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11/13 워킹맘과 승진

by 허당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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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그 칸에 내 이름은 없었다.

승진자 명단이 떠 있는 모니터를 바라보는 동안, 주변의 박수 소리가 멀어졌다.
팀장의 목소리만 유난히 또렷하게 들렸다.

“올해 승진자는—”

나는 이미 알았다.
이번에도 아니란 걸.

실적은 최고였다. KPI도 만점이었다.
그런데도, 나는 알아버렸다.

회식 불참. 야근 불참. 주말 행사 불참.
육아란 이름의 두 번째 직장 때문이다.

회의실 문을 벗어나자마자, 뒤에서 누군가 쑥덕거렸다.

“역시… 애 키우면서 승진은 힘들지.”
“회사에 올인 못 하면 어렵지 않냐?”

그 말들이 내 뒤통수를 찍고 지나갔다.

팀장이 내 옆을 지나며 툭 던졌다.

“실적은 좋았어요. 그런데… 리더십이 부족해요.”

순간, 웃음이 새어 나왔다.
비웃음도 아니고, 체념도 아니고… 그냥, 허탈한 웃음.

‘리더십?
회식 참석률, 야근 횟수, 주말 워크숍 참가가 리더십이라면…
난 죽어도 리더 못 하겠네.’

숨이 막혀 화장실로 도망쳤다.
그때, 문 밖에서 들린 목소리.

“도 과장님, 이번에도 승진 못 했대?”
“응. 실적은 좋은데… 애 엄마잖아. 이직도 어렵고, 여기 계속 다닐 수밖에 없대. 팀장이 그러더라? 승진 안 시켜도 어차피 묶여 있다고.”

순간, 심장이 ‘턱’ 하고 내려앉았다.

그래. 알고 있었지.
내가 움직일 수 없다는 걸,
내가 선택지를 많이 갖지 못했다는 걸,
회사도, 사람들도.

아이에게 연락이 오면 나를 찾고,
아이 열이 나면 회사는 내 책임을 묻고,
사회는 내가 희생하는 걸 당연히 여겼다.

출산 전엔 팀장이었지만
육아휴직 2년 후, 보직 해제.
그리고 그 뒤로는 기회조차 없었다.

이유는 하나였다.
‘개인사가 많다.’

아주 간단하게,
아주 잔인하게.

남편은 회의 중이라 못 오고,
시댁은 바쁘다 했고,
결국 나는 늘 혼자 종종거렸다.

‘내가 선택한 길이니까 버텨야 해.’

수백 번 다독여 봤지만,
그 말은 점점 힘을 잃어 갔다.

나도 일하고 싶었는데.
나도 커리어 키우고 싶었는데.
아이와 회사, 둘 다 품고 싶었는데.

하지만 세상은 말하더라.

“둘 다는 어려워.”

퇴근길.
핸드폰 너머로 들린 아이 목소리.

“엄마 언제 와?”
“금방 가.”

그 말 한마디에 울컥했다.

오늘 회사의 문은 닫혔지만,
내가 열어야 할 문은 집에 있었다.

집 문을 열면,
아이가 환하게 웃으며 내게 달려올 것이다.

나는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괜찮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버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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