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다급하게 들어온다. 점심 먹고 나간 아들은 친구집에놀다 온다며 나갔다. 그런데갑자기 친구 한 명과 들이닥쳤다.
"아빠! 우산 4개만."
"고양이가 위험해요."
국지성호우예보가 있던 날이라 집 안에서 놀 줄 알았는데밖에서 놀다가 비를 만났구나 생각했다.
우산을 챙겨 아들과 아들친구는 후다닥 나갔다.
밖에서 비바람이 몰아친다.
다시 아들이 들어오시더니, 나에게 외친다.
"아빠! 차 태워줘 고양이! 고양이 구해야 해!!"
"응?"
"빨리빨리."
얼떨결에 나는 외출복을 챙겨 입고, 차키를 챙겨 따라나섰다. 정신없이 가면서 파악한 정보로는 아이들이 버려진 고양이를 발견한 모양이었다. 나머지 친구 두 명은 거기서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나는 스스로 마음을 다잡으며 고양이는 두고 아이들만 태우고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도착하니 비를 맞고 있을 줄 알았던 아이들은 다행히 자전거보호소 쪽에 있었다.
"애들아 타."
타라고 했는데 차로 오지 않고 어디 론다 달려간다.
고양이를 한 마리씩 달고 돌아오더니 차에 탄다.
그렇게 차 안에는 옷은 비에 젖어있고, 신발은 진흙투성이가 된 아이들 네 명과 아기고양이 세 마리가 쪼르르 앉았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몰라 일단 사진을 찍어서 아내에게 보내고 통화를 했다.
"절대로 집에 데리고 오면 안 돼!"
"고양이 큰일 나요!"
"못 보내요!"
"고양이 귀여워."
머리가 지끈거리며 어찌해야 될지판단이 서지 않는다.
나머지 세 명의 아이들의 부모님들도 당연히 안된다고 할 것이 뻔하고, 아이들도 자기네 집은 안된다고 한다.
나는 아내의 구박을 각오하고, 최후의 선택을 하였다.
"고양이 세 마리와 큰 애들 네 마리 데리고 가고 있어."
아내의 한숨소리가 들리고, 아이들은 자기들 보고 네 마리라고 했다고 그저 웃고 있다.
일단 돌아오니, 얌전히 있던 둘찌, 셋찌도 난리 큰애들 4명.. 총 6명이 아이들이 흥분에 도가니에 빠져있었다.
간식으로 아이들 먹이며 흥분을 가라앉히고 싶었지만 실패하였다. 고양이들은 임시로 집을 만들어줘서 돌아다니지 못하게 넣어두고, 때마침 비도 그쳐서 같이 따라왔던 첫찌 친구들은 각자 집으로 돌려보내었다.
첫찌 친구 엄마 통해 동물보호담당 주무관 연락처를 받았다. 그런데 주말이라 시청, 보호소등 연락이 쉽지 않았고 고양이를 보낼 수가 없었다. 새끼고양이들은 그렇게 우리 집에서 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아이들은 고양이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같이 있고 싶어 했다. 아내와 나는 수많은 걱정을 안고 잠을 잤다.
다음날 아침 9시 되자마자 유기동물 관련부서로 전화했다.
담당 주무관이 일단 고양이 사진을 보내달라 해서 보냈다.
담당수의사에게 확인 후 연락 준다고 하고 끊었다.
금방 연락이 올까? 연락이 늦게 오면 어떡하지? 계속 대기하고 있어야 하나. 다행히 금방 전화가 왔다.
"이 고양이들은 길고양인데, 관리가 잘 되어있는 것을 봐서 누군가가 데려다가 기르다가 다시 내놓은 것 같아서, 손이 타서 구출대상이 됩니다."
와 정말 안도의 순간이었다.
혹시 안된다고 하면 어떡하지 다시 그 자리에 데려다 놔야 하나. 우리 집에서는 도저히 감당이 안되는데, 오만가지 생각들이 들었었는데, 긴장이 싹 사라지면서 몸을 풀렸다.
긴장이 풀리니 피로가 몰려서 한동안 누워있었다.
둘찌는 어떻게 알았는지 학원에 가서 선생님께 떼를 쓰고 조금 빨리 돌아왔다.
어이가 없었지만 덕분에 새끼고양이들 마지막을 볼 수 있었다.
첫찌와 셋찌는 아쉬워했다.
첫찌는 나에게 이상한 곳으로 보낸거 아니냐며 재차 확인을 받았다.
우여곡절 끝에 고양이 구출대작전은 마무리되었다.
아이들을 다 재우고 밤에 아내는 찍어놓은 동영상을 돌려보며 아쉬워했다.
진짜 아기 고양이들이 너무 이뻐서 이래서 고양이 집사를 하는구나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