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키트

by 그냥사탕

입학식이 끝나고 담임 선생님 인솔하에 아이들만 교실에 들어갔다 나왔다.


엄마 닭의 뒤를 좇는 아기병아리들 마냥 선생님의 발자취를 따라 두 줄 맞추어 내려오는 아이들의 모습은 귀엽기만 하다. 이내 운동장 가까이 다가오니 가득 몰려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의 껍데기를 찾는 아이. 어쩌면 아이가 찾았다는 표현보다는 내가 더 애가 탔다.


그저 교실에 들어가 딱 한 시간 있었을 뿐인데 나는 왜 그리 궁금한 것이 많은지 집으로 오는 내내 계속 질문을 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인 걸까. 나는 그걸 확인하고 받아들이기 위해 나름의 시간이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학교에서 나누어준 서류가방이 눈에 들어왔다.

앞으로 한 학기 동안 사용할 기본 준비물이다.




알림장, 색연필, 사인펜, 가위, 풀 등...


'한 학기를 알차게 보내기 위한 일종의 어메니티인가?'

'그렇다면 다음 학기에도 또 주는 건가?'

'학생 수가 많지 않아서 주는 웰컴키트인가?


여러 가지 신기함과 궁금함이 어우러졌다.

도착하자마자 우리 둘만의 오붓한 오픈식을 가지고 구성품을 둘러보니 알찬 내용물이 우리에게 인사를 했다. 꼭 필요하지만 하나씩 구매하기에는 다소 귀찮고 번거로운 것들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한쪽에 있던 클리어파일 속 가정통신문에는 다음 날까지 모두 이름을 붙여오라고 되어 있었다.





"아드님~ 우리 이거 이름 붙이자!"


보통은 여러 번 불러야 반응이 나오지만 아직 '학교'라는 단어에 설렘이 가득한 시점 인지라 매우 적극적이다. 다행히 어린이집 다닐 때 네임 스티커를 준비해 두었기에 작업은 그 즉시 시작 가능했다. 다만... 한 자루씩 하다 보니 여기에 기타 필수 준비물인 필통과 물통 등까지 합하면 최소 붙여야 하는 스티커는 약 50여 개 정도. 그렇게 마주 않은 우리 사이에 각종 문구류들이 한데 쌓이니 양이 꽤 많아 보였지만 군소리 없는 우리의 분업은 시작되었다.


아이가 스티커를 붙여주면 나는 떨어짐 방지를 위해 테이프를 덧대는 작업.

말없이 나 혼자 한다면 분명 후다닥 해치울 수 있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만들어 주기 위하여 답답함을 꾹 눌러본다. 한 줄로 예쁘게 하면 참 좋으련만 그렇지 못해도 괜찮다. 자신이 매일 사용하게 될 물건에 이름을 붙이면서 스스로 챙길 줄 아는 어린이로 자라길 바라는 마음에 시간이 걸려도 기다려 주었다.



10분이면 끝날 번거로움이 30분이 넘는 가내수공업으로 이루어졌다.

각자의 네임스티커를 붙이고, 노트들에는 학년, 반, 번호, 이름까지 야무지게 써 놓았다.

필요한 물건들을 차곡차곡 정리하여 가방 속에 넣고 보니 내 마음이 다 흐뭇해진다. 곁눈질로 아이의 표정을 훏어보니 본인도 뿌듯한가 보다.


어린이집에 다닐 때에는 수건부터 시작하여 내가 따라다니며 챙겨 주었는데.

어느새 이만큼 자라 본인 물건에 이름도 붙이고 책가방이라는 걸 제대로 완성시켰구나. 앞으로 더 많은 물건들에 이름을 써넣겠지. 그럴 때마다 스스로 챙기는 어린이로 자라주었으면 싶은 엄마의 소박한 소망이 스멀스멀 올라오게 된다.


분명 이번에 입학한 삐약이들에게 환영의 의미를 가지고 있을 웰컴키트.

물론 인구절벽 또는 아이들은 나라에서 키운다! 와 같은 보육, 교육 등 여러 의미로 내포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학교생활을 보다 어렵지 않게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 엄마로서 고맙기도 했다. 새로운 학교에 잘 왔다는 작은 선물을 받아 환하게 웃는 아이를 보며 앞으로 더 나아갈 세상에서 이처럼 잘 왔다며 환영받는 아이로 자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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