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아이가 학교에 들어갑니다

by 그냥사탕

영영 오지 않을 것만 같았던 그 시간이 다가왔다.

바로 첫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


뱃속에서 40주를 채우지도 않고 뭐가 그리 급했는지 36주 만에 세상 밖으로 나온 아이. 그렇게 누워서 엄마랑 눈만 마주쳐도 까르르 웃어대던 내 귀하고 어여쁜 아이. 첫 아이라서 그랬는지 뒤집기, 걷기, 뛰기까지 모든 과정이 늘 새로웠던 초보 엄마는 그 이름에 걸맞게 초등학교 입학 한 달 전부터 불안감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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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렇게 설레발치기에는 이미 어린이집이라는 고마운 곳에서 기관생활을 했었다.

일하는 엄마 덕분에 2년 전부터 늦게까지 떨어져서 지내는 것이 익숙해져 있기도 했었지만 느낌상 매우 달랐다. 보육기관과 교육기관의 차이였을까.


아이를 맡기고 하루종일 '어디 아프지 않았을까, 밥은 잘 먹었을까, 나를 찾지 않았을까...'

걱정이 태산인 엄마와는 달리 제2의 엄마인양 선생님 품에 안겨서 나에게 손을 흔들던 아이가 이제는 학교 생활을 하며 홀로서기를 한다는 데에 불안감이 증폭되었다.


요즘 아이들 무섭다던데...

내 아이만 적응 못하면 어쩌지...

일하는 엄마는 소외될 텐데 내 아이는...


오만가지 생각을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그 감정은 이미 전시상황이다.

2월 한 달간 아이의 졸업식과 입학 준비를 하면서 정신없이 분주했던 내 마음은 점차 다가오는 입학식 날짜에 마음까지 복잡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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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후 워킹맘의 삶은 더욱 바빠졌다.

돌봄 신청을 마친 후 혹여 떨어질까 마음 졸였던 시간을 견뎌냈다. 다행히 돌봄 배정을 마친 후 학교 알림을 받기 위해 '하이클래스'와 'e알리미'앱을 깔았다.


아직 반배정과 담임 선생님의 초대가 없었지만 하루에 하나씩 올라오는 입학 안내 공지에 두려움은 그칠 줄 몰랐다. 분명 준비물은 없다고 했었는데... 그럼에도 내 아이만 준비를 못할까 여기저기 인터넷으로 초등 준비에 관련된 글들을 읽으며 마음을 다잡아갔다.


직장에서 업무에 집중해야 하는 시간에도 마음 한켠에는 앞으로 벌어질 상황에 대하여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는지 의미 없는 고민의 연속이었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았지만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달려가지 못한다는 것이 일하는 엄마의 징벌처럼 느껴졌다. 책가방과 신발주머니, 실내화 등 안내 책자에 쓰여있는 것들은 다 준비를 했는데 또 무엇이 부족한지 애써 찾았다.




2월의 마지막 날.

분명 반배정이 끝나고 담임 선생님에게 연락이 온다고 했었다.

직장에서 혹여나 전화를 받지 못할까 봐 남편에게까지 전화를 꼭 받으라며 신신당부를 하고 하루종일 휴대폰의 액정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띠링~


'귀 댁의 자녀는 1학년 X반으로 배정되었습니다.'

1. 입학식 : 3월 2일 11시

2. 준비물 : 없음

3. 보호자 1인 입장 가능 (마스크 착용)

4. 자세한 내용은 학교에서 발송한 이 알리미 참고


"엥~뭐지?"


하루종일 긴장하고 있었던 나에게 무미건조하고 단촐한 문자 하나에 눈을 의심했다.

혹여 다른 내용이 있을까 하여 눈을 씻고 쳐다보아도 이 내용이 전부였다.


'아~ 전화가 아니라 연락이 온다고 했었구나...'


나에게는 세상 모든 것이 뒤집히는 사건 중 하나인데 이렇게 넘어간다고? 어이없었지만 할 말은 없었다. 단체문자임에 분명했으나 필요한 내용은 전부 들어있었다. 이미 알리미 앱에서는 모든 공지사항과 다양한 내용들이 나의 확인을 기다리며 잔뜩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린이집과 같은 친절을 기대했던 것일까. 나의 긴장은 맥없이 풀어졌고 이내 다음 버전의 코스를 위해 새로운 도전을 준비해야 할 때였다.


아무 느낌도 없을 줄 알았던 어린이집 졸업식.

선생님께서 읽어주시는 마지막 편지를 들으며 나오는 눈물을 남모르게 훔쳤던 주책맞은 초보엄마가 이제는 초등학교 입학식을 기다리며 또다시 마음 졸이는 일과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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