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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 Daehyun Nov 10. 2023

녀석들의 학교 탐험 - 2

녀석들은 현관문의 뚫린 창틈으로 꾸역꾸역 몸을 접어 넣었다. 차례차례.   


녀석들이 디딘 신대륙의 첫 느낌은 미끄럽고 따뜻했다. 녀석들의 학교에서는 전혀 볼 수 없었던 기름칠이 잘된 마룻바닥이었던 것이다. 녀석들 학교의 차가운 시멘트 바닥과는 차원이 다른 나무로 된 마룻바닥이 포근하게까지 느껴졌다.     


"우와! 이것 봐라!"

병헌이가 복도 바닥에 발을 연신 비비며 감탄했다.     


"음... 역시 여자 학교는 다르군!"

민수는 쓸데없이 감동을 잘 받는다.     


"야! 올라가 보자."

사리판단이 정확하고 빠른 정재가 한마디 하자 모두 고개를 위로 들었다.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녀석들을 맞이했다. 녀석들은 한 줄로 마룻바닥으로 된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 누구도 말하지 않았지만 모두 알고 있다는 듯 최대한 조용히 발을 옮겼다.     


"2층으로 가까?"

"3층에 가보자."     


처음 들어와 본 여자중학교.     

녀석들은 괜히 마음이 들떴다. 3층까지 올라온 녀석들은 천천히 복도의 가운데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아무 이유도 없이 가야 하는 목적지도 없이 그냥 돌아다니고 있는 중이다.     


"어? 여기 열려 있다!"     

복도 중간에 있는 교실의 문이 조금 열려 있었다. 녀석들의 눈은 반짝였고 심장은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들어가 보까?"

"들어가 봐야지."     

녀석들은 문명이 발달한 낯선 도시에 처음 구경 온 사람들처럼 그 교실의 모든 것을 특별하게 느꼈다.          


"와! 이게 책상보라는 거구나! 역시 여자들은 다르네!"

민수가 하얀 천으로 덮인 책상 앞에 앉아 감동하기 시작했다.     


"맞제...!"

종국이가 감탄하며 맞장구를 쳤다.     


"오! 방석도 쓰네. 내 전에 만화책에서 봤는데, 좋아하는 여학생이 쓰는 방석에 앉아서 공부하면 시험에 합격한다 하더라."

종국이가 소녀취향의 방석이 깔린 걸상에 앉으며 신기해했다.     


"와? 가져갈라고?"

병헌이가 실실거리며 놀린다.     


"누가 가져간다 하드나? 임마 이거 웃기네."

종국이도 세게 나온다.     


"여기 봐바. 슬램덩크다. 와...! 여자들도 이런 만화책 보는갑다."

진희가 화제를 돌린다. 손엔 창가 쪽 책상 서랍에서 꺼낸 슬램덩크 만화책이 들려있다.   


"몇 권이고?"

"7권."

"내 그거 봤다. 정대만 진짜 멋지드라."

"맞제! 선생님! 농구가 하고 싶어요! 캬! 죽이지 않나?"

"그래도 나는 송태섭이 제일 좋더라."

"윤대협이 최고지!"     

녀석들은 자주 가는 만화방에 온 것처럼 슬램덩크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녀석들이 떠들고 있는 이곳은, 

방학이라 문이 잠긴 여자중학교의 3층 가운데 있는 교실 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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