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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 시 작 Feb 21. 2024

6살 아이에게 칭찬받은 날

- 그건 나 -

차곡차곡 일상

사진은 6세 때의 '나'다.


내 책상에는 늘 두 개의 내가 있다.

하나는 색동한복을 입은 6세 아이. 또 하나는 제주도 신혼여행에서 웃고 있는 이십 대 중반의 여성이다.


매일 보는 사진인데 오늘따라 '어린 나'가 눈에 들어온다.

한복 동정이 따가워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그날은 사진 찍느라 입었나 보다. 기억을 더듬어보건대 엄마의 무언의 압력이었을 것 같다. 약간 인상 쓰고 있는 건 입기 싫은데 억지로 입어야 하는 어린 나의 소심한 반항이었을 테고.


요즘, 지나간 나를 돌아보고, 그 속에서 나를 찾아 다가올 날들을 나답게 살자는 말을 자주 접한다.


과거의 기억이 다 난다고 할 순 없지만

아무것도 모르고 공부만 했던 10대. 그렇다고 완전 잘했냐 하면 그건 절대 아니다. 나에게 맞는 일을 찾느라 이리저리 방황했던 20대 그리고 출산과 육아와 일로 바빴던 30대와 40대가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그땐 나를 찾기는커녕 잠시 돌아볼 여유도 없었다.


사진 속 아이에게 묻는다.

무얼 좋아하는지, 살면서 언제 힘들었는지, 버티는 힘은 뭐였는지. 하나 덧붙인다. 요즘 관심거리가 무엇인지도.


아이가 말하기를!

빵 좋아하고, 서른 살 즈음의 신(新) 보릿고개가 무척이나 힘들었는데... 그래도 너를 믿고 적극적으로 나댄 게 힘이었다고. 요즘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관찰하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이다. 그러니 오늘도 내일도 호기심 어린 눈으로 웃으며 뚜벅뚜벅 나아가라고.


혼자 은근 우쭐해진다.

6살의 나에게 칭찬과 격려와 조언을 받다니.


세월이 흘러 그 아이가 어느새 지천명을 넘어섰다.

머리엔 하얀 줄무늬가 날로 선명해진다.  살아온 흔적을 보여주듯이.


*오늘의 단어는 아이 こども(고도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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