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 시 작 Jul 01. 2023

살면서 처음 겪은 황당한 일::~

- 샌들 윗부분이 날아갔다 -

차곡차곡 일상


(시계를 되돌려 어제 아침 9시)

난 수업이든 모임이든 회의든 안 가면 안 갔지 지각은 하지 않는 편이다. 이 또한 약속 한 시간 전부터 가서 기다리는 아부지의 영향 때문이다. 

하지만 어제 회의엔 지각했다.

생전 처음 겪은 이 일로 인해...




짧고 긴 시곗바늘이 각자의 룰에 맞춰  9시를 향해 갔다. 

코로나가 끝나고 모처럼 열리는 강사회의. 그 사이 신규강사도 꽤 들어온 듯하여 기대감과 설렘에 일찌감치 준비를 끝냈다. 회의는 10시. 30분 거리를 한 시간 잡고 나왔다. (가깝긴 하나 갈아타야 하니) 마음은 여유롭고 발걸음은 가벼웠다.


버스를 갈아타기 위해 내디딘 순간 헉! 발걸음이 가벼운 게 아니라 진짜 발이 가벼워졌다. 


발등 덮개 부분과 끈만 달린 내 샌들의 덮개가 날아가 버린 것이다. 끈이 떨어지는 게 보통인데...(이 역시 보통이라 하긴 뭣 하지만 두 가지 경우를 놓고 본다면 그렇단 얘기다) 이런... 외관상 신발의 반이 없어졌다. 내 발도 너무 놀라고 멋쩍어한다. 발을 달래며 횡단보도를 건넜다. 


구두수선집이 있으나 아직 오픈 전이고, 주위를 둘러보니 은행과 편의점, 자동차 대리점뿐이었다. 평소에 눈에 띄던 신발집은 다 어디 가고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더니 딱 맞는 말이다. 땀과 함께 손목에 꼭 붙어있는 시계가 9시 20분임을 알려준다. 이때만큼은 영화 속 주인공이길 바랐다. 감독이 만든 신(scene) 안에서 그의 사인대로 움직이면 되는. 하지만 지금은 실제상황이다. 당황스러움을 접고 발등이 훤히 드러난 내 발과 잠시 의논했다. 


그래! 우리 우선순위를 정해보자. 

일단 담당자에게 사정을 얘기하고 집에 돌아가 신발을 갈아 신자. 그리고 지각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한 교통수단을 이용하자


~~


생각보다 빨리 잡힌 택시 안에서 "그럴 수도 있죠"라는 연세 지긋한 기사님의 위안에 조금씩 안정을 되찾았다. 회의실 문 역시 10분 늦은 나와 내 발을 여유 있게 맞아주더라.


P.S. 

1. 이 상황은 불과 한 시간 사이에 벌어진 일입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을 떠올리며 진짜 돌아갔어요::~ 기록해 놓으니 참 어이없고 황당한 제 인생의 한 페이지가 되네요 하하~ 

2. 다낭 여행기를 먼저 쓰려했는데 갑자기 어제 일로 순서가 좀..~~ 이게 우리네 삶인가 봅니다.


* 오늘의 단어는 신발 くつ(구츠), 

샌들 サンダル(산다루)입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