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게 바치는 선물이 반드시 비싸거나 화려할 필요는 없다.(그럴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더 좋겠지만) 작은 정성으로도 점수를 딸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다행히도 아내가 음악을 좋아해770원만 투자하면 음악 한곡을 선물할 수 있다.
가끔 상상을 한다. 자신은 전생에음악인이었음이 틀림없다고 말이다. 그만큼 음악을 좋아한다. 불행스럽게도 전생의 일을 이승까지 이어오지는 못했지만, 다행히도 자유로운 일을 하니 밥 먹고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음악을 듣는다. 감사한 일이다.
음악을 즐겨 듣기에 음악을 대하는 몇 가지 남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우선, 창작자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가능하면 대가를 치르고 음악을 듣는다. 그리고 원곡자에 대한 경의를 표하기 위해 반드시 원곡자 곡을 산다. 대중가요를 예로 들자면, 싱어송라이터 음악을 먼저 구매하고, 가수가 원곡자가 아니라면 처음 그 곡을 발표한 가수를 선택한다. 끝으로 글을 쓸 때는 되도록 가사가 없는 음악을 듣는다.
아내와 오랫동안 장거리 연애를 해왔다. 안 보면 멀어진다는 말도 있지만, 멀리 있을수록 더욱 애틋하다는 말도 있다. 우린 다행스럽게도 후자에 속했다. 보지 못하는 날은 예외 없이 하루 한 시간 이상씩 전화 데이트를 했다. 그러고도 아쉬움이 남으면 음악 선물로 마음을 전했다. 곡은 좋으나 가사 때문에 힘든 경우도 아주 간혹 있었지만, 애틋함은 충분히 전달되었다고 믿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을 통하면 770원(부가세 포함)으로 곡 하나를 구입할 수 있다. 때로는 너무 저렴하다는 생각도 해보지만, 부담 없이 욕심껏 음악을 들을 수 있으니 감사할 따름이다. 그런데 한때는 거의 매일 음악을 선물하다 보니 곡을 고르는 게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음악을 고르는 과정에서 수없이 많은 곡을 듣다 보니 뜻밖의 선물도 주어졌다. 미처 몰랐던 음악가를 만나기도 하고, 왜 여태껏 이토록 아름다운 곡을 몰랐을까 하는 아쉬움을 만나기도 한다. 선물을 고르면서 선물을 받는 격이다.
지금은 매일 얼굴을 보며 살아가는 탓에 음악 선물에 소흘 해졌다. 물론, 특별히 마음을 전할 일이 생기면 음악 선물로 사랑을 표현한다. 탈 나기 전에 초심으로 돌아가 음악 선물에 더욱 정성을 쏟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