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시탈 Jun 05. 2022

주말 아침은 영화처럼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침대까지 아침상을 갖다 바치다.

# 주말 아침은 영화처럼  


여기 주말 아침마다 영화 속 주인공으로 변신하는 남자가 있다. 달달한 중년 로망을 위해 아내에게 사랑이 듬뿍 담긴 아침을 침대로 배달하는 것이다.


동혁은 영화를 좋아한다. 좋은 영화라면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역사도 매우 길다. 30년 전 서울에 살 때는 5분 거리에 개봉관이 두 개나 있었다. 마음만 동하면 언제든 영화를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역시 인간은 주변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평균 잡아 일주일에 두세 번은 영화관을 찾았다. 


영화를 즐기다 보면 가끔은 영화와 현실을 구분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현실에서 영화 속 주인공을 꿈꾸는 것이다. 그러나 그게 어찌 쉬운 일이던가. 현실 삶에서 영화 속 주인공처럼 살 수 있다면, 그 삶이 영화화되기 어려웠으리라.  


하지만 모든 내용이 그런 것은 아니다. 맘먹기에 따라 비교적 실천이 쉬운 것도 있다. 동혁은 아주 오래전 유럽 영화에서 그 답을 찾았다. 중년의 사랑을 그린 영화 속 유럽 남성들이 예외 없이 구현하는 한 장면이 있었다.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아침상을 침대로 갖다 바치는 것이었다. 부러웠다. 아침상을 받는 아내가 아니고 사랑을 갖다 바치는 남편이 부러웠다. 사랑은 받을 때보다 줄 때가 기쁘다는 말은 진실이다. 남편 사랑을 받아 들고 기뻐하는 아내를 바라보는 남편 표정은 행복이 넘쳐 보였다. 


동혁은 그 장면을 결코 잊지 않았다. 이제 행동으로 옮길 때가 되었다. 아내에게 살며시 속내를 드러내니 부끄럽다고 정색을 한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아내는 조그마한 소반 하나를 사들고 들어왔다. 겉으론 그러했지만 속내는 싫지 않았던 모양이다. 영화 속 소품까지 손에 쥐어졌으니 이제 주인공으로 변신할 차례다. 


주말 아침 느긋함을 즐기는 아내를 위해 조금 일찍 일어난다. 조그마한 상 위에 과일 몇 조각, 아내가 직접 만든 요구르트에 견과류를 더하고 원두를 갈아 내린 따뜻한 커피가 전부다. 부족하지만 정성과 사랑을 듬뿍 담는다. 여기에 부드럽고 감미로운 음악을 더한다. 이어지는 장면은 검열을 피하기 위해 생략한다. 동혁 부부는 이렇게 주말 아침마다 로맨스 영화 주인공이 된다. 




이전 07화 아내 모임 들러리 서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