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뇨미 Aug 16. 2024

뮌헨은 방울방울


 어떤 이유가 있어서 뮌헨을 여행지로 선택한 것은 아니다. 작년에 방울이와 여행을 결정하고, 비행기 티켓을 구매한 뒤 호텔 에러페어를 발견했었다. 유로로 올라와야 할 금액이 원화로 올라와서 (예를 들면, 200유로인데 200원) 옳다구나 하고 뮌헨의 호텔을 예약했다.



다른 예약들은 너무 낮은 가격으로 예약이 되었다며 자신들의 실수라고 통보 후 예약을 바로 취소시켰는데, 뮌헨 숙소 예약은 뮌헨으로 이동하기 직전까지도 취소가 되지 않고 약 9개월 동안 예약이 유지가 됐었다. 단지 이런 이유로 프랑크푸르트 다음 여행지는 뮌헨이 되었다.




뮌헨에 가는 기차도 예약해놓고 모든 떠날 준비가 되었는데 청천벽력처럼 뮌헨으로 떠나기 바로 전날 호텔에서 취소 메일이 날아왔다. 진작 취소됐으면 뮌헨을 여행지로 정하지도 않았을텐데.


이미 일이 벌어진 이상 나는 뮌헨을 포함한 일정으로 여행해야했고, 숙소를 잡아야 했다. 급하게 뮌헨 중앙역 앞의 숙소로 결정했다. 역 바로 앞의 숙소는 이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는데 정말 잘한 결정이었다.(사실 취소되기 전 숙소도 역 바로 옆이어서 다음 뮌헨 여행 땐 그 곳에서 잘테다.) 프랑크푸르트 중앙역 근처는 낮에도 지나다니기에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더럽기도 하고, 홈리스도 많고, 자전거로 지나가는데도 무서웠다. 그래서 유럽의 기차 중앙역 앞은 숙소로 피해야되나 싶었는데 뮌헨 중앙역은 그와 다르게 근처에 고급호텔도 줄지어 있어서 오히려 프랑크푸르트때와 달리 안전해보였다. 역 앞에 있으니 택시나 우버를 타지 않고 23kg의 캐리어와 방울이를 끌고 가기에도 정말 편했다.


어쩜, 같은 나라인데도 도시 분위기가 확연히 다를까? 프랑크푸르트가 현대적이었다면 뮌헨은 우리가 독일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그 자체였다.



숙소를 위층으로 배정받아서 바로 앞에 중앙역이 보이고, 주변 동네의 지붕들이 보인다. 아직 시차 적응을 하지 못했던 터라 새벽 4시쯤 깨서 뜨는 해를 기다리면 조용한 도시의 하늘이 분홍빛으로 물드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풍경이 정말 좋아서 마지막 날엔 아예 아침을 1층 조식당에서 사와서 창밖을 즐기며 커피와 토스트를 즐겼다.



그리고 정말 기대하지 않았던 것인데, 투숙객은 세탁기와 건조기 무료 사용이 가능했다. 오랜 기간을 여행하는 나에게 정말 필요했다. 덕분에 여행 5일차쯤 빨래를 한 번 할 수 있었다.


https://maps.app.goo.gl/r8meBiHTPsT7QN8R7






방울이와 여행하려면 산책 계획을 세워야 한다. 프랑크푸르트에서는 바로 근처에 공원이 있었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었는데 뮌헨의 숙소는 위치나 컨디션, 시설 등 좋은 점이 많았지만 공원이 멀다는 단점이 있었다.



호텔 근처는 사람도 많이 지나다니고 아무래도 강아지가 산책하기에 좋은 환경은 아니었다. 지도를 보니 old botanical garden이 그나마 가까워 보여서 그곳으로 향했다.


https://maps.app.goo.gl/oHVaLm5BfpHTd42D7


한국인의 좋은 리뷰는 나도 그곳을 좋게 생각할 지는 의문이지만 나쁜 리뷰는 확실히 나쁜게 맞다. 이 리뷰를 보고 차라리 가지 않았어야 했는데, 그래도 방울이를 풀에서 산책해주고 싶다는 욕심 때문에 이 정원으로 향했다.


이름은 정말 예쁘고, 정원 내에는 비어가든도 있지만 old botanical garden은 낮에도 분위기가 살벌했다. 마트 카트를 끌고 다니는 홈리스에 초점잃은 눈을 가진 사람들, 동양인 여자인 나에게 쓸데없는 말을 거는 멍청이를 보며 다신 오지 말자고 다짐했다.



