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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뇨미 Jul 26. 2024

유럽은 방울방울 출국 당일

 출국 당일까지도 상상 속에서 이런저런 걱정은 계속되었다. 방울이가 8kg을 초과해서 화물칸에 타야하면 어쩌지, 비행 13시간 동안 적응 못하고 헥헥대면 어쩌지, 방울이가 쉬야나 응아가 마려우면 어쩌지 등 생각이 잠시도 쉬질 않았다. 무거운 마음으로 체크인을 하러 갔고, 드디어 방울이는 무게를 쟀다.


 그동안의 다이어트가 헛되지 않게 방울이는 가방 포함 7.5kg으로 통과되었다. 와 방울이 고생했다, 실컷 먹자! 라고 하고 싶지만 한국에 돌아오는 비행도 있으니 적당히 먹고 한국 와서 그동안 못먹었던 간식 먹자.


방울이의 기내 탑승을 위해 가벼운 가방을 찾느라 고생했는데, 위의 가방은 530g짜리이다. 가벼운 가방을 못 찾으면 내가 바느질로 어떻게든 만들어보려고 했다. 저 종이같은 가방이 불안정적일까봐 조금 무거우면서 튼튼한 다른 가방도 사서 가져갔는데 승무원 분이 이 튼튼한 가방에 방울이가 들어가는 것이 낫겠다고 하셨다. 그리고 이 종이같은 가방은 기내에 반입이 안된다고 하셨다. 혹시 몰라서 가방 두 개 산 거였는데, 정말 큰 일 날 뻔 했다. 하지만 튼튼한 가방은 8.5kg이 훌쩍 넘어서 괜찮냐고 묻자 상관없다고 하셨다. 첫 번째 고비가 너무 수월하게 지나갔다.


다음은 대망의 비행기 탑승. 방울이는 차만 타면 헥헥대는 강아지이다. 안좋은 기억이 떠오르는 건지 멀미를 하는 것인지 구별을 할 순 없어서 답답할 노릇이다. 둔감화니, 질켄이니 어떤 방법을 써봐도 잘 듣진 않는다. 비행기는 이착륙시에 느낌이 이상할테니까 더 걱정되었다. 방울이는 가방 안에서 13시간을 가야 하는지라 고래 눈을 하고선 꺼내달라고 불쌍한 표정을 지으면 마음이 너무 아플 것 같았다. 정말 고맙게도 수의사인 친구가 항불안제와 이러저러한 비상약들을 출국 전에 먼저 물어보고 챙겨줘서 비행기 탑승 전 항불안제를 먹이고 방울이가 차라리 자면서 가길 기도했다.


항불안제를 먹는다고 잠이 드는 것은 아니었다. 잠이 오는 상태로 유지가 되는 것이라고 한다. 비행기 타기 전에 차 타는 것으로 연습을 해봤는데 약한 용량은 항불안제를 먹은  티도 안났다. 평소랑 똑같은 방울이었다. 약을 25% 증량하자 그제서야 차 안에서도 좀 쉬는 모습을 보이는 방울이였다. 그래서 연습한대로 비행기 탑승 전에도 증량한 용량을 먹이고 이륙을 기다렸다.


이륙을 위해 비행기가 이동을 하고, 속력을 내고 부웅 떠오르는 순간, 방울이는 중심을 잡기 위해 용맹한 앞발로 가방문을 야무지게 밀 뿐 헥헥대거나 낑낑대지 않고 씩씩하게 견생  이륙을 성공적으로 해냈다.


긴 시간 동안 가방 밖으로 나오면 안되기 때문에 화장실이 가고 싶을 까봐 밥이나 물도 주지 못해서 안쓰러웠다. 나는 기내에서 점심, 저녁을 먹으며 사육당하고 있는데 우리 강아지는 다이어트가 끝나도 먹지도 못하고, 독일에서 꼭 맛있는 간식을 사줄테다.


13시간의 비행이 끝나고, 입국 수속을 기다렸다. 사실 이때가 가장 내가 걱정한 힘든 순간이다. 8kg이 넘는 가방에 든 방울이를 한쪽 어깨에 매고 예측할 수 없는 시간을 기다리기. 카트도 끌 수 없어서 온전히 내 어깨가 버텨주어야 한다. 오른쪽, 왼쪽 번갈아 매며 20분 정도 지나서 입국 심사가 완료되었다. 짐을 찾고, 마지막으로 세관에 자료를 제출하고 드디어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했다.


이 모든 것은 나 혼자 힘으론 어려웠다. 검역소에 함께 가주며 방울이를 돌봐준 옹듀, 나 혼자 볼 일이 있을 때 방울이를 돌봐준 핀이, 방울이의 장기 여행을 위해 상비약을 챙겨준 촤빠, 언제나 우리를 걱정해주는 우리 가족, 반려인 등.


여러 사람들의 다정함이 모여 우리가 무사히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했다. 방울아, 우리 한 달 동안 좋은 추억 많이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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