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11/10 종종거리는 하루

by 허당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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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1/10 종종거리는 하루

전장연 시위로 지하철이 늦었다. 회사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첫 미팅이 끝나 있었다. 다들 30~40분은 일찍 올수 있는 환경을 갖은 사람들, 나만 워킹맘. 세상의 워킹맘들은

숨을 고를 틈도 없이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켰다.

‘급한 것부터 처리하자. 보고서, 발주 확인, 메일 답변…’

손가락은 빠르게 움직였지만, 머릿속은 이미 지쳐 있었다.

그때 전화가 울렸다. 화면에 뜬 이름은 어린이집.

심장이 철렁했다.

“네, 선생님.”

“어머니, 아이가 열이 좀 있어요. 38도 넘어요.”

순간, 세상이 멈춘 것 같았다.

‘또… 또 아픈 거야?’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창밖을 바라봤다. 머릿속은 이미 계산 중이었다.

‘남은 연차… 있지? 오늘 쓸 수 있을까?’

급히 팀장에게 슬랙을 보냈다.

“죄송합니다. 아이가 아파서… 오후 반차를 쓰겠습니다.”

답장은 짧았다. 아픈 아이라는 사실, 장애아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아이가 아프다고 하는데, 그도 아빠인데, 어디가 아프냐, 언릉 가보라는 그런말도 없이

“네.”

그 짧은 글자 속에 담긴 무언의 압박이 나를 더 작게 만들었다.

주변에 사는 시댁 식구들한테 전화 돌렸다 – 누구도 시간 없다

나는 시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머니, 혹시 오늘 아이 좀 봐주실 수 있을까요?”

“아이고, 미안하다. 나 병원 예약이 있어서…”

시누이에게도 걸었다.

“언니, 혹시…”

“오늘은 안 돼. 지금 가게 나왔어. 주문이 많아서 지금 바뻐”

마지막으로 남편에게.

“여보, 아이 열이 있어.”

“미안, 오늘은 회의가 늦게 끝나. 네가 가야 할 것 같아.”

전화를 끊고, 나는 자리에서 멍하니 앉았다.

‘왜… 왜 나만 이렇게 종종거리면서 살아야 하는 거지?’

눈물이 차올랐지만, 꾹 눌렀다. 울면 더 약해질 것 같아서.

‘나는 회사에서 눈치 보고, 집에서는 아이 걱정하고…

누구한테도 완전히 기대지 못하고, 늘 혼자 뛰어다니네.

이게 워킹맘의 삶이야?

내가 선택한 길이니까, 그냥 버텨야 하는 거야?’

노트북 화면에 떠 있는 메일 알림이 흐릿하게 보였다.

‘일도, 아이도… 나는 왜 둘 다 완벽하게 못 지키는 걸까.’

내일은 또 어떻게 하지, 어른이야 하루 아프고 어찌 해 보지만, 아이들의 감기는 열떨어질때까지 봐야 하는데,

내가 엄마 맞어? 아이 아픈것보다, 회사에 어떻게 휴가내야 하는지, 눈치 보는것만 먼저 생각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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