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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뇨미 Aug 09. 2024

방울이 강아지 EU여권 만들기


 프랑크프루트에서의 해야될 가장 큰 일은 방울이의 EU 여권을 만드는 것이었다. 방울이의 검역을 위해 한국의 동물병원에서 상담을 받을 때 독일에 입국을 한 뒤에 유럽의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려면 EU pet passport를 만들어야 한다고 해서 프랑크푸르트 내의 여러 동물 병원에 컨택 이메일을 보냈다. 그마저도 출국 2주 전에 블로그 검색을 해서 알게된 병원에 메일을 보냈었는데 신규 환자를 받지 않는다며 거절당했다. 구글 검색을 통해 알아낸 병원은 한 군데는 전화로 예약을 해야했고, 다른 한 군데는 고양이 전문 병원인 듯 했으나 어쨌든 예약에 성공했다.



 병원을 가기 위해 울이를 등에 업고 나섰다. 자전거를 빌리고 구글 지도에 의존해서 이리저리 핸드폰으로 방향을 잡아본다.


 일단 눈앞에 놓인 일에 몰두하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은인을 만날 때가 있다.

 누가 봐도 이방인인 내가 자전거를 멈추고 핸드폰을 이리저리 돌리는 모습을 발견하곤  "Follow me"라며 먼저 말을 걸어준 은인들이 있다.


 첫 번째 은인은 호텔 근처에서 자신과 방향이 같은 갈림길 전까지 나를 안내해줬고, 또 거기서 이리저리 핸드폰을 돌리고 있자 다른 여자분이 나타나서 자신도 강아지를 키우고 이 병원을 안다며 나를 병원 앞까지 이끌어줬다.


 동물 병원은 여행지가 아닌 거주 지역에 있다보니 길을 찾기가 쉽지 않았는데 수월하게 도착했다. 내가 영어가 좀더 유창하고 스몰토크를 잘하는 사람이면 좋았으련만. 나에게 친절을 베풀어준 그녀의 이름조차 묻지 않고 보내버렸다. 셀피라도 남겨둘 걸. 병원에서 숙소로 돌아와서 후회했다. 한국을 벗어난 곳에서 마주한 따스한 마음들 덕에 프랑크프루트를 떠나는 이 아쉬워졌다.



어떤 골목에 도착하니 눈에 익은 익숙한 수의학 로고가 보인다.



강아지랑 고양이 들어가는 곳이 분리되어 있다. 하지만 이 날은 무슨일이 있는지 강아지 병원이 닫아서 고양이 병원에 강아지와 고양이가 한데 모였다.


https://maps.app.goo.gl/zqioMg89hbmN5kfK8




나라가 달라도 병원인 것을 귀신같이 알고 긴장한 방울이다.



한참을 기다렸다가 진료실에 들어갔다. 진료실 공간에서 사진은 찍지 않았지만 한국에서는 수의사와 상담한 후에 처치실에는 테크니션이 강아지를 데리고 가는데 이 병원만 봐서 일반화하긴 어렵지만, 넓은 진료실에 처치대가 함께  놓여있었고 강아지 보정은 보호자가 했다. 이 과정을 알게된 건 방울이가 뜬금없이 광견병 예방주사를 맞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1년짜리 주사를 작년 8월에 맞았기 때문에 아직 시기가 아니었지만 주사를 놓은 사람이 강아지 여권에 인증해줄 수 있기 때문에 주사를 맞아야 한다고 했다. 광견병 주사는 무려 3년짜리였다. 




예상치 못한 주사였고, 예방 접종을 맞으면 며칠 간은 몸이 힘들 수도 있는데 다음날 뮌헨으로 이동해야 하는 방울이었다. 병원 근처 공원에서 산책을 하고 주사 맞은 방울이를 위해 우버를 타고 숙소로 일찍 돌아가 쉬었다.


그 뒤에 여러 나라를 다녔지만 강아지의 여권을 요구한 나라는 없었다. 기차로 국경을 지나며 내 여권도 검사하지 않던데, 이 또한 그냥 떠다니는 소문이었을까. 방울이에게 10만원이 넘는 기념품이 생겼다.




혼자 여행하면 방울이랑 사진을 같이 남기지 못하는게 아쉽다. 의심많은 나는 삼각대는 누가 들고 도망갈까봐 무섭고 한국인이 아니면 핸드폰을 그대로 들고 갈까봐 쉽게 찍어달라하기도 부탁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나에겐 Z플립이 있다. 이렇게라도 방울이와의 프랑크푸르트에서 마지막 아침산책 사진을 남겼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뮌헨으로 이동하는 날.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했을 때 우버 기사님께서 다음 목적지를 물어봐서 뮌헨이라고 대답했더니 정말 예쁜 도시라고 하셨기 때문에 기대감이 커졌었다. 기차로는 프푸에서 약 3~4시간 거리였다.


예약은 독일 철도청 어플을 이용했다.

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de.hafas.android.db

영어로 잘 되어 있고 직관적이어서 외국인도 이용하기 쉽게 해놓았다. 강아지 비용은 이동 가방에 넣으면 따로 받지 않는다.



호텔 체크 아웃을 하고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에 도착했는데, 기차는 지연되었다. 정신없이 짐을 챙기고 나왔는데 점심 먹을 시간이 생겼다. 아무래도 독일 기차는 처음 타는데 지연되니 조금 불안했다.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방울이를 귀여워하는 옆자리 독일인에게 물어보니 지연되는 일이 흔하다며 자신들도 기차 지연때문에 이곳에서 시간을 때우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기차표가 딱 그 시간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앞뒤로 세시간 정도까지 목적지가 맞는 기차를 타도록 되어있다.



밥을 먹고 플랫폼에 나가서 뮌헨으로 향하는 기차를 탔다.



기차 밖으로 풍경이 변하고,



뮌헨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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