 높은 데서도 성공!
붑커의 깔끔한 점프.
가장 높은 점프도 성공한 붑커.
타잔처럼 입수하기.

캐녀닝을 할 때는 스스로에 대한 의심을 버리고 그 빈 자리에 한 가지, 용기만 잘 챙겨가면 된다. 데 뜻밖의 타이밍에 용기가 필요하게 됐다.

"뽀뽀해! 뽀뽀해!"

계곡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는데, 같은 조에서 캐녀닝을 하면서 가까워진 조원 친구들이 갑자기 뽀뽀를 하라는게 아닌가. 어떡하지. 공공장소에서 뽀뽀해 본 적 없는데..!

그러고 보면 그동안 우리가 유독 부끄러움이 많았던 것 같긴 하다. 몰디브에서도 다른 커플들은 사진 찍을 때 껴안는 건 기본이고 진한 키스도 서슴없이 하던데, 우리는 거의 손만 잡거나 어깨동무 정도만 했었다. 그럴 때마다, 꼭 뽀뽀를 해야 사진이 예쁜 건 아니지만 신혼여행까지 왔는데 그래도 달달하게 신혼 티 좀 낼 걸 그랬나 싶은 마음도 들었던 건 사실이다.

이 그래도 뽀뽀는 좀 부끄럽지 않나. 누가 떠밀어주지 않는 이상..

"뽀뽀해! 뽀뽀해!"

그러고 보니 지금 모두가 떠밀어주고 있잖아? 좋다. 이렇게 판을 깔아주었을 때가 바로 용기를 낼 절호의 기회일지도.

히히

우리의 인생 첫 캐녀닝은 유쾌게 마무리 되었다. 나에게는 더 이상 물이 두렵지 않게 된 계기가 된 날이기도 했다. 편은 이번 여행 중 찍은 사진 중에 최고는 바로 저 뽀뽀 사진이라고 했다. 에이 그래도 몰디브가 더 멋있지 않았나? 싶다가도 사진 속 남편의 표정을 보니 정말 그런 것 같다.

역시. 그 때 용기내서 뽀뽀하길 잘했다.



-여담-

캐녀닝을 하면서 좋은 친구들도 사귀었다. 그 중 한 필리핀 친구는 우리에게 필리핀을 여행하는 동안 열대과일 하나를 먹어 보라고 권했다. 육이 하얗고 껌 같은 느낌의 달큰한 과일이라고 했다. 후에 숙소 근처 마트에 가서 물어보니 없었고, 다음날 세부시티의 시장에서 찾을 수 있었다.

'구야바노' 라는 이름의 열대과일. 달고 맛도 있지만 건강에도 좋다고 한다. 잘 익은 구야바노는 만졌을 때 살짝 부드럽고 껍질이 갈색이다.
스타애플. 구야바노 사러 갔다가 맛나 보여 이것도 사 먹었다. 개인적으로 구야바노보다 맛있었다. 다 먹고 나면 하얗고 끈적한 즙이 손에 풀처럼 남아있다.



카와산 캐녀닝.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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