도착해서 짐을 풀고, 방울이 산책까지 하다보니 어느덧 저녁 여섯시가 되었다. 호텔 바로 옆에 학센을 파는 비어가든이 있어 뮌헨에서의 첫 식사로 결정했다. 학센은 바이에른 지방의 독일식 요리이다. 뮌헨을 걷다보면 '뮌헨'이라고만 하지 않고, 꼭 '바이에른 뮌헨'이라고 하는데, 뮌헨이 16개 주 중 하나인 바이에른 주에 속해있기도 하고, 예전엔 이 16개의 주가 모두 각자의 왕국이었으니, 확실히 프랑크푸르트가 속한 헤센주와 완전히 분위기가 다를만하다.


전통식 학센은 엄청 짜다고 하던데, 이곳은 전통을 유지하는지 깜짝 놀랄만큼 짰다. 한국인들이 짜게 먹는 줄 알았는데, 유럽의 음식들에 비하면 한국 음식들은 싱거운 편이다. 학센의 첫 느낌은 엄청 짰고, 겉의 튀긴 면은 매우 딱딱했고, 안의 고기는 부드러운 부분도 있었지만 말라비틀어진 것도 있어서 겉모습은 만화에서 보는 먹음직스러운 고기덩어리의 느낌이지만 맛은 총체적 난국같은 느낌이다. 학센 옆의 두 덩이는 감자인줄 알았는데, 빵이었다. 우리나라 술빵보다 진득한 식감이었고, 소스에 찍어먹어도 학센과 어울리는 느낌은 아니었다. 차라리 곁들여 먹을 채소가 필요했다. 뮌헨 내의 어느 학센 집을 가도 비슷할 것 같아서 학센은 이렇게 먹어본 것으로 만족했다.


맥주의 나라이기도 해서 학센에 라들러를 곁들였다. 라들러가 독일 발음으로 자전거랑 비슷한 이유는 라들러를 마셔도 자전거를 탈 수 있을 정도로 약한 술이기 때문이다. 레몬 맛이 나서 한국 맥주집에서 종종 시켜먹기도 했었는데, 나이가 들어서인지, 독일이어서 레시피가 다른건지, 독일에서 먹은 라들러들의 도수가 훨씬 센 느낌이었다.


맛이야 어쨌든 그 나라의 전통 음식을 먹는다는 건 프랑크푸르트에서 스시를 먹은 것보다는 기억에 훨씬 오래도록 남는다. 여행지에서는 여행지에 맞는 음식을 먹으면 여행 온 기분을 물씬 느낄 수 있다. 다음에 뮌헨을 가면 이 식당을 방문하는 것은 고려해보겠지만, 학센은 먹을 것 같다. 그것이 몇 번째 뮌헨 여행이든 간에.


https://maps.app.goo.gl/orU6YBKh6RJjqpH86


프랑크푸르트에서 따뜻함을 느꼈다면, 뮌헨은 관광지 그 자체였다. 관광지의 다른 의미는 동양인을 보는 눈이 약간 다르다는 것이다. 내가 서양인이었다면 쓸데없는 말도 걸지 못했을 그 멍청이를 뮌헨에 도착하자마자 만난 것도 그렇고, 학센을 먹은 식당도 비슷하다. 손님 중 80%가 넘는 서양인들은 분명 중앙의 넓은 좌석에 앉아있고, 자리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난 학센 접시가 꽉차는 좁은 테이블로  '매우 좋은 자리라며' 배정받았다. 그런데 묘하게도 이 공간은 출입문 옆에 위치하고, 다른 공간과 분리되어 있으며, 내 오른쪽 끝 구석엔 한국인 여자 두 명이 앉아 있고, 곧이어 들어오는 중국인 남자도 내 앞 테이블로 배정받았다. 왜 동양인끼리 모아놓을까? 묘한 인종차별에 기분이 나빴다.


호텔 직원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진 않지만, 꼭 일부 멍청이들이 문제인데, 다른 사람의 영어 발음은 다 알아들으면서 동양인인 나의 영어발음만 못알아 듣는 직원이 있었다. 내가 영어가 유창하지 않지만 미국을 두 달 동안 여행하면서 무리없이 의사소통하며 지냈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한 번도 겪지 못한 일을 겪으니, 역시 유럽이다 싶으면서도 여전해서 씁쓸했다. '난 괜찮았는데?'라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인종차별의 경우엔 모르는 사람은 자신이 눈치를 못채는 경우가 많으니 할 수 있는 최대치로 예민하게 생각해야하는 문제다.




다음 날, 방울이랑 영국정원 산책을 나서본다.


이 큰 나라는 대중교통 어플도 도시마다 다른데, 프랑크푸르트에서는 RMVgo 였다면, 뮌헨에서는 MVV를 사용한다.

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com.cubic.rmvgo

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com.mdv.companion


트램을 타고 가려는데, 뮌헨의 MVV 에서 결제가 되지 않았다. 난 원래 '어떻게든 되겠지'를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이라 모든 일은 어떻게든 되니, 일단 정류장으로 가서 트램을 탔다. 그랬더니 트램 내부에 표를 살 수 있는 기계가 있었다.



트램 표를 살 때, 구간을 선택해서 사야하는데, 보통 관광객들이 가는 곳은 M존에 국한되어 있으니 M 존을 선택해서 표를 구매하면 된다. 나는 이동이 별로 많지 않아 1회권으로 구매했지만, 이동이 많은 사람들은 1일권을 구매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영국 정원은 정말 넓고, chinesischen turm역에서 내려서 조금 걸어들어가면 biergarten am chinesischen turm이 있다.

웬 독일에 영국정원이야? 싶은데, 영국식 조경으로 꾸며져서 영국정원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https://maps.google.com/?cid=16413514581373759324&entry=gps&g_st=ac



프랑크푸르트보다는 낮이 덥지만, 아침 저녁으로는 긴팔을 입고 다녀도 될 정도로 선선하다. 여름에도 찌는 듯한 더위가 없다니 정말 축복받은 대륙이다. 볼을 스치는 선선한 바람을 기분 좋게 맞으며 비어가든쪽으로 향했다. 아침인데도 사람들이 꽤나 보인다.



수많은 테이블 뒤편에 작은 매점이 있다. 입구가 여러 곳이라 선택해서 들어가면, 음료를 시키고, 마음에 드는 음식을 주문하면 된다. 음식은 샐러드 종류, 브레첼(프레첼도 바이에른의 음식이었다. 근데 우리가 생각하는 프레첼과 달리 매우 짜다.), 학센 등의 고기류가 있다. 각각의 장소에서 마음에 드는 음식을 시키고, 음료를 받고, 출구에서 한꺼번에 계산하는 방식이다. 현금만 받을 것 처럼 생겼지만, 카드 결제가 아주 잘 된다. 관광지에 위치한 비어가든이라 물가가 비싸기도 하고, 맥주 한 잔만 즐기고 싶어서 라들러 한 잔 시켰다. 잔은 보증금이 있다.




나갈 때 이곳에 잔을 반납하면 2유로를 돌려준다.



유럽 사람들은 야외를 사랑한다. 한국에서는 야외에서 음식을 먹으면 여름엔 너무 덥고, 겨울은 춥고, 봄 가을엔 바람이 불어서 머리카락을 먹는건지 음식을 먹는건지 구분이 안돼서 방울이랑 야외 동반만 되는 곳은 쳐다도 보지 않는데, 유럽에선 모든 사람이 대부분 실내보다는 야외 좌석에서 밥을 먹는데, 이렇게 생활해보니 이해가 간다. 날씨가 정말 좋다. 바람이 불지 않아도 워낙 건조하기 때문에 선선하다. 뽀송한 기분으로 그늘 아래서 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을 느끼니 저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역시나 이 좋은 것들을 자신들의 반려견과 즐기는 독일인들. 방울이와 적극적으로 인사를 하러 온 치와와 아이. 이 강아지 이외에도 여러 테이블에서 반려견과 아침의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여태까지 독일에서 만난 강아지들은 한국에서 그 흔한 몰티즈 한 마리조차 없고, 20kg이 넘는 대형견들 뿐이라 그동안 방울 강아지가 가장 작은 강아지였는데, 오랜만에 방울이랑 비슷한 체격의 강아지를 만나서 방울이도 반가웠는지 서로 냄새를 맡았다.



맥주 한 잔 하고, 영국정원 산책을 하는데 꼬리 흔들며 산책 잘 하다가 사진만 찍으려고 하면 꼬리 내려버리는 방울 강아지..

걸어서 산책하기에 영국정원은 정말 넓다. 도심 한가운데서 '리버 서핑'을 할 수 있는 곳도 있는데, 우리는 여기까지만.

겨울에 크리스마스마켓도 열린다하니, 다음 뮌헨은 크리스마스 시즌에 와야겠다.



숙소로 돌아와서 조금 쉬다가 근처에 칼 광장에 가볼까 하고 방울이를 데리고 나섰다.


https://maps.app.goo.gl/E1EREhhZHbZJFAWX6




칼 광장은 마리엔 광장으로 이어지는데, 칼 광장은 상점이 죽 늘어서 있는 작은 명동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사람이 많아 걷기 싫다는 방울 강아지. 이럴 줄 알고 이동 가방을 챙겨왔지.

정말이지 넌, 못 견디게 사랑스러운 강아지야.



오늘의 뮌헨 산책은 이렇게 마무리했다.

이전 04화 방울이 강아지 EU여권 만들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