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여자중학교는 녀석들이 자주 공 차러 가는 곳이다.
분홍여중 운동장에서 담을 넘으면 바로 초록외국어고등학교와 큰산전문대학교로 갈 수 있다. 그리고 정문으로 내려와서 바로 왼쪽엔 녀석들이 졸업한 작은산초등학교가 있다. 지금 녀석들이 다니는 학교는 큰산전문대학교 운동장을 지나 담 하나 넘으면 나오는 파랑중학교다.
농구는 초록외국어고등학교에서, 다른 팀과의 축구시합은 큰산전문대학교에서, 그냥 녀석들끼리의 공놀이는 분홍여중이 그 무대가 되었다.
콧물이 나는 겨울 어느 날, 녀석들은 분홍여중 운동장에서 축구를 했다. 축구가 시들해질 때쯤 마침 종국이가 축구공을 멀리 차버렸다. 운동장이 학교 건물보다 높아서 종국이가 찬 공은 학교 건물 앞으로 떨어졌다.
"야! 쫑국이 니가 주워온나!"
병헌이가 톡 쏜다.
"많이 찼다. 그냥 공 주워서 내려가자."
"그래. 가자."
종국이와 녀석들은 운동장에서 내려와 공을 찾으려고 학교 앞을 어슬렁거렸다.
"어! 공 저기 있네!"
"맞네. 주워 온나!"
"야!"
진희가 목소리를 낮춰 친구들을 불렀다. 녀석들은 진희를 보았고 진희는 눈을 돌려 한 곳을 가리켰다. 녀석들은 진희가 쳐다보는 곳을 바라보았다.
학교의 현관문은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었으나 그 현관문의 창 하나는 유리가 없이 뚫려 있었다. 녀석들의 눈은 그 뚫린 창에 모여들었다.
"드가 볼래?"
"야! 괜찮겠나?"
"들어가 보자."
"툭!"
축구공은 혼자 구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