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파트는 금요일 아침부터 토요일 아침까지 재활용쓰레기 분리배출이 가능하다, 원랜 금요일 낮 12시부터였는데 부지런한 어르신들이 많아 일찍 내놓으시는 덕(?)에 언제부턴가 아침 8시부터 그것들이 쌓여갔다. 경비아저씬 무척이나 힘드실 텐데 그래도 어르신들 편의가 먼저라 생각하시는지~ 불과 얼마 전까지 이어졌던 찌는 듯한 한 더위에도 경비아저씨는 줄줄 흐르는 땀 사이로 옅은 미소만 보이며 정리를 하고 계셨다. 나 역시 일찌감치 재.쓰. 를 버리고 '아이스크림 왕국(집 근처에 있는 가게 이름이다)'으로 달려가 누가바를 사서 아저씨에게 건네드리곤 했다.
모아 놓은 재활용쓰레기를 보며 버릴 순서를 생각하다 찍은 사진
지난주 금요일 아침.
1번~4번의 재활용쓰레기들을 보고 문 밖에서 궁리 중이었다. 참고로~
1번 - 플라스틱과 병, 알루미늄 등이 모여있음. 오래된 프라이팬을 넣었더니 손잡이가 쑥 튀어나오고 무게감도 꽤 느껴지는 묵직한 상자가 되어 버렸음.
2번 - 신문과 종이들
3번 - 각종 상자들. 4번 공간이 비좁아 생수병 몇 개를 여기에 포함시킴
4번 - 생수병들
어떻게 하면 한 번에 들고 1층까지 내려갈까를 궁리 중이었다. 손가락이 열 개나 되는데 뭐 이깟걸로 고민하냐 싶겠지만 이날따라 1번 상자가 꽤 무거워 손 배분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1번에 왼손을 맡기고 다른 손으로 2번과 4번을 잡았다. 음 3번이 문제다. 무겁진 않지만 손이 없다.
방법을 바꿔 이번엔 3번 위에 2번과 4번을 올렸다. 균형이 안 맞았는지 생수병이 다 튀어나와 우당탕탕 소리를 냈다. 살짝 스트레스다. 한 번에 일을 끝내고 싶은데...
잠시 고민하다 결정했다!
"두 번 왔다 갔다 하지 뭐" 혼자 중얼거렸다.
순간 '노동이 운동이 될 수 있다'라는 인과관계를 정확히 알 순 없지만 마음가짐을 달리 하는 것만으로도 확실한 몸의 변화가 나타난다는 미국대학의 연구진에 대한 신문기사가 생각났다. 우선 2, 3, 4번을 들고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다시 올라와 '이번엔 1번 너 차례다'라고 외치며 두 손으로 번쩍 상자를 들어올렸다.
조금 전의 스트레스가 사라졌다. 한 번에 모두 갖고 내려가면 덜 번거로운 장점은 있겠으나, 달리 생각하면 꼭 한 번에 무리하게 다 끌고 내려갈 필요는 없다. 그리 바쁜 날도 아니었고 무리하게 끌고 내려가다 손가락이 더 아파지면... 이건 아니지. 뭣보다 중요한 게 건강이니까! 게다가 두 번으로 나눠 내려놓으니오히려 마음의 여유가 생겨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걸어서 올라왔다.
요즘 부정적 상황에 맞닿뜨렸을 때 기왕 이렇게 된 거 나에게 이익이 되는 부분을 더 크게 의지하자는 원영적 사고가 부각되며 '러키비키(운이 좋은 상황에서 쓰는 말)'라는 신조어까지 유행하고 있는 것 같다. 억지로 좋은 점만 보라는 게 아니라 스트레스받는 상황이 나에게 주는 긍정적, 부정적 영향을 이해하고 긍정적인 면을 '선택'하자는 뜻일 것이다. 사소한 일에도 별것 아닌 상황에도 긍정적인 마인드셋은 단단한 내 머릿속을 말랑말랑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조금씩조금씩.
이렇게 말하면서도 다음번 재활용쓰레기 분리배출 할 때 난 또 한 번에 내다 놓을 방법을 찾으려 머리를 굴리겠지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