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준비금의 의미

by 그냥사탕

‘띠링~띠링~’


아침 9시.

약 일주일 전쯤 기입한 핸드폰 일정표에서 적힌 대로 알람이 울렸다.

아무 생각 없이 지내다 갑자기 울린 알림을 확인해 보니 ‘입학 준비금 신청’이라는 한 마디와 함께 깜빡거리고 있었다.


나라에 아이들 수가 감소하다 보니 복지 차원에서 초, 중, 고교의 입학하는 친구들을 위해 각 시, 도, 군에서 입학 준비금을 준다고 한다. 금액은 각자 차등이 있겠으나 적어도 서울에서는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신입생에게는 약 20만 원의 제로페이를 지급해 준다.


첫 번째 신청 기간은 입학 전.


나의 기억력을 믿었던 탓일까, 굳이 변명을 하자면 바쁜 일생생활을 지내다 보니 기간이 지나버린 것조차 잊고 있었다. 지난달 마지막 날 학교에서 확인 전화가 왔을 때는 내가 믿었던 두뇌의 용량이 고작 붕어와 친구였을 것이라는 사실을 마주했을 뿐이었다.




‘이번에는 절대 놓치지 않겠다!’


굳은 다짐과 믿음으로 이번에는 일부러라도 적어 놓아야 한다. 첫 번째 기회를 날리고 추가 신청인만큼 알림을 시작점과 끝 점을 기준으로 매일 울리도록 알람을 조정했다. 사실 이름 그대로 입학을 준비하는 비용이기는 했으나 이미 학교를 위한 책가방과 신발주머니, 각종 문구 준비물 등 필요한 물품들은 전부 마련을 해 놓았기에 이름이 다소 의미가 없어지기는 했다. 하지만 어디 신입생, 아니 학생에게 이것들만 필요하겠는가... 앞으로 들어가야 할 돈은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보니 누군가에게는 고작 20만 원이 얼마나 단비같이 느껴지는 줄 모르겠다.


지난번 통화를 하면서 학교에서 잊지 말라며 문자로 신청 안내링크를 보내준 것을 타고 들어갔다.

물론 인터넷으로 미리 방법을 확인했기에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고는 있었지만, 그럼에도 막상 해 보니 검색 결과를 읽는 속도보다 빨랐다. 아이와 내 정보를 기입하고 인증만 받으면 바로 끝! 신청 자체가 너무 일사천리로 이루어지다 보니 오히려 어안이 벙벙했다.


‘내가 잘한 거 맞나?’

약 10분 정도로 집중하면 될 줄 알았는데 딱 3분 만에 손쉽고 간편하게 끝나버렸다. 그러다 보니 혹시 잘 못 한 것이 없나 신경이 쓰이기는 한다. 그때를 오랫동안 기다려 왔다는 듯이 휴대폰에 메시지 하나가 뜬다.


[접수 완료]


아~ 이렇게 간편하게 완성되는 것을 나는 그토록 오랫동안 질질 끌어왔구나.

우리나라 일 참 잘한다.

누가 봐도 AI의 힘을 빌렸을 Web발신이지만 신청하는 번거로움이 그냥 3분간의 관심으로 마무리되니 나의 게으름과 우리나라의 신속한 일처리에 감탄으로 이어졌다.


입학은 했으나 여전히 어린아이.

그러다 보니 어느새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기존 어린이집에서 조금 번거로운 다른 기관으로 옮겼다는 느낌정도로 와닿고 있었다. 하지만 입학준비금을 신청하면서 기입했던 초등학교의 이름과 반, 번호 등의 내용들을 확인하며 또다시 초등학교를 다니는 학생이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퇴근한 엄마를 보며 반갑게 인사하고 자신이 꿈속에서 구매했다는 에어 울프 권법을 소개하는 아이를 보면 아직도 아가 티를 못 벗었지만 어엿한 초등학생의 덩치를 가지고 있다. 이제는 받아들여야 할 때가 왔나 보다. 나라에서도 이렇게 입학준비금까지 마련하며 인정하고 있지 않나. 나만 계속 외면할 것이 아니다.


동생과 소시지 하나로 싸우고, 자신도 말 안 들으면서 동생에게 말을 듣지 않는다고 진지하게 대화를 요청하는 아이. 아직은 많이 여리고 눈물 많은 아이.

누구에게나 자기 자식은 귀하겠으나 나의 눈에는 여전히 품의 자식인가 보다. 내 품 안에서 꼭 붙잡고 무서운 세상의 맛은 보여주고 싶지 않다. 하지만 조금씩 팔을 풀어 내놓아야겠지.


입학준비금까지 받는다고 신청한 주제에 이제 겨우 새끼 발가락 하나 세상에 내놓은 아이에게 섭섭하다 토로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거 스스로 발가락을 넘어 발바닥, 한쪽 발을 뻗는 것에 대한 응원과 지지를 해 주어야 하는 것이 바로 부모가 할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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