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6/06
아들의 모습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보고 있자면, 나를 닮은 구석을 하나 둘 발견할 수 있다. 일단 길다란 손가락과 발가락. 상대적으로 짧고 뭉툭한 아내의 손가락, 발가락은 우리 부자와 확연히 비교된다. 옛말에 손가락이 가늘고 길면 게으르다고 하는데 아빠는 그렇지 않단다, 아들. 아빠를 닮았다면 성실함과 근성만큼은 어디서나 크게 부족하지 않을 거야.
까무잡잡한 피부도 나를 꼭 뺴닮았다. 다행이다, 남자 아기라서. 어릴 때부터 난 까만 피부에 꽤나 콤플렉스를 가졌다. 여름방학 내 여기저기 물놀이를 하면 까맣게 타고 가을이 되면 다시 새하얀 피부를 되찾는 친구들과 달리, 내 피부색은 사계절 내 똑같았다. 그래도 어느정도 커서는 까무잡잡한 피부가 건강과 생기를 보여주는 도구(?)가 된 적이 많았다. 아들도 나처럼 운동을 좋아하는 소년이 되길...
얼굴에선 입이 유독 나의 그것을 닮았다. 갓난 애기는 하루가 다르게 얼굴이 바뀐다고 하는데 지금까지만 봐선 눈과 코는 아내를, 입은 나를 빼다 박았다. 아내는 분유를 먹일 때마다 금붕어처럼 뻐끔대는 아들의 입술을 보며 마치 나에게 젖을 주는 것 같다고 웃는다. 내가 봐도 놀란다. 거울 속에 비친 내 입 한 번, 곤히 자는 아들의 입 한 번씩 번갈아 쳐다본다. 피는 못 속이는 것 같다.
외모도 그렇지만, 벌써부터 여러 행동들이 부모의 성격과 연결된다. 그 중 으뜸은, 배고픔을 견디지 못하는 것. 대식가는 아니지만, 나는 때까 되면 꼭 끼니를 챙기는 그런 타입이다. 누군가는 그깟 한끼 좀 건너뛰면 어떻느냐가 할테지만, 그깟 한끼라니. 자고로 밥이란 인간의 신체, 정신 활동의 원동력이자 먹는 것 그 자체로서도 즐거움을 주는 신성한 행위 아닌가. 끼니란 그래서 귀중한 것이다.
생후 41일 된 아들은 이미 그 소중함을 본능적으로(?) 알고 반응한다. 배꼽 시계가 울리면 신속하고 정확히 입안에 젖병이 들어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곧 폭발할 것 같은 얼굴로 있는 힘껏 목청을 울려대니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 하루에도 그런 위기가 7~8번쯤 찾아온다. 하.. 정말 별걸 다 닮는 구나. 아들에게 조심스레 한 마디 속삭여본다. '한끼쯤 건너뛰어도 괜찮지 않겠니 아들?'