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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는 Apr 12. 2023

음악 에세이_02 이 물의 깊이 온도는 날 위해

과거의 나에서 미래의 나로

I'm moving slowly in the water with you.

CIFIKA - WATER

나는 나를 잘 알까?


나를 그대로 마주하기란 어렵다. 나는 나와 제일 가까우면서도 나의 언어로 무수히 재생산된다. 그래서 정작 본인인 나조차도 나를 바로 알지 못한다.


우리는 일상을 지내며 나와 싸우고 나와 타협하며 살아간다. 매 순간 나를 위한 최선의 선택을 내리고, 가끔은 과거의 내 선택 때문에 후회하고 주저앉기도 한다.


그러나 확실한 건 성장하기 위해 우리는 과거의 나와 화해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나를 마주해야 한다. 때론 그것이 괴롭더라도 직면하고 인정해야 한다.


I'm moving slowly in the water with you
(나는 물속에서 너와 천천히 움직이고 있어)
I've been thinking in my head we're up in the air
(머릿속으로 우리가 공중에 떠 있다고 생각해)
Baby, I believe in you and the things you do
(나는 너와 네가 한 일들을 믿어)
Tell me all your plans and pictures, so that it comes true
(내게 너의 모든 계획과 그림을 말해줘, 그게 이루어지도록)

이 물의 깊이 온도는 날 위해
아무 이유 없이 햇빛이 날, yeah, yeah, yeah
Baby, 넓은 바다도 너도 말이 없어
Baby, 너는 없대도 난 할 말이 있어

내 마음을 감출 수가
내 미래를 전혀 알 수가
내 마음을 감출 수가
내 미래를 전혀 알 수가


씨피카의 <Water> 속 두 화자는 물에서 유영한다. 물은 엄마의 자궁처럼 안전하게 느껴지는 곳이다. 하지만 가만히 머무르면 아래로 가라앉는 위험한 곳이기도 하다. 나르키소스는 수면에 비친 제 모습에 반해 자신을 잃는다. 물속의 나에게 빠져버리면 물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하지만 물속의 나를 바라보는 ‘또 다른 나‘가 있다. 이 ’또 다른 나‘는 ‘현재의 나’다. 현재의 나는 과거의 나를 다독인다. 너 자신과 네가 한 모든 일들을 믿고 있는 나. 그리하여 가라앉지 말고 계속해서 헤엄치라고 말하는 나.


가끔 불확실한 내 미래를 알 수 없어 터져 나오는 감정을 감출 수 없다. 가만히 물에 머무를 테니 나를 그대로 내버려두라 한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너의 계획들을 들려달라는 내가 있다. 내게 빠져나오라고 재촉하지 않고 그저 너를 믿으니 나와 함께 유영하자는 내가 있다.


I'm breathing slowly in the water

우리는 힘든 과거에서 벗어나기 위해 과거의 나를 부정하곤 한다. 하지만 과거의 나도 나다. 과거의 내가 없었더라면 지금의 나도 없다. 과거의 나는 그 시점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며 생을 이어 왔다. 그 선택이 최선의 결과를 낫진 않았더라도 말이다.


그런 과거의 나를 미워하거나 외면하기보단 당시 힘들었던 나를 객관적으로 보고 격려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Water> 속 두 화자도 함께 물속에서 천천히 숨 쉬고 있다. 다만 이 유영은 정체가 아니다.


물 안에서도 우리는 머무르지 않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그리하여 살아간다. 알 수 없는 미래를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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