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사는 이야기
오래전, 방송인 김원희 씨가 진행하던 라디오 프로그램을 매일 들었었다.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정확한 기억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마도 '오후의 발견'이었을 것 같다.
그때는 내가 직접 미싱으로 바느질해서 패브릭 소품 만드는 일을 했기 때문에 그 시간은 도란도란 옆에서 말 걸어주는 친구 같은 라디오를 들으며 바느질하기 딱 좋은 시간이었다.
대학입시가 끝날 무렵의 어느 날 이런 사연이 들렸다.
'오늘이 신입생 대학등록 마지막 날인데 아버지로부터 등록금을 결국 마련하지 못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버지도 어쩔 수 없었을 거다. 어쩌고 저쩌고....'
'아이고 세상에 어린 게 얼마나 맘이 안 좋을까...
12년을 열심히 달려왔을 텐데 참 허무하겠네'
사연을 듣는데 너무 맘이 안 좋았다.
MC는 사연을 읽어주고 노래를 틀었다.
노래를 듣는 내내 나 혼자서 중얼중얼 '에이고 어쩌냐'를 연발하고 있었다.
그런데 노래가 끝나고 나니 김원희 씨가 "좀 전에 그 학생 방송국으로 꼭 연락 좀 주세요" 하는 게 아닌가.
'설마, 방송국에서 주는 건가?' 했지만 이런저런 설명 없이 방송은 끝이 났다.
그 이튿날인지 며칠 후인지 정확 지는 않지만 나중에 기사가 나오기를 그녀가 즉석에서 그 학생의 등록금을 내주고 싶다고 했고 학교 측과도 협의가 잘 되어 무사히 등록을 마쳤다고 했다.
'어머나 세상에 이렇게 감사한 일도 있구나. 아우 진짜 좋은 사람이구나'
김원희 씨를 만난 적도 없고 그 학생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아무튼 어린 학생이 어쩌면 좌절할 수도 있었던 그 중요한 시기에 손 내밀어 준 그녀가 내게는 마치 천사처럼 느껴지고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나는 가끔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을 주문처럼 되뇐다.
그와 동시에 얼굴도 본 적 없는 그 학생을 떠올리곤 한다.
그리고 여전히 그 아이가 진짜 서글픈 마음에 한풀이 같은 마음으로 사연을 보냈는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누구라도 듣고 나 좀 도와주세요'라는 마음이었는지 좀 궁금하기는 하다.
무슨 마음이었건 분명한 건 그녀 스스로 자신을 확실하게 도왔다는 사실이다.
지금쯤은 30대 후반의 어른이 되었을텐데..
그녀는 여전히 스스로를 도우며 잘 지내고 있겠지?
나는 내 인생에서 나를 얼마나 돕고 있을까?
더 노력해야 될 것 같은 등 떠밀림에 짜증 내다가 아니야 부족해 반성하다가의 반복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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