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 시 작 Jul 30. 2024

갈비탕 기름을 걷어내다 녹고 있는 빙하가 생각났다...

- 과학에 문외한인 한 사람의 지구 걱정 - 

며칠 전의 일이다. 

감기몸살이 좀 심하게 와서 열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컨디션이 그리 좋지 않았다. 몸이 안 좋아 그런 건지 약이 세서 그런 건지 잘은 모르겠으나 몸이 슬라임같이 흐물흐물거렸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슬라임은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촉감으로 심리적 안정을 주나, 내 몸 상태는 흐느적거려 심리적 불안을 준다는 거다.  


둘 다 나가고 없는 오전 10시, 냉장고에도 식탁에도 눈 씻고 찾아봐도 먹을 게 없었다.  비움의 미학을 몸소 실천하는 나 자신이 이리 야속할 수가 없었다. 힘이 나는 음식이 뭐가 있을까? 갑자기 갈비탕이 생각났다. 갈비를 사다 핏물을 빼서 삶고 청양고추 넣어 끓이자 라고 생각한 순간. 아이구~ 일이 복잡하고 번거로웠다. 밖을 내다보며 끓인다 안 끓인다 사이에서 계속 고민하다 끓이자 승. 끓여놓으면 다른 반찬은 안 해도 되니 은근 괜찮겠다는 생각으로 기운 것이다.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갔다. 아 그전에 뭘 좀 먹자 라는 생각에서 써브웨이에 들어갔다. 난 기분이 좋거나 몸이 힘들 때 샌드위치를 먹는 버릇이 있다. 단전에 힘을 모아 직원분에게 주문사항을 전달했다.


"참치 15센티요 빵은 허니오트로 주시구요 치즈는 슈레드요~ 문제는 다음이었다. 야채는 할라피뇨와 피클만 빼주시고, 소스는 스위트어니언만 주세요."


반으로 잘 접힌 두툼한 샌드위치와 갈비를 한 손에 하나씩 들고 터덜터덜 집으로 향했다. 


우선 핏물제거를 위해 갈비를 물에 담그고 샌드위치 포장을 펼쳐 크게 한 입 베어 물었다.

평소와 다른 이 메마른 참치샌드위치 맛은 뭐지? 이런, 빵 사이를 펼쳐보니 야채는 할라피뇨와 피클뿐이고 소스는 아예 들어 있지 않았다. 직원분이 반대로 넣었군... 이 분도 나처럼 몸이 안 좋은 상태로 출근했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서 야채와 소스를 채워올까 하다 그럴 만큼 기력이 남아 있지 않아 그냥 먹었다. 우적우적. 덕분에 냉장고 한 구석에 자리 잡고 있던 콜라를 따 마셨으니 새로운 맛의 조합이로세~ 다음번엔 주문할 또박또박 큰 소리로 말해야겠다 싶었다.


그 사이 핏물 빠진 갈비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 번 삶아 버리고 청양고추를 넣어 끓이기 시작했다. 날 더운데 왠 사서 고생이냐며 혼자 투덜대다 시계를 보니 거의 5시가 다 되어 갔다. 모처럼 일찍 사람 "몸도 좋은데 이런 했어"라지만 눈은 이미 보양식에 가 있었다. 미래의 알약식사를 간절히 바라는 '나'이지만 그래도 남편과 아이가 맛있게 먹으니 뿌듯하더라



갈비탕 위에 하얗게 낀 기름막을 보며 녹고 있는 빙하가 생각나 찍은 사진

다음날 아침 냉장고에 넣어둔 갈비탕 뚜껑을 열었다. 예상대로 기름이 하얗게 껴있었다. 숟가락으로 기름을 걷어냈다. 그 모습이 녹고 있는 빙하를 연상케 했다. 이 기름은 조금씩 없어질수록 맑은 국물이 보여 좋은데 점점 녹고 있는 빙하는 어찌할꼬. 얼음덩어리도 녹고 두꺼운 얼음이 갈라지며 북극곰들이 엉거주춤하게 서 있는 걸 뉴스에서 접할 때마다 마음이 참 안 좋다. 북극곰들은 자신의 거처가 점점 없어지고 있는 그 이유를 알까?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이 친구들의 아지트를 점점 넓혀주지는 못하더라도 더 이상 불안에 떨게 하진 말아야지!

"2~3 정류장은 걸어 다니고 에어컨도 가급적 틀지 말고 안 쓰는 전등은 바로 끄고 물도 더 아낄 것!"

집에 돌아온 가족들에게 한 번 더 강조해서 설파한 순간 이네들이 한 마디 한다. 

"이 더운 날 열심히(?) 걸어 다니고 냉방기를 돌같이 보듯 해서.. 그래서 몸살난 거 아닐까?!"

... 할 말이 없다.


내 건강과 북극곰의 안녕을 위해 적정선을 다시 생각해 봐야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