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도 오랜 시간이 지나
아흔을 훌쩍 넘기신 외할머니를 뵈러 갔습니다.
이제는 추억이 어린 시골의 할머니 집이 아닌 요양원으로.
항상 건강하고 그렇게 잘 지내겠지 하는 마음으로 지낸 지 오래.
이제 더 이상 혼자 거동할 수 없는 몸으로 요양원으로 가신 할머니를 뵈러
바쁘지 않은 시간을 엄마와 내었습니다.
그 할머니는
오랜만에 보는 손녀를 잘 알아보지 못하였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서 손녀의 이름을 기억하고 불러주셨습니다.
그리고 결국에는 할머니는
나의 아들의 이름을 기억해 내었습니다.
그리고
6.25 때의 할아버지 이야기
전쟁에서 할아버지가 겪은 이야기
역사책에나 나올 것 같은 그 옛날의 이야기를
그녀의 삶의 이야기로 들었다.
나에게는 항상 친절하기만 할아버지도
할머니에게는 그러지 못했나 보다.
불같이 화를 내던 할아버지로 변할 때면
나는 죽은 듯이 있었다, 죽은 듯이 있었다.
이 말을 반복하셨다.
이말에 엄마는 엄마 우리 이렇게 키워줘서 고마워, 사랑해..
그리고 이어지지 않는 대화를 엄마와 할머니는 또 시작하셨다.
할머니는 다시 깨어난 것에 대한 후회와
돌봄의 받는 것에 대한 감사
어느 것이 진실일까?
다시 깨어나서 삶을 이어나가야 하는 그녀의 삶에 대한 무거움과
그래도 삶을 이어나갈 수 있음에 감사하는 안도의 마음이 그 어느 것도 진실이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그녀의 기억 속에 나와
그녀를 바라보는 엄마와
그리고 그녀를 바라보는 소녀는
그 생각과 마음이 다르다 하더라도
또 많은 시간이 지나 흐르지 않는 그날의 기억으로 남아
나의 이야기로 다시 흐르기를 기대합니다.
요양원을 나와서 엄마와 함께 잠시 근처 카페에 머무르면서...
깊은 마음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날의 이야기를 대신하여 사진으로 그날의 기억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