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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운이 좋아 '러키비키'

- 원영적 사고로 재활용쓰레기를 내놓다 -

by 일 시 작 Sep 09. 2024

우리 아파트는 금요일 아침부터 토요일 아침까지 재활용쓰레기 분리배출이 가능하다,  원랜 금요일 낮 12시부터였는데 부지런한 어르신들이 많아 일찍 내놓으시는 덕(?)에 언제부턴가 아침 8시부터 그것들이 쌓여갔다. 경비아저씬 무척이나 힘드실 텐데 그래도 어르신들 편의가 먼저라 생각하시는지~ 불과 얼마 전까지 이어졌던 찌는 듯한 한 더위에도 경비아저씨는 줄줄 흐르는 땀 사이로 옅은 미소만 보이며 정리를 하고 계셨다.  나 역시 일찌감치 재.쓰. 를 버리고 '아이스크림 왕국(집 근처에 있는 가게 이름이다)'으로 달려가 누가바를 사서 아저씨에게 건네드리곤 했다.




모아 놓은  재활용쓰레기를 보며 버릴 순서를 생각하다 찍은 사진 모아 놓은  재활용쓰레기를 보며 버릴 순서를 생각하다 찍은 사진 


지난주 금요일 아침.

1번~4번의 재활용쓰레기들을 보고 문 밖에서 궁리 중이었다. 참고로~

1번 - 플라스틱과 병, 알루미늄 등이 모여있음. 오래된 프라이팬을 넣었더니 손잡이가 쑥 튀어나오고 무게감도 꽤 느껴지는 묵직한 상자가 되어 버렸음.

2번 - 신문과 종이들

3번 - 각종 상자들. 4번 공간이 비좁아 생수병 몇 개를 여기에 포함시킴

4번 - 생수병들

어떻게 하면 한 번에 들고 1층까지 내려갈까를 궁리 중이었다. 손가락이 열 개나 되는데 뭐 이깟걸로 고민하냐 싶겠지만 이날따라 1번 상자가 꽤 무거워 손 배분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1번에 왼손을 맡기고 다른 손으로 2번과 4번을 잡았다. 음 3번이 문제다. 무겁진 않지만 손이 없다. 

방법을 바꿔 이번엔  3번 위에 2번과 4번을 올렸다. 균형이 안 맞았는지 생수병이 다 튀어나와 우당탕탕 소리를 냈다. 살짝 스트레스다. 한 번에 일을 끝내고 싶은데...

잠시 고민하다 결정했다!


"두 번 왔다 갔다 하지 뭐" 혼자 중얼거렸다.

순간 '노동이 운동이 될 수 있다'라는 인과관계를 정확히 알 순 없지만 마음가짐을 달리 하는 것만으로도 확실한 몸의 변화가 나타난다는 미국대학의 연구진에 대한 신문기사가 생각났다. 우선 2, 3, 4번을 들고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다시 올라와 '이번엔 1번 너 차례다'라고 외치며 두 손으로 번쩍 상자를 들어올렸다.


조금 전의 스트레스가 사라졌다. 한 번에 모두 갖고 내려가면 덜 번거로운 장점은 있겠으나, 달리 생각하면 꼭 한 번에 무리하게 다 끌고 내려갈 필요는 없다. 그리 바쁜 날도 아니었고 무리하게 끌고 내려가다 손가락이 더 아파지면... 이건 아니지. 뭣보다 중요한 게 건강이니까! 게다가 번으로 나눠 내려놓으니 오히려 마음의 여유가 생겨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걸어서 올라왔다. 




요즘 부정적 상황에 맞닿뜨렸을 때 기왕 이렇게 된 거 나에게 이익이 되는 부분을 더 크게 의지하자는 원영적 사고가 부각되며  '러키비키(운이 좋은 상황에서 쓰는 말)'라는 신조어까지 유행하고 있는 것 같다. 억지로 좋은 점만 보라는 게 아니라 스트레스받는 상황이 나에게 주는 긍정적, 부정적 영향을 이해하고  긍정적인 면을 '선택'하자는 뜻일 것이다. 사소한 일에도 별것 아닌 상황에도 긍정적인 마인드셋은 단단한 내 머릿속을 말랑말랑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조금씩조금씩.


이렇게 말하면서도 다음번 재활용쓰레기 분리배출 할 때 난 또 한 번에 내다 놓을 방법을 찾으려 머리를 굴리겠지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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