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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뇨미 Jul 19. 2024

유럽은 방울방울 준비

검역과 다이어트

무려 1년 전,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혹은 마지막이길 바라는 여름방학을 온전히 좋아하는 것으로만 보내고 싶었던 나는, 단순히 여행과 방울이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방울이랑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2024년은 파리에서 100년 만에 올림픽이 열리는 해였고, 어쩌면 인생에서 다시 접하기 힘든 의미 있는 이벤트라 파리 올림픽을 보러가야겠다고 생각했다. 파리를 간 김에 학교 입학 전에도 유럽 여행을 한 달 정도 다녀왔으니, 졸업을 앞두고 마무리도 유럽 여행으로 하는 것이 좋을 듯 싶었다.


밀라노에서 베니스로 넘어가는 기차에서 의젓하게 좌석에 앉아있던 큰 강아지, 비엔나에서 지하철 문이 열리자 폴짝 자연스럽게 타던 강아지들이 떠오르며 방울이랑 강아지에 좀더 친화적인 환경인 유럽에서 강아지와 여행을 수월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른 일정을 계획하는 것은 일 년 후의 내가 알아서 하겠지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비행기 하나만 발권해 놓고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만 한 지 어느새 일 년이 지났다.

여행이 2주 앞으로 다가왔고, 나는 급하게 숙소를 잡고, 일정을 짜기 시작했다.


방울이랑 해외 여행을 가려면 인수공통감염병인 광견병의 문제 때문에 동물 검역이 필요하다. 개인이 각 나라의 검역국 규정을 보며 준비를 할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어려워보이기도 하고 귀찮기도 해서 대행 병원에 맡겼다.


대행 병원에 맡기면 세 번만 병원에 방문하면 된다. 첫 번째는 광견병 접종 겸 접수, 두 번째는 항체가 검사, 마지막은 출국이 다가왔을 때 서류를 받을 때이다. 마지막 서류를 받은 후엔 강서구의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방문해서 동물검역증명서를 받으면 된다.


내 입장에선 정말 수의사가 하라는 일만 수행하니 검역 문제는 간단히 끝났다. 마지막에 검역본부에서 접수할 때 병원이 내 예약까지 대신해준 걸 몰라서 회원가입하고 예약접수하던 것만 빼면 그렇게 신경쓸 일도 없었다.


방울이랑은 유럽의 여러 나라를 방문할 것이기 때문에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는 EU pet passport를 발급받으려고 한다. 현지의 동물병원에서 발급받을 수 있다. 막연히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에 지배당해서 미리 연락을 안해봤으면 현지에서 당황할 뻔 했다.


방학이 시작되고 쉬는 것에 익숙해질 때쯤 EU pet passport가 생각이 나서 프랑크푸르트의 한 동물병원에 방문예약 이메일을 보냈다. 다음날 받은 답장은 그 날은 신규 환자를 받지 않는다는 답변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거절에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 구글 지도에서 vet clinic을 검색하여 이곳 저곳에 메일을 보냈다. 다른 한 곳은 전화로 예약하라고 하였고(독일어를 모르는걸요) 다른 한 곳은 다행히 예약이 되었다. 현지에선 무슨 일이 벌어질 지 모르지만 어쨌든 예약은 되어 한숨 돌렸다.


이제 준비 과정 중 가장 중요한 방울이의 다이어트만 남았다. 내 살은 빼지도 않으면서 우리 방아지 살빼라고 하는 것이 너무 미안하다. 국적기의 경우 강아지와 함께 기내탑승을 위해서는 강아지 무게와 가방무게를 포함해서 7kg이 넘지 않아야 다. 방울이는 뼈대 자체가 7kg 가까이 된다. 강아지와 아예 함께 비행기 탑승이 불가능한 항공사들이 대부분이었는데 그나마 루프트한자는 강아지와 기내 탑승이 가능하면서 가방을 포함한 무게가 8kg까지 가능했다.


내 계획은 일단 방울이는 7kg 초반에 맞추고 최대한 가벼운 가방을 찾는 것이다. 방울이는 일 년동안 다이어트를 했다. 손을 줄때마다 받았던 간식은 사라졌고, 밥 양도 2/3으로 줄었다. 원래 방울이는 밥을 주면 놀면서 쉬엄쉬엄 생각날 때 먹는 편이라 늘 밥그릇이 조금이라도 채워져있었는데, 다이어트를 시작한 후엔 밥을 주자마자 그 자리에서 허겁지겁 다 먹었다. 좋은 습관이 생겼으나 한편으로는 안쓰러웠다. 안그래도 보호소에서 배고픔을 느껴봤던 아이라 다신 느끼게 하기 싫었지만 건강을 생각해서라도 좋은 기회이지 싶었다.


혼자서 방울이를 돌보는 여행이 아직은 너무 막연해서 두려움이 더 크지만 여행이 다가올수록 마음 한 켠에서 설렘이 피어오른다.


제발 아프지 말고! 소매치기 당하지 말고! 물건 잃어버리지 말고!무사히 다녀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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