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1/10 “오늘도 늦는다”

by 허당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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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1/10 “오늘도 늦는다”

아침 7시 30분.

“엄마, 양말 어디 있어?”

“엄마, 오늘 현장수업이라고 했잖아. 도시락!”

워킹맘의 하루는 전쟁이다. 아이 둘을 등교·등원시키고, 가방 챙기고, 도시락까지 부랴부랴 준비했다.

겨우 현관문을 닫고 나왔을 때, 이미 땀은 목덜미를 타고 흘렀다.

지하철역으로 뛰어가며 속으로 중얼거린다.

“오늘은 제발 평온하게 출근하게 해줘…”

하지만 역에 들어서자마자 들려오는 안내 방송.

“현재 전장연 시위로 인해 열차가 지연되고 있습니다.”

그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다.

“또야… 또…”

휴대폰을 꺼내 상사에게 메시지를 작성한다.


팀장님, 죄송합니다. 오늘도 지하철 지연으로 조금 늦을 것 같습니다. 최대한 빨리 도착하겠습니다.

손끝이 떨린다. 문장은 최대한 공손해야 한다.

‘죄송합니다’는 넣었나? ‘최대한 빨리’ 강조했나? 혹시 변명처럼 들리진 않을까?

보내고 나서도 마음은 무겁다.

“왜 이렇게 매번 변명하는 사람 같지…”

지하철 플랫폼에서 사람들은 한숨을 쉬고, 그녀도 그 무리에 섞여 깊은 숨을 내쉰다.

아이들을 챙기느라 이미 체력은 바닥, 회사에 늦는다는 압박감은 머리를 짓누른다.

“내가 뭘 잘못했지? 그냥 평범하게 살고 싶은데…”

열차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지만, 마음속 스트레스는 여전히 멈추지 않는다.

그때, 옆에서 휠체어를 탄 남자가 조용히 말한다.

“오늘도 늦으시죠? 저희는 매일 늦습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멈췄다.

그의 눈빛은 담담했지만, 그 안에 쌓인 세월이 보였다.

“매일 늦는다… 왜?”

내 아이가 태어난후, 장애를 알게 되었다.

그때 나는 알았다. 혼자였을때, 내주변에 장애인이 없을때는 몰랐고, 지금은 안다.

지하철은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라, 그들의 세상과 연결되는 유일한 길이라는 걸.

국회는 멀다. 뉴스는 잠깐.

하지만 출근길 지하철은, 모두가 매일 지나가는 길목이다.

그 길에서만, 그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나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깊게 숨을 쉬었다.

“오늘도 늦는다. 하지만 이제는 이유를 안다.”

오늘도, 나는 그들을 멀리한체로, 전쟁터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