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식

by 그냥사탕


‘우우우웅..... 우우우웅.....’

새벽 4시 30분.

아무도 느끼지 못하는 단 한번의 핸드폰 진동만으로도 눈이 번쩍 떠진다.

나와 그의 인생의 첫 번째 입학식.


D-day!


3월이라고는 하나 이 시간에는 언제나 주위가 깜깜할 뿐, 세상의 모든 인기척은 어둠 속에 잠들어있다.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고요한 순간을 만끽하기에는 여전히 나의 마음이 울렁거린다. 무엇 하나 잘못한 것이 없음에도 다른 이의 단잠을 방해할 까 살금살금 일어나 조심스레 방문을 열고 다른 방으로 향한다.

‘딸깍’


갑자기 환해진 천장의 불빛이 눈앞을 번쩍였지만 이내 시야 확보를 한 이후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여러 번 반복해서 읽었으면서 또다시 오늘의 입학식 안내문을 정독해서 다시 한번 읽어보았다.

'준비물 : 없음'


고작 한 시간짜리 짧은 일정이었지만 뭐가 그리 필요한지 나는 ‘준비물 없음’이라는 단어에 눈을 응시한 채 마음이 복잡해진다. 내가 왜 이럴까? 분명 초중고 및 대학교까지 알차게 생활했던 경력자로서 별 것 아닌 것으로 치부해 버리면 될 것을 나는 왜 이렇게 유난스럽게 아이의 입학식에 의미를 부여하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이미 어린이집에서의 과정을 보란 듯이 이수했으면서 말이다.

결이 달라서 그런 것일까?


보육의 성격이었던 어린이집과 교육의 색을 입은 학교의 차이가 있어서일 수도 있다.

단지 기저귀와 물티슈 등을 챙겼던 마음과 책가방과 실내화를 준비해야 하는 레벨이어서 그런 것 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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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저러한 복잡 미묘한 마음을 부여잡고 새벽루틴을 보낸 후 온 식구를 깨웠다.

다행히 직장에 나가지 않는 휴일인지라 나의 출근 과정을 제외한 채 다른 이들의 하루를 도왔다. 남편은 회사로, 둘째는 어린이집으로 무사하게 안착시킨 후 본격적인 나와 아이의 첫 번째 입학식을 준비했다.

혹여 내 아이만 준비가 안되면 큰일 날까, 내 아이의 엄마만 추레해 보일까 평소보다 꼼꼼하게 씻고 깨끗한 옷을 꺼내 입는다. 정작 나만 특별한 날인 듯 아이는 엄마 준비시간에 잠시나마 TV를 볼 수 있어서 행복해 보인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

“엄마~ 괜찮아요~!”


내 눈에는 아직도 한참 아가인데 어찌 세상에 내놓을까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시간이 되어 손을 맞잡고 학교를 향해 걸어가는 내내 나는 아이의 기분과 앞으로에 대한 걱정에 살짝 투덜거려 보지만 아이는 오히려 나를 다독거려 준다.


학교 강당에 도착하여 배정된 반을 찾고 이름이 적힌 의자에 데려다주었다.

그곳에는 또렷하게 적혀있는 작은 꽃잎 모양의 주황색 이름표가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담임 선생님이 다가와 이름표를 목에 걸어주며 엄마는 뒤편의 라인 밖으로 나가라 한다.

나는 곁에서 지켜주고 싶었지만 너무 유별나다 싶을까 말 한마디 떼보지도 못하고 걸어갔을 뿐이었다.

약 100명가량의 고만고만한 아이들.

서로 어색해서인지 가만히 앉아있는 아이, 같은 기관 출신인 친구들끼리 재잘거리는 아이, 엄마를 찾아 큰소리로 할 말 다 하는 아이...


제각각이지만 그 또한 누군가의 보석들이 한데 모였다.

알록달록한 보석들 사이에서 유난히 반짝거리는 한 지점. 엄마눈에는 역시 내 아이만 보인다.


본격적으로 식이 시작하면서 아이들만 부르는 애국가에 괜스레 눈가가 촉촉해졌다. 각자 음정 박자가 모두 달라도 어깨를 들썩이며 제창하는 마스크 뒤의 얼굴들이 자연스레 상기되어 있음이 드러났다.

태어나서 눈만 끔뻑거리던 때, 열이 나서 밤새 무슨 일이라도 벌어질까 뜬눈으로 지켜보던 시간, 돌발진으로 두드러기가 나서 입원을 했을 때 모두 내가 잘못했다며 하나님에게 울며 빌었다. 그렇게 숨 쉬는 모든 순간마다 옥에 티라도 생길까 노심초사하며 순간을 감사했고, 내가 더 잘하겠다고 기도했다. 그런 아이가 드디어 초등학교 입학식을 통해 진짜 학생이 되는 순간이 얼마나 벅차했는지 모르겠다.

이제까지는 맛보기였다고, 이제는 본격적으로 시작될 거라는 선배 엄마들의 조언이 막연하게 무서웠지만 이 순간만큼은 이처럼 잘 자라준 내 아이에게 고마웠고 그 자리를 함께 할 수 있음에 하나님께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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