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사는 이야기
큰 딸내미는 나의 좋은 술친구이다.
코로나의 창궐로 재택근무가 많아지고 저녁에 딱히 할 일 없이 TV나 보며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맥주를 곁들인 것이 그 시작이었다.
지금은 서른도 넘은 딸내미와 한 잔 하다가 정말 뒷목 잡을 뻔한 얘기를 들었다.
예전 대학생 때 우리 동네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절의 묻어뒀던 얘기를 이제야 듣게 된 것이다.
참고로 우리 동네는 서울, 상도동이다.
근처 대학교로 시험을 보러 온 듯 한 모녀가 카페에 들어서면서 엄마 왈
"너 학교 떨어지면 이런 데서 알바나 해야 돼" 그러더란다.
우리 딸이 앞에서 뻔히 듣고 있는데도 말이다.
TV에서 또는 SNS상에서 일부 몰지각한 여편네들이 자식 교육 한답시고 육체 노동하는 직업을 가진 분들 옆에서 듣든 말든 그런다는 믿을 수 없는 얘기는 들어봤지만 정작 우리 딸이 그런 소릴 들을 수도 있다는 건 상상도 해 본 적이 없다.
나도 사회적 체면이 있는지라 여기에 옮길 수는 없지만 딸과 둘만 있는 시간에는 정말 쌍욕이 절로 나왔다.
"세상에나, 세상에나 세상에나..."
다행히도 딸내미는 시험에 떨어져서 알바하는 형편은 아니었고 신촌대로변에 있는 대학교를 다니고 있던 터라 타격은커녕 "엥, 머래??" 하고 말았다지만 혹시 다른 경우였더라면 어쩔 뻔했냐 말이다.
세상에는 다양한 상황 다양한 환경이 존재한다.
정말 공부를 잘했지만 집안 형편상 학업을 유보하거나 포기해야 하는 아이들도 있고, 학업에는 뜻이 없고 일찌감치 가고 싶은 길을 열심히 가고 있는 아이들도 있다.
본인의 조막만 한 잣대가 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란 말이다.
전자의 아이라면 얼마나 상심을 했을 것이며 혹시라도 세상을 원망하고 부모를 원망했을 수도 있지 않은가.
아이를 대학에 보낼 정도의 나이면 어리지도 않고 세상도 경험할 만큼은 했을 텐데 어쩌면 처신이 그랬을까 생각을 하고 또 해봐도 이해할 수가 없다.
그 여편네가 앞에 있었다면 정말 해주고 싶은 말이다.
"그 입 좀 다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