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삼빠 Sep 13. 2023

방학과 개학

‘만세! 개학이다!’

개학날 아이들을 보내고 마음의 만세를 불렀다.

아이들은 육성으로 만세를 불렀다. 빨리 학교를 가고 싶었단다.


정신없던 방학이 주마등처럼 흘러간다.      

아이들의 방학은 우당탕탕 방학이었다. 어린이집 다닐 땐 일주일이었던 방학이 한 달이 되니  정말 힘들었다.

 

1. 놀이

방학대비 개인별 아이템을 사놓았다.

첫째가 고른 만들기 아이템은 이틀 만에 끝내버렸다.

둘째, 셋째는 아직도 다 못했다.

나의 아이템은 1000피스 퍼즐이었다. 한 달 동안 맞출 생각으로 샀는데 갑자기 아내도 달라붙어서는 3일 만에 완성해 버렸다.

계획은 계획일 뿐이다.


2. 부모님 댁

첫째와 둘째, 셋째 번갈아 보냈다. 부모님 댁 에어컨 고장으로 땀띠를 달고 오긴 했지만 아이들 잘 놀다 와서 다행이다. 할머니, 할아버지 사랑 가득 받고 온 아이들은 겨울방학을 기대하고 있다.


3. 학원

아이들마다 학원시간대가 다르다 보니

아침부터 오후까지 학원가는 아이는 등원시켜 주고 집에 남아있는 아이와는 놀아주거나 집안일을 했다.

혼자만의 시간이 거의 없었다.

아내가 퇴근하면 혼자 무조건 나갔다.


4. 공부

EBS공부를 시키고 싶었다. 아이들이 격렬하게 반대했다.

특히 4학년인 첫 찌는 어떤 책을 읽어보고는 결심이 섰다. 며칠도 못 가 아들에게 분노하며 가르치는 나를 보며 후회했다.

방학숙제는 그래도 세 아이 다 무사히 완료했다.

원래 계획은 계획일 뿐이야. 혼자 위로하였다.

 

5. 여름휴가

제주도에 갔다 왔다. 자신감도 업그레이드 됐다.

쓸게 많으니 별도로 쓸 예정이다.


방학에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았다. 폭염 아니면 폭우였기에 밖에 잘 나가지도 못하였다.  첫째와 둘째가 싸운다. 둘째와 셋째가 싸운다. 다음날 첫째와 셋째가 싸운다. 싸움은  계속 반복되었다. 첫째의 분노와 동생들을 삐침을 보며, 과연 이 상황들을 언제 끝나는 것일까 혼자 깊은 고민을 하였다. 그 고민은 개학날까지 계속되었다.





나름 알찬? 방학을 보내고 혼자 집에 있으니, 여러 가지 해결해야 일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더불어 개학 다음날 셋찌는 저녁때 열이 나기 시작했다.

'아니 지금 개학했는데, 이건 아니지 않나?'

하는 마음과 함께 갑자기 기운이 빠지기 시작했다. 다행히 다음날 열이 내려서 병원 가서 약만 처방받고 무사히 학교를 보낼 수 있었다.      

 그렇게 셋찌를 학교에 보내고 나니, 온몸의 무기력감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삼일은 무기력하고 잠은 오지 않아 멍하니 핸드폰과 컴퓨터를 오갔다. 자려고 누웠다가 잠이 안 와 일어나기를 반복하다가 아이들을 맞이하였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벌써 개학한 지 한 달이 다 되어간다.

진짜 방학 한 달은 엄청 길었는데, 개학하니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

겨울 방학이 벌써 나를 향해 달려오는 것 같다.


겨울 방학만 아니라 아이들이 한 살 더 먹는 날도 다가온다.

방학을 마치고 학교를 가니 1학기와 또 다른 느낌이다.


키도 커진 것 같고, 마음도 조금은 커져 보인다.

큰아이가 1학기만 해도 옷장이 어른용이라 손이 잘 닫지 않았는데 이제 쉽게 단다.

그걸 보고 나는 신나서 한마디 했다.

"이제 갔다 와서 겉옷은 직접 걸어."

"아 들켰다. 아빠가 걸어주는 게 좋은데."

매번 손이 안 닿아서 직접 걸어줬었는데, 이제 직접 걸게 되니 아들이 아쉬워한다.

동생들도 1학기 때와 달리 많이 적응한 모습에 기특하다.

못하던 것도 척척하는 모습이 눈에 보이기도 한다.



방학, 개학을 겪으며 너네가 자라고 있구나.

하지만 역시 방학보다는 개학이 아빠는 더 좋구나.

매거진의 이전글 여름방학이 다가온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