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지금은 '내가 없는 곳'을 생각하는 일
일요일 저녁, 웬일인지 잠들기 힘들었다.
예전에는 출근 걱정이었겠지만
이제는 새로운 한주를 어떻게 하면
좀 더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을지
귀중한 시간을 아깝지 않게 보낼 수 있을지 고민이다.
행복하고 배부른 고민.
누구에게도 증명할 필요 없는
오직 나에 의한,
나를 위한,
나에게 부끄럽지 않을 귀중한 순간들을 위한 고민.
평소에는 엄두도 내지 못했던
각종 행사들이나 기획전,
지역 문화원이나 문화센터를 기웃거리기도 한다.
예전 육아휴직 때 즐겁게 다녔던
글쓰기나 요리 강좌들도 보인다.
맞아, 그때의 나는 모든 게 의욕적이었지
나이도 어렸고.
그런데 기대와 달리
이미 대부분의 강좌는 마감이다.
그렇게 시작된 월요일,
이리저리 방황하며 오전을 보내다가
결국 동네에 새로 생긴 카페를 찾았다.
탁 트인 천장과 은은한 조명,
해피트리, 고무나무, 몬스테라
낯익은 식물들이 청량함을 더해준다.
이른 아침 이곳을 찾은 사람들도
각기 하나의 풍경이 되어서
자기만의 여유와 몰입을 즐기고 있다.
자유의 소중함이 새삼스럽다.
그때 갑자기 핸드폰에 메시지가 뜬다.
'신규 전입 직원 인사 예정, 잠시 후 모여주세요'
'주간 계획 작성 후 금일 1시 소통회의'
오늘 사무실에 새로운 직원들이 왔구나.
어떤 사람들일까.
어떤 팀에서 어떤 업무를 하게 될까.
이번주 소통회의 안건은 뭘까.
내가 추진 중이던 업무에 대한 내용도 보이네.
잘 진행되고 있을까...
회사의 메신저는
그 이름처럼
여전히 회사와 나의
'메신저'역할을 충실히 해주고 있다.
더 궁금증이 커지기 전에 조용히 알람을 끈다.
예전에는 휴가중에 울리는 회사 알람이 싫었는데,
지금은 반가운 마음이 든다.
잊지 않고 나에게도 소식을 전해주고 있다는 고마움.
잊지 않고 나에게도 소식을 전해주는 메신저가 어쩐지 고맙다
한 때 내가 존재했던 곳에
다른 새로움들이 채워진다는 것은
어쩐지 허전하다.
나에게 주어진 큰 자유는
또 어떻게 채워나가야 좋을지
복잡한 감정들이 밀려온다.
언제가 되었든,
자리 정리하러 사무실에 한번 나가야 하는데
아직 타이밍을 못 잡고 있다.
날이 조금 선선해지고
내 마음의 열기와 불안도 식어 서늘해지면
한번쯤 나가봐야겠지.
물론,
다들 퇴근한 늦은 시각이 좋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