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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 Daehyun Jan 05. 2024

가정방문 - 2

허동백 선생님은 바쁜 업무를 처리하고 교무실을 나선다. 지난 주부터 가정방문주간으로 하루에 다섯 가정씩 찾아보고 있다.

"허동백 선생님, 오늘은 어디로 가세요?"

옆반 박보영 선생님이 허겁지겁 교무실을 나서는 허동백 선생님에게 묻는다.

"오늘은 연꽃밭시장 쪽으로 가요. 어.. 보영 선생님은 어디로 가세요?"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보영 선생님 앞에서 허동백 선생님은 우물쭈물 하고 있다.  

"저도 어제 연꽃밭시장 쪽에 다녀왔어요. 저는 오늘 8동 쪽으로 가요."

"네.. 가정방문 다니시느라 힘..드시지요?"

"좀 그렇긴해도 재미있는 것 같아요. 애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알게되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요."

"아..! 맞아요."

박보영 선생님은 가방 앞주머니 속에서 청포도사탕을 하나 꺼내 건넨다.

"오늘 힘내세요. 허동백 선생님!"

"어…! 고맙습니다. 잘 먹을게요. 보영 선생님도 힘내세요!"


연꽃밭시장.

저녁 찬거리를 준비하려는 분주한 손님과 상인들 사이에서, 학생들 집주소를 적어둔 종이를 보며 이집 저집을 들르는 허동백 선생님.


어둑어둑해진 거리에서 허동백 선생님은 자신의 집이 있는 골목으로 들어선다. 피곤하지만 발걸음이 가볍다.


집에 들어온 허동백 선생님은 씻고, 밥상을 차린다. 작은 반상에는 고봉밥 한 그릇, 계란 후라이 2개, 참치캔 하나, 그리고 김이 올라있다.

 

"어머님, 저도 부족한 선생이지만, 아이들 열심히 가르치겠습니다. 이것 받으면 아이들 앞에서 부끄러워서 제대로 가르칠 수 없습니다."


허동백 선생님은 밥상 앞에 앉아 오늘 제자들의 부모님들께 드렸던 말씀을 떠올리며 씨익 웃는다. 선생님께 '참 잘했어요' 도장을 받은 아이의 얼굴처럼 행복해 보인다. 크게 뜬 따뜻한 밥 한 숟가락을 입에 넣고, 김이 솔솔 나는 계란 후라이를 한 젓가락 잘라 물고, 고소한 참치 한 덩이를 입 안에 쏙 넣는다.

"우와~ 맛있다!"

기지개를 펴듯 몸을 쭈욱 펴며 저녁 만찬을 즐기는 허동백 선생님의 뒷모습이 정겹다.


그리고

책상 위 양손을 앞으로 펴고 멋진 태권도 품새를 펼치고 있는 태권브이 프라모델 두 손 위에 올려두는 청포도 사탕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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