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 동방명주에 오른 서울 촌놈

내가 사는 서울에는 두 곳에 전망대가 있다. 하나는 예전부터 서울의 랜드마크이자 대표적인 전망대인 N서울타워(구 남산타워), 다른 하나는 몇 년 전에 지어진 제2 롯데월드다. 주말이나 공휴일이면 거대한 도시 전체를 두 눈에 담으려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이다. 하지만 정작 나는 서울에 있는 전망대에 올라본 적이 없다. 이른바 '서울 촌놈'이다. 서울 촌놈이란 우리나라 제1의 도시 서울에 살면서도, 마치 지방에 사는 사람처럼 서울의 유명한 장소에 가본 경험이 적은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심지어는 오랫동안 서울의 최고층 건물이라는 지위를 지켰던 63 빌딩도 아직 안 가봤다.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내가 전망대에 처음 오른 것은 중국 상해에서다. 학교에서 단체로 떠난 여행 프로그램에 상해 동방명주 타워 견학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여행 일정이 내 의지로 짜인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막상 가 보니 올라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닥을 투명한 유리로 만들어 발아래로 도시가 훤히 비치는 것이 아찔하면서도 짜릿한 스릴을 느낀 일은 아직까지도 선명하게 기분 좋은 경험으로 남아 있다.


나는 즐거운 추억은 돈으로는 살 수 없는 매우 값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추억은 다양한 경험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정작 나는 여러 경험을 즐기지 않는 수동적인 사람인 것 같다. 그래서 집에서 스마트폰을 만지며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인 뉴스나 유머를 보는 데 대부분의 여가 시간을 쏟곤 한다. 막상 어딘가에 가서 무언가를 경험하면 그렇게 즐거운데 말이지.


그래서 결심했다. 이제부터는 귀찮음을 무릅쓰고 계획을 세워가며 추억을 만들려고 애써 보려고 한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이곳 서울부터 하나씩 돌아보리라. 운이 좋다면 평생 가져갈 멋진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오래전 동방명주 타워 전망대에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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