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작고 당연한 일상에서도 용기가 필요할 때
인생은 왕복이다.
힘들게 갔지만 항상 다시 돌아올 길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 식당에는 적어도,
국수를 맛있게 먹고
집에 돌아갈 길을 걱정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나 말고는...
오늘은 좀 더 먼 곳까지 외출을 감행하기로 했다.
언제까지나 동네 앞 마실만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고,
두려울수록 그 상황에 직면해야 한다는
공황장애 카페 선배님들의 가르침을 따르기로 했다.
사실은 너무 무더운 날씨 탓에
산책도 힘들고,
집에만 있자니 하루가 너무 길었다.
사실, 지하철이 무서워서 못 탄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지?
소가 웃을 일이다!
혼자 이렇게 생각하며 담대함을 가져보기로 했다.
얼마전 의사 선생님께서 알려주신 '심호흡'과
나의 감정을 바라보는 '인지치료'도
이번 기회에 실전에서 활용해 볼 참이었다.
그래도 막상 길을 나서니
어딘가 마음을 붙잡아 둘 구실이 필요했다.
지하철 입구 여행사 가판대에서
브로셔 하나를 챙겼다.
전에는 이런 거 줘도 안 봤었는데..
평일 지하철에 사람이 없을거라는
나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이러면 곤란한데 싶었지만
가까스로 개찰구를 통과하고
드디어 플랫폼에 섰다.
일단 열차에는 올랐는데
갑자기 식은땀이 나고 머리가 쭈뼛선다.
가슴도 크게 울리기 시작한다.
생각이나 의지보다
몸이 먼저 반응을 한다.
최대한 몸을 낮추고
사람이 적은 칸을 찾아 움직인다.
속에서는 계속
꿀렁꿀렁 울렁울렁
멀미가 난다.
꿀렁꿀렁 울렁울렁
지하철에서 멀미가 난다.
호주 골든코스트 350만 원부터~
캐나다 동부 400만 원부터~
여행사의 브로셔의 멋진 풍경도 도움이 안된다.
그래, 차라리 유튜브를 보자.
쇼츠 영상에 주의를 돌리려 해도
여전히 좋지 않다.
결국 세 정거장쯤 가다가 내렸다.
간의 의자에 앉아 심호흡을 해본다.
씁...
후후후~~~
평상시보다 더 오바해서 크게
숨을 들이 마시고 내쉬었다.
옆에 앉아 이리저리 살피시던 할아버지가
슬그머니 피하셨다.
너무 과했나?
어느 정도 진정이 되자
다시 도착한 열차에 올랐다.
창문에 비친 내 모습이 흐리게 지쳐보인다.
겨우 목적지에 도착했다.
오늘의 목적지는 국숫집.
'열무국수' 맛집을 찾다가
지하철 타기 훈련을 겸해 일부러 찾아온 곳이다.
허름한 본관과, 새로지은 별관
'ㅇㅇ년도 미쉐린가이드..'
오직 국수 하나만으로
부와 명성을 얻은 식당 주인이 부럽다가도
'저 사람도 분명 힘든 구석이 있겠지' 하며
열무국수를 싹싹 비웠다.
시원하고 달큰한 국물에
멀미 기운이 씻겨 내려간 듯 개운하다.
다 먹고 나자 이제는 돌아갈 길이 걱정이다.
아, 인생의 여정도 왕복이다.
항상 다시 돌아갈 길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주위를 둘러 보았다.
이 식당에는 적어도,
국수를 맛잇게 먹고
집에 돌아갈 길을 걱정하는 이는
나 말고